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통합당을 이끌 당 지도부 경선에 15명이 출마 했지만 이 중 민주당의 핵심 당론인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거론한 출마자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 뿐이었다.
1월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는 기존 민주당 세력부터, 민주당의 혁신을 주장하며 나선 시민운동 출신의 후보까지 다양 했지만 출마 선언문이나 기자회견문에 한미FTA 문제를 언급한 후보는 이종걸 의원이 유일했다.
|
▲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는 이종걸 의원 |
지난 20일 민주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등원을 결정하고 한미FTA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라 민주당 대표 출마자들의 한미FTA 관련 언급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 이종걸 의원의 FTA 언급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FTA 무효를 주장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폐기 후 재협상 투쟁을 이어가기로 정한 바 있다.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하자 야당과 FTA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종걸 의원은 출마선언문의 시작을 한미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문제부터 지적하고 “시민들은 백기투항 등원은 안된다는 외침을 강력히 보냈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은 등원을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 지도부는 국민의 실망을 회복하고 한미FTA 저지를 가장 중요한 것에 놓는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이끌 사람이 당대표가 되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강력한 폐기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과통합 출신 후보자들, 변화와 혁신에 방점
무엇보다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며 민주대통합을 주도 했던 혁신과통합 소속의 시민운동 출신 후보나 진보정당 출신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도 FTA 문제가 빠진 것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이들 혁신과통합 출신 출마자들은 민주통합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로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으로 2006년 한미FTA저지 범국본 집행위원장도 맡았던 김기식 후보는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변화와 혁신, 시민정치 시대를 열겠다”며 민주통합당의 진보화와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로 포부를 밝혔다. 김기식 후보는 사회연대국가, 노동 존중 사회, 탈 재벌 경제구조, 사회적 공공성 강화 등을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정책을 모두 무력화 시킬 한미FTA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
▲ 출마 기자회견 중인 김기식 후보, 오른쪽은 조국 서울대 교수. |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로 YMCA 사무총장 출신인 이학영 후보도 자신을 통합진보당과 야권연합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인물로 강조했지만 역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FTA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10여 년을 진보정당 운동에 몸 담았다가 복지국가 연대를 위해 혁신과통합에 합류해 민주통합당에 새로 둥지를 튼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도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22일 출마 기자회견을 연 박용진 후보는 “진보와 혁신의 의지로 민주통합당의 젊음과 역동성을 대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FTA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민주통합당 내 혁신 세력으로 알려진 혁신과통합 출신 후보들마저 한미FTA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민주당 주류 출신들은 더욱 FTA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대표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생활정치, 역동적 복지국가 등을 제시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최적임자라고 자부했지만 두 사람 모두 FTA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
▲ 출마선언을 하는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 |
“새 지도부 FTA 무효화 투쟁 책임져야”
당대표에 출마한 대다수 후보가 한미FTA 문제를 언급하지 않자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가장 강경하게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당대표 출마자들이 지원을 부탁하는 연락이 오면 한미FTA 문제에 대한 의지가 어떤지 타진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기간 동안 당대표 출마자들이 FTA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 지도부는 FTA 무효화 투쟁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동영 의원은 22일 정동영 “현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5천 만의 삶을 구석구석 규정, 규율하게 될 한미FTA의 문제에 대해서 선명한 입장을 가진 FTA 저지 지도부”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엔 기호추첨 번호에 따라 기호1번 박용진 (전)진보신당 부대표, 김기식 (전)참여연대 사무처장, 이강래 (전)민주당 원내대표, 신기남 (전)열린우리당 의장, 이인영(전)민주당 최고위원, 우제창 (전)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이종걸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태랑 (전)국회 사무총장, 박지원 (전)민주당 원내대표, 김영술 (전)열린우리당 사무부총장, 박영선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 한명숙 37대 국무총리, 이학영 (전)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15번 김부겸 국회의원이 출마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2시 예비경선을 통해서 9명의 본선진출자를 가려낸다. 또 26일부터 1월 7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1월 9일에서 11일까지 모바일 투표, 14일 현장투표, 15일 전당 대회장 투표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