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지금이 몇신데..?
뜨악~ 8시잖아! 아, 큰일이닷. 또 지각하게 생겼네. 엄만 왜 맨날 늦게 깨워!!
“엄마! 내가 좀 일찍 좀 깨우랬잖어!!”
“어이구 이년아! 아침 7시부터 깨웠다~빨랑 준비해. 늦겠다.”
“늦었어.”
“쯧쯧, 또 지각하시겠네. 나 먼저 간다. 그러기에, 맨날 늦께까지 컴터하면서 남자나 꼬시지 말고. 일찍 일찍 자라니”
저 녀석이 날 또 갈구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곤 저 모양이니. 저놈한테 뭐라고 화낼 기운도 없다. 빨랑 준비하고 학교 가는게 먼저니..
“너, 정민혁! 오늘 학교 갔다 와서 보자!!”
“맘대로~~”
아, 오늘도 지각이다.
가뜩이나 지각이라 열받아 죽겠는데, 밖에는 내 맘도 모르고 비가 온다. 더 짜증난다. 우쒸!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하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우산꽂이에 꽂힌 우산 하나를 뽑았는데, 파라솔이다. 씁, 아침부터 되는 일 하나도 없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투명한 우산을 들고 대문을 나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하나도 없다. 완벽한 지각.
애라이~ 어차피 늦었는데. 그냥 엄청~ 늦게 가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이라도 든든히 먹고 머리라도 감는 건데.
그렇게 15분쯤 걸었을까. 비는 더 거세지고 있었고 난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날 멋지게 파티를 열어줄 계획으로 어디서 알바를 하면 좋을까..골똘히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 왠 검은색 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다. 꽤나 빠른 속도였다. 앞에 학생 걸어가는거 안보이시나? 속도 좀 줄이시지..라고 생각했으나, 그 차는 여전히 빠른 속력으로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내 눈은 내 발밑을 향했고, 그 곳에 흥건히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아뿔싸.
‘촤아악~’
“악!”
그 놈의 검은색 차 바퀴가 물웅덩이를 지나가면서 더러운 흙탕물을 내 깨끗한 교복(-_-; 사실 별로 깨끗하지 않아.)에 뿌리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난 성격이 좀 더러워서 이런 제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냥 못 지나간다. 달리는 차 뒤에다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차 뒤를 따라가면서..
“야이, 자식아!! 야~~~!”
‘끼이익!’
헙! 이건 아닌데. 그냥 지나쳐 갈 줄 알았던 차가 100여미터 뒤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후진. 저 운전자 경주용차도 아니면서 너무 스릴을 즐기는 거 아냐?-_-
이윽고 시커멓게 선텐된 창문이 내려가면서 얍삽(내가 본 것은 이걸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얼굴이었다. 미안합니다. 기사양반.)하게 생긴 기사 놈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었다.
“뭐야?!”
개 같은 놈이 어따 데고!! 죽었어, 오늘 안 그래도 기분 잡쳤는데 잘 걸렸다.
“뭐라뇨!! 이것 좀 보세요!!”
난 그렇게 말하며 내 교복 치마를 손으로 가르켰다. 그제서야 그놈의 얼굴에 짜증난다는 빛은 사라지고 멋쩍은 듯한 빛이 어렸다.
“흠, 급해서 말야.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다구요? 나 참 기가막혀서.”
“이거나 받아.”
얍삽한 기사는 양복안주머니에서 돈 5만원을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원래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구린 돈은 받기 싫다.
“아저씨, 지금 장난하세요?”
“뭐?! 세탁비 하라고!!”
“돈이면 다 돼는 줄 알아요? 사과를 하셔야죠! 정식으루!!”
“아니, 이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뭐예요?! 이 년?? 아저씨가 날 언제 봤다고 그런 말 함부로 하세요? 네?! 빨리 사과하세요. 좋은 말 할 때!!”
“어쭈....이게! 너.....”
얍삽하게 생기고 성격까지 얍삽하고 더러운 아저씨가 말을 하려고 하자 뒤에 앉았던 친절한 사람이 제지 시켰다. 그리고 뭐라고 조용히 말하더니, 뒷 자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네....”
아, 순간 나도 모르게 공손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나답지 않게. 뒷자석에 앉아 있던 녀석(?). 학생이였다. 우리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원광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녀석이 잘 생겼다는 것이다. 아씌! 이러면 안돼는데! 푸르고 맑은 눈에 꽤 길어보이는 짙은 검은색 머리칼, 교복이 검은색이라 더욱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 애 눈에는 뭐랄까? 그냥 슬퍼 보였다. 뭐일까...?
그 녀석의 말에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 이거 장난이 아니다. 학기초에 무슨 비가 이리도 많이 온다냐. 기상이변인가? 아, 이런 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입구에서 내려줘.”
나는 그 말 한마디를 내 뱉고는 냉큼 그 차에 올라탔다.
“너네 등교시간 무지 늦는가 보다.”
“아니, 등교시간은 8시 10분까지야.”
미친, 그런데도 이렇게 여유롭냐? 하긴 나도 그랬으니.
“너 이름이 뭐야?”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고 난 뒤에 상대편 이름을 묻는 게 예의 아닌가?”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그렇지. 난......”
‘띠리리...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벨소리.
낯익은 듯한 벨소리.
이런! 내꺼다!!
핸드폰 어디다가 뒀더라?
아, 교복 주머니에 있구나.
허겁지겁 핸드폰을 찾아 뚜껑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응? 전화기속에서 들려온 말이라고 착각하기 않길 바란다. 내 옆의 놈이 외친말이다.-_-^ 그녀석도 똑같이 핸드폰을 열고서 말이다.
그랬다. 우린 핸드폰 벨소리가 똑같았던 것이다.
내 핸드폰 벨소리는 최신가요도 아니고 유행가도 아닌데. 어떻게 같을 수 있지? 거기다가 핸드폰도 똑같았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아니지. 혹시 필연 아닐까? 이것두 인연인데..^^(참고로 내 핸드폰 벨소리는 ‘오버더레이보우’ 라는 팝송이였다.)
아 참, 그건 그렇고 진짜 전화가 울린 건 내께 아니라 저 잘생기고 돈 많아 보이는 놈꺼였다. 아, 팔려.
그렇게 그 녀석은 간단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전화를 끊자마자 얍삽 기사 아저씨가 모는 검은색 얍삽한 차는 우리학교에 도착했다.-_-;; 아쉽다.--ㅋㅋ?
“그럼, 난 이만 가볼께.”
“응, 잘가. 미안했어.”
난 허겁지겁 차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
아차! 내 핸드폰!
난 다시 차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는 듯 날 쳐다보는 그 놈의 얼굴을 간단히 씹고 나서 차 시트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들고 다시 학교로 뛰었다.
아무도 없었다. 굳게 잠겨있는 교문. 우리학교는 8시까지가 등교시간이다. 그 이후에는 교문을 아예 닫아 버린다. 담치기도 안됀다. 학교 담벼락에 온통 가시가 수북한 장미로 뒤덥혀 있기 때문에.
아씌! 1교시 끝날 때 까지 어서 게기냐?
이 망할 놈의 비는 아직도 오네.
혹시나 안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뒤를 슬쩍 돌아다 보았지만, 얍삽한 검은색 차(얍삽한 기사가 몰아서 차까지 얍삽하게 되었다.)는 저기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원광고등학교에 저렇게 반반한 놈이 있었나;;
그럼 뭐하냐. 그림의 떡인데..
에휴!~
시간도 남는데 알바자리 알아보러 다녀야겠다;
난 우산을 똑바로 고쳐 잡고 길거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