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청계산 옛골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의 상점 주인과 종업원들에게 ‘귀티오빠’로 불렸다. 그가 청계산을 등산할 때면 그의 희고 맑은 비락우유형의 얼짱 모습, 그의 명품 옷차림과 고가의 등산장비 등에서 모두 귀티가 펑펑 풍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귀티뿐만 아니라 산행 친구나 남들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씀씀이도 컸다.
나는 그를 지난 10월 17일(수) 아침 7시30분에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만나 조식을 함께 했다. 1시간 동안 그는, 나의 출장목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기업인들의 행태와 문제점 그리고 베트남정부의 경제사회발전 정책과 관료들의 치부실태 등에 관하여 소상히 알려주었다(여기에 공개할 수는 없음).
그는 현재 베트남에 상주하고 있는 최고위 한국기업인(한국 대기업 본사의 부회장)이며 최고의 국제면허를 소유한 세계적 기술자로 인정된다. 나이로 보나 경험과 경력으로 보나 전문성과 학식으로 보나 기업규모와 직위로 보나 무엇이던지 그는 베트남에서 최고로 평가된다. 그래서 당연히 그가 설명해 주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정보가치가 매우 높고 무겁게 느껴졌다. 아울러 공식 채널보다는 믿을 수 있는 비공식 채널의 가치와 정보정확도가 더욱 높다는 조직이론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호텔로비에서 그와 헤어지면서 베트남사람들에 섞인 그의 풍모는 한국에서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의 희고 맑은 얼짱 얼굴은 비락우유보다 더욱 윤이 나고 매끄럽게 보였으며, 그의 큰 풍채는 보스다운 위엄과 권위로 베트남사람들을 압도했다. 목이 높은 그의 흰색 와이셔츠는 진솔처럼 새하얗고 전문가가 정성스럽게 바느질했을 프랑스 명품으로 보였다. 거기에 그는 실크(?) 원단으로 메이드 인 이태리의 명품일 것이 틀림없는 독특한 멋진 스타일의 새까만 잠바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누가 보나 그는 백로처럼 보이면서도 위엄과 부귀가 흐르는 '귀티 CEO'였다. 그러나 머나먼 이국에서 현지수당을 두둑이 받으며 외로우나 보람차게 생활하는 프로패셔날 엔지니어의 고급스런 ‘귀티 왕자’ 패션은 그의 문화적 내면과 기술 수준의 높이를 돋보이게 하는 기준과 척도로 나에게는 다가왔다.
나는 그가 베트남의 어려운 사람들을 경제적 문화적으로 돕는데도 열정적이라는 현지의 소문을 들었다. 그의 수입에서 한 달에 200달러 이상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단다. 그는 공휴일에 학용품, 신발 등 생필품, 구충약 등 상비약을 사들고 산간 시골도 방문하곤 한단다. (리복 신발을 생산하는 공장을 방문했을 때 들은 바로는, 그 공장 14,500여명 근로자의 평균 월임금이 70달러 정도이고(주 48시간 근무 기준) 구내식당 점심식사비가 한화로 300원이라니, 귀티오빠 연간기부금의 베트남에서의 상대적인 가치를 계산해 보시오).
얼마 전까지 하노이 대우호텔 사장을 역임했던 subo의 체취와 흔적을 뒤로하며 호텔정문을 빠져나가는 ‘귀티 오빠’를 배웅하면서, 나는 그가 더욱 건강해진 모습으로 금년 연말에 완전 귀국할 것을 축원하며 자랑스러운 친구에게 머리를 숙였다.
첫댓글 105(백오)께서 하노이엘 가셨군 . . . "귀티"라는 말을 모른 난 한 세대 뒤 떨어진 느낌입니다. 여행 Bon Voy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