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과 종이접기
내가 접어 날린 종이비행기가 바위산 언덕을 떠나 마을 저 멀리까지 날아갈 때
그 장거리의 비행과 유연한 움직임은 내게 놀라움을 주었었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수십 년 전의 추억이다.
종이접기, 그 간단한 기법으로 얻어내는 단순한 행복을 아시는가?
2012년 12월 24일 나는 특별한 선물을 교회 아이들에게 계획하고는 12시 30분부터 4 시 30분까지 종이접기에 들어갔다.
우선 다이소에서 구입한 예쁜 병 몇 개와 학종이를 가지고 사무실에 앉자마자 학종이를 폈다.
그때부터 여섯 종의 동물 한 쌍씩과 꽃병 꽃바구니 비행기 등 기호 물건 하나씩
총 아홉 종 열다섯 개 작품이 병마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며칠 전부터 아파온 요통 때문에 몸을 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주님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모두를 합친 것인지 딱 떨어지는 동기는 아니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선물을 받아든 아이들이 좋아할 얼굴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 접고 나니 오후 네 시 반. 병을 성전에 갖다 두고 전야예배 때 한 성도님에게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문구 몇 장을 써가지고 오게 하여 각 병마다 넣고는 작업 끝이었다.
그리고 유초등교사에게 25일 아이들에게 줄 선물에 이것을 포함시키라고 했던 것이다.
다음날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기뻤으면 된 것이다.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종이접기는 모두 삼십 종인데 그 중 닭, 메뚜기, 꽃병 등 열두 가지는 내가 개발한 것이다.
“환기” 내가 종이접기를 하는 목적은 이것이다.
성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목회자로서, 또 한 지성인으로서 긴장한 정신을 환기시키는 몇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
이를테면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하던 사람이 밖으로 나와 정원의 꽃나비를 관상하는 듯한 심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방법이 내 정신에 미치는 결과는 야무지다. 한 마디로 “소박한 행복”인 것이다.
동심 체험, 환기, 소일 등을 합친 과녁에 명중한다.
한 인간으로, 나아가 한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는 심오하고 장중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진정으로 심오하고 장중한 목적 속에는 동심 같은 소박성이 포함되지 않는가.
또 한 성인으로서 우리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동안 그 무게에 우리의 정신이 찌그러지기 쉬운데
건전한 취미는 이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독서, 악기 연주, 작문, 회화, 바이킹, 종이접기, 여행, 동식물 키우기 등 여가 선용은 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거기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주객을 전도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겠지만.
그대여, 그대 역시 삶의 예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실현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2012. 12. 28
이 호 혁
첫댓글 감사드리며, 새 해 강건 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