토요일이지만 지난 월화 주간보호센터가 문을 닫았던 것에 대한 보충으로 오늘 프로그램을 한답니다. 클래식 콘서트를 간다하니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보내기로 했습니다. 마침 오늘은 비도 많이 온다니 집에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비가 많이 올꺼라는 예보와 달리 새벽시간에 눈을 뜨니 해가 반짝 떠있습니다. 잘되었다 싶어 고사리꺾으러 나섰는데 바람과 더불어 비가 뿌리기 시작합니다. 비옷을 단단히 입고 나왔기에 바람도 비도 모두 신선하기 그지없습니다. 잠깐 눈에 보이는 것만 꺾으려했는데 뒤돌아서면 우뚝 서있는 고사리들이 너무 많아 발길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고사리꺾기 선수들이 평지는 놔두고 시든 억새가 쌓여있거나 덤불숲을 헤매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평지들판은 새순이 나오고 바로 잎을 틔워버리니 채취대상이 안되고 아직 잎을 틔우지 않았어도 키가 작습니다.
억새가 쌓여있는 짚단이나 덤불숲에서 삐져올라온 고사리는 줄기가 거의 20~30센티 수준이니 줄기의 통통함이 완전 특별합니다. 집에 와서 벌판고사리와 덤불숲고사리 키를 비교해보니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도 소신을 다해 싹을 올린 것들은 모양새부터 다릅니다. 고사리 뜯으면서 무슨 철학자라도 된양 오만가지 인생철학을 다 떠올리고 있습니다.
잘 챙겨두었다가 육지에서 손님오거들랑 특별대접꺼리로 딱일듯 싶습니다. 계절별로 나오는 제주 특산물들인 레드향이나 한라봉, 당근, 양파 등은 얼려둘 수가 없으니 그런 점에서 고사리는 선물같습니다. 발견하고, 꺾고, 데치고, 하루쯤 물에 담궈두고 독도 빼고, 소량씩 포장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놓으며 준비하는 과정이 더 의미있는 듯 합니다.
요즘은 식당엘 가면 요즘 채취한 고사리볶음이 나오곤 합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어제 갔었던 돼지두루치기 식당에서는 고사리볶음 외에 유채꽃 초절임도 나왔는데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주요리는 두 녀석들에게 모두 양보하고 저는 야채만 먹습니다. 특히 고사리볶음이 일품이네요.
내멋대로 건축을 위해 컨테이너를 하나 저렴하게 구입했더니 빨리 가져가달라고 해서 하는 수없이 우선 지금 살고있는 집에다 가져다 놓았습니다. 빗속에서 크레인기사와 작업을 했는데 비도 바람도 꽤 거셉니다. 아이들 없는동안 많은 일을 한듯 싶습니다.
운좋게도 바로 주택용지로 형질변경 가능한 땅을 오랫동안 무료로 쓸 수 있는 행운을 얻어서 요즘 건축허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있으니 내멋대로 건축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무려 300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다 제2공항 공사 본격적으로 되기 전까지는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이런 행운은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았던 삶에 대한 보상일까요? 아님 제주도가 제 운에 딱 맞는 것일까요? 물론 제가 그럴만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런 댓가의 행운을 기대한 적이 없으니 좋은 의미의 보상인 것만은 맞습니다.
물론 내멋대로의 건축이 아이들과 함께 안락하게 살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 새로운 거처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지금은 세컨드하우스라고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에 더 마음이 쏠립니다. 15개월동안 천천히 꾸며볼 일입니다. 그러고보니 제주도에서의 10년 거주는 보장을 받은 셈이 되네요.
물론 살다보면 변수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런 소중한 인생의 기회에 책도 여러 권 엮어보고 좀더 의미있는 일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굳은 바램입니다. 제주도살이가 당분간 계속 될 듯하고 나름 재미있는 일들이 보태지니 한시도 심심할 틈은 없습니다. 4월 고사리도 요즘 세월에 재미를 주니, 잠깐임에도 풍성한 소득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첫댓글 고사리 키가 어마무시합니다.
본적이 없는 고사리입니다.
대표님께는 행운이 따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