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 약쑥, 속노랑고구마, 인삼, 밴댕이, 새우젓…. 모두 물 좋고 땅 좋은 강화도 특산물이다. 화문석, 화방석, 꽃삼합, 강화소창…. 모두 깊은 역사를 품은 강화도 특산품이다. 작은 섬 하나에서 나는 품목치고는 종류도 품질도 대단하다. 이래저래 욕심나는 이 물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을 가진 이들을 위한 쇼핑 천국이 있으니, 강화풍물시장이다.
쇼핑 좀 아는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 강화풍물시장
강화풍물시장은 강화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2007년 신축된 2층 건물로 이뤄진다. 1층은 농수산물, 2층은 먹거리와 특산품을 주로 취급한다. 1층에 들어서면 싱싱하고 맛깔스러운 온갖 농수산물이 눈길을 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동글동글한 순무. 은은한 보랏빛이 더해진 동그란 모양새가 귀여워 자꾸 눈이 간다.
우리나라에서 순무 재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고려 문인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순무가 언급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나 그 이전부터 재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도에서 순무를 재배한 시기는 조선 무렵으로 그 맛이 뛰어나 왕에게 진상됐다고 전한다. 해풍과 토양 등 강화도의 환경적 영향 덕에 지금도 강화순무는 맛에 있어 독보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순무는 단맛에 알싸함이 더해져 풍미가 독특하다. 처음 맛보면 톡 쏘는 알싸함에 당황할 수도 있으나 먹다 보면 은근히 중독되는 마성의 힘을 가졌다. 순무 활용법은 다양한데 주로 김치로 담가 먹는다. 강화풍물시장에는 순무와 순무김치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즉석에서 순무김치를 담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상점마다 조리법이 달라 맛도 제각각이다. 맛을 보고 입맛에 맞는 김치를 구입하면 된다.
강화순무 외에도 속이 노랗고 당도가 높은 강화속노랑고구마, 맛과 식감이 좋은 강화새우젓, 품질 좋은 강화섬쌀 등 다양한 강화 특산물을 찾아볼 수 있다.
1층에서 한창 쇼핑을 즐긴 후 출출해지면 2층으로 올라가자. 2층에는 먹거리가 풍성해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해결 가능하다. 식당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밴댕이. 상당수의 음식점이 밴댕이를 전문으로 한다.
밴댕이는 강화도, 인천 등지에서 많이 잡히는 청어과 바닷물고기로, 성질이 예민해 그물에 잡히면 스트레스로 바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집이 작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구이, 회, 조림, 젓갈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강화풍물시장 식당가는 밴댕이 회, 무침, 구이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정식 메뉴를 제공하므로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듯 지금 제철을 맞은 밴댕이는 더 찰지고 고소하다. 정식 메뉴에는 게장까지 포함되며 가격은 보통 2인 기준 32,000~35,000원 선. 요즈음 물가를 고려했을 때 가성비가 훌륭하다.
밴댕이를 맛있게 즐긴 후 이제 입가심할 차례. 식당가를 돌다 보면 군데군데서 찐빵집, 떡집이 보인다. 강화산 쑥을 활용한 찐빵, 인절미, 개떡 등을 판매하는데 쑥이 가미돼 향과 색이 한결 돋보인다. 즉석에서 찐빵이나 떡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며 시장에 놀러 온 재미를 한껏 만끽해 보자. 2층 식당가와 연결된 옆 동에는 특산품과 약초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진한 쑥 향이 번져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사자발쑥이라고도 불리는 강화약쑥을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약초매장 맞은편에 특산품 가게들이 자리하는데, 매장 수는 많지 않으나 고운 화문석과 아기자기한 왕골 공예품을 종류별로 갖췄다. 강화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순백색의 왕골을 한 올 한 올 엮어서 만드는 왕골 공예품은 강화의 자랑이다. 물들인 왕골로 꽃무늬 등의 문양을 놓아 짠 돗자리 화문석을 비롯해 봉황, 태극 등의 무늬를 수놓은 화방석, 세 개의 단합을 한 세트로 제작하는 꽃삼합 등이 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매월 2, 7일로 끝나는 날)에 맞춰 강화풍물시장을 찾으면 구경거리, 살 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각설이 분장한 엿장수부터 손수 키운 농작물을 들고나온 할머니들의 좌판까지, 한바탕 왁자지껄한 장날 풍경이 연출된다.
[TIP] 시장 상가 이용 시 무료 주차권을 제공하니 잊지 말고 챙기자. 무료 주차는 최대 1시간까지 적용된다.(2024년 6월 기준 정보)
내친김에 강화풍물시장 옆에 있는 강화인삼센터까지 가보자. 강화인삼은 고려인삼의 맥을 잇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인삼의 근거지는 개성인데, 한국전쟁으로 개성에서 인삼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강화도로 피난한 후 이곳에서 인삼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강화도의 기후, 토양 등 자연환경이 인삼 재배에 적합해 고품질 인삼이 생산되며 그중에도 6년근 강화인삼이 대표적이다.
강화인삼농협 1층에 자리한 강화인삼센터에 가면 질 좋은 인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직접 삼포를 경작하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매장만 입점해 있으며 수삼, 홍삼, 백삼을 비롯해 즙, 절편, 차 등 다양한 가공품도 구비했다. 가성비 좋은 파삼도 인기다. 파삼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인삼’으로 영양 성분은 거의 차이가 없고 가격은 저렴해 가정에서 이용하기 좋다.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천연 면직물인 강화소창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강화도는 한때 직물 공장이 70~80개가 있을 정도로 직물산업이 번성했던 곳으로 소창이 주요 품목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 기세가 예전 같지 않지만 일부 공장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손수건부터 행주, 수건, 실내복까지 강화소창으로 제작된 제품은 실용적이고 품질이 좋아 기념품으로 챙겨갈 만하다. 강화풍물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원도심에 강화소창에 대해 소개하는 소창체험관과 강화소창으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기념품판매장이 있다. 원도심의 오래된 의료원인 구세의원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기념품판매장은 강화소창 제품 외에도 강화순무차, 왕골 공예품 같은 강화 특산품을 함께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