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민락시장에 들렀다.
반찬가게에서 끓여 파는 명품 추어탕을 한 봉지에
5천원 주고 사고 난 후 시장 안으로 내려가다 보니
생선가게에 오징어가 보였다.
진열대에 놓인 것은 약간 희고 큰 것 두마리와 세마리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 스티로폼박스에 약간 거스스름한 오징어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값을 물어 보니 흰 것은 한치라고 하는데 2마리에 만원이고
스티로폼박스에 들어 있는 것은 사이즈가 약간 작고 껍질이 약간 검정색이었다.
생선가게 아주머니에게 한치와 오징어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한치가 훨씬 크고 맛이 있다는 것이다.
만원 주고 한치 두 마리를 사서 자전거 핸들에 비닐봉지에 넣어 걸었다.
한치의 유래는 앞다리가 짧아 한치(一寸)밖에 되지 않는다고 붙은 이름이란다.
집에 와서 수돗물에 휑궈서 냄비에 앉혀 가스불에 삶았다.
살짝 데쳐서 뜨거운 넘을 집게로 건져 내어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칼로 듬성듬성 잘랐다.
집에 들어 오면서 마트에 들러 금정산성 막걸리를 한 병 사왔다.
작은 사발에 한 사발 부어 들이키곤 안주로 한치를 집어 초장에 콕 찍어 입안에 넣으니
세상만사가 일순에 한치살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 맛이야! 이 맛!
사는 재미가 따로 있나 싶다.
막거리 한잔 하고 말랑말랑한 한치 데친 살 안주로 씹으면
살맛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