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여행지 폼페이,
낯선 도시 풍물을 감상하겠다고
낯선 사람들이 모여 한 배를 탄다
내 앞에 한 여자와 한 남자가 팔짱을 끼고 간다
천천이 흘러가던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회오리 바람으로 맴돌다 두 남녀에게 꽂힌다
흘깃 옆 모습이 보인다
중년의 나이와 앳된 연하의 조합
아하, 그러니까 소위 며느리의 남자...무단 점유인가
아암, 나와 아들의 거리는
친절한 어느 시인의 충고처럼
사원의 기둥과 기둥사이지
어라, 그러다가 여자의 파트너는
어느새 살집이 넉넉한 남자로
볼우물이 예쁜 소녀로 바뀌어간다
단란함이라는 팔짱만 바뀌지 않는다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래요?
찰칵
네 명의 가족 사진을 찍는다
나는 또 한장의 가족 사진을 남몰래 찍는다
언젠가 웨딩촬영에 바쁜 아들에게 거절 당했던
사진관 쇼 윈도우 앞이나
누군가의 집 거실에
누구나 찍어서 걸어 두었던
아차, 우리에겐 그게 없구나 싶었던
화산재 속에 이천년 동안 묻혀있다
솟구쳐오른 집터
마당엔 꽃 양귀비 지천으로 피어나고
순간이 영원이고
영원이 곧 순간일 것만 같은
아니 어쩌면
순간 너머 영원
그 영원의 뒤안 언저리쯤일 것만 같은 배경으로
찰칵
엄마, 아빠, 아들, 딸
사진 속 인물들은 당연히 서로 팔짱을 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