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그리는 아이』를 읽고
신라 시대 순장 제도의 아픔을 그린 『대가야의 달빛 소녀』 장편 동화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던 작가가 이번에 노비 제도의 아픔에 눈길을 돌려 『복을 그리는 아이』 장편 동화책을 출간하였다. 노비의 아들 복동이를 통해 민화, 탈놀이, 한글 소설 등과 같은 서민 문화의 변화, 민중 의식, 신분 제도 등에 얽힌 역사의 뒤안길 이야기를 작가의 뛰어난 구성력으로 그려놓았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삼년 간 자료를 수집하고 성찰하고 생각을 키워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사실감 앞에 다음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긴장감이 따라왔다. 다 읽고 나서는 주인공 복동이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어서 책을 내 품에 안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호작도>의 까치처럼 신분의 굴레에 순응하지 않고 호랑이 같은 지배 세력에 맞서 싸웠던 조선 후기 백성들의 삶! 그 속에서 주인공 복동이는 종의 아들 신분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희망을 꺾지 않고 굳은 의지로 민화 그리기를 배우며 올곧게 살아왔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복동이의 의지와 노력과 희망과 굳셈을 은연중에 가슴에 담아 닮아갈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작가지만, ‘아, 이래서 인기 작가의 글은 다르구나!’ 젊은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이 부럽기만 하다. 부러워하지 말고 나도 자료 수집에 충실하고 역사를 파헤치며 문제의식을 키우는 혜안과 성찰의 범위를 넓혀가야겠다. 같은 작가에게도 도전 의식을 심어준 유명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이 커서 서평을 써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