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코 이지숙 대표 /로페코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자 어려움 중 하나가 믿고 의지했던 가족과의 사별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후, 그 기업을 이어받아 기업으로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로페코의 이지숙 대표를 만났다. 남편이 생전 하던 연구개발을 상용화해 남편의 유지를 잇고 있다.
◇뽁뽁이 대체하는 단열시트
로페코의 대표 상품은 ‘다마거 시트’다. 겨울철 한기를 막아주고, 여름철 햇볕과 더위를 막아주는 단열 복합 필름이다. 자체 개발한 소재로 만들었다. 두께가 1mm도 채 되지 않는데, 이중창보다 한기 차단 효과가 좋다. 흔히 쓰는 에어캡(뽁뽁이)를 대체하는 제품이다. 단열 효과가 훨씬 좋으면서도 투명해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물로 붙이고 뗄 수 있어서 테이프 등이 필요없고 제거 자국이 남지도 않는다.
“에어캡은 목적 자체가 단열이 아니라 포장입니다. 전문 단열재보다 효과가 좋을 수 없죠. 문제는 가격인데요. 한 글로벌 기업의 단열재는 기준 면적(1mx1m) 당 30만원을 받는데, 저희는 1만원 수준으로 확 낮췄습니다. 충분히 에어캡을 대체할만 하죠. 자체 개발 소재로 만들기에 가능한 가격입니다.” 가정집, 사무실 등에 두루 활용된다.
다마거를 시공한 모습 /로페코
◇16년 된 회사, 6년 차 대표
로페코는 16년 된 탄탄한 기업이다. 창업주인 고(故) 홍중근 씨가 3년 전 유명을 달리하면서 아내인 이지숙 대표가 이어 받았다. “화학을 전공한 홍중근 전 대표가 2004년 창업한 회사에요. 전 원래 건축을 전공해서 내장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죠. 그러다 2018년 2월 홍 전 대표가 외근을 나가 일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과로로 세상을 떠나 로페코를 이어받게 됐어요.”
-남편에 대해 어떤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나요.
“공장 지하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연구개발에 열중했던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일을 정말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목표가 무척 뚜렷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물건을 만든다는 철학이 있었죠. 일상생활의 질을 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겁니다. 로페코 회사 이름 자체가 그 뜻을 담고 있습니다. ‘리더 오브 프로덕트 에코(Leader of Product Eco)’의 줄임말인데, 편리하면서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뜻이에요.”
로페코가 획득한 각종 특허와 인증들 /로페코
-남편이 개발한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뭔가요.
“다양한 특허를 갖고 있어요. 어린이 보호 차량 보면, ‘스톱’, ‘멈춤’ 같은 표지판이 붙어 있잖아요? 20년도 훨씬 전에 홍 전 대표가 특허를 받은 겁니다. 지금은 대부분 어린이보호차량에 달려 있죠.”
이랬던 그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황망했다.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기술도, 제품도 다 준비돼 있다. 꽃을 피웠고 열매까지도 맺었기 때문에 이를 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항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생을 달리해버렸어요. 얼마나 아쉬웠을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공장 지하, 연구실 책상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자료를 찬찬히 읽어봤어요. 제품의 개선점을 적은 노트부터 제품의 성능을 검증받은 국가공인 시험성적서까지. 정말 많은 자료가 있더군요.”
-읽어보니 어떻던가요.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료마다 그 노고를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한편으로 자랑스럽고 그 열정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으려니, 묻히게 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인테리어 사업을 정리하고 로페코를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회사로 계속 키워나가기로 했죠.”
로페코 이지숙 대표 /로페코
◇남편이 개발한 단열액을 단열재로 개발
남편의 뜻을 이어받은 대표 상품이 ‘다마거 시트’다. “홍 전 대표가 하루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선크림을 바르듯이 가정집의 창문에도 무언가를 발라주면 자외선이나 한기를 차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남편은 그 생각으로 생전 단열액을 개발했다다. 그런데 액체를 바르는 방식이라, 시공하기 불편했다. 인테리어 전공의 이 대표가 남편 사후 그 활용법을 고심하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단열액에 PVC를 섞어서 시트 형태로 만든 다마거 시트다.
나노 세라믹 소재에 PVC(Polyvinyl Chloride·폴리염화비닐)를 로페코만의 특수 비율로 배합했다. 투명해 보기 좋으면서, 선팅지 같은 어두운 기존 단열재 못지 않은 차단 성능을 가졌다. “PVC는 가격이 저렴해 단가를 낮추는 데도 좋었어요.”
다마거 필름 생산설비와 완제품 /로페코
상품성에도 신경을 썼다. 간편한 시공을 위해, 쉽게 붙이고 떼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접착제나 접착 필름 없이 물을 이용해서 시트를 창문에 붙일 수 있게 했다. 재사용도 가능하다. 코팅 방식으로 만들어진 필름은 한번 쓰면 망가지지만, 다마거 필름은 나노 세라믹이 혼합된 제품이라, 소재 자체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뒤에 접착액이 있는 제품들은 태양 빛을 받으면 열기로 인해서 삭아요. 나중에 이걸 떼어낼 때 창문에 붙어서 제거하기도 힘들죠. 친환경적인 가치도 살릴 수 있도록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실험만 남았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험 결과 이중 유리보다 단열 성능과 시야 확보가 뛰어난 것으로 나왔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단열성능과 시야 확보는 더 좋은 거에요. 그간의 고생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소재에 8대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다는 시험성적서도 받았다.
박람회에서 제품을 알리는 모습 /로페코
◇20만m 넘게 판매, 결국 부부가 함께 한 성공
출시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2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길이로 하면 20만m를 넘는다. “세상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사를 하고 있다.
다마거 성공 후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건축 업계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최근 방수제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석유공사와 계약을 맺어 납품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시트도 개발했다. 마케팅을 위해 농업박람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요.
“홍 전 대표의 목표는 뭐였을까. 계속 생각해 봐요. 홍 전 대표라면 버는 돈을 대부분 연구개발에 넣었을 거에요. 저도 최대한 그 실천을 하려고 합니다. 정말로 개인적인 욕심은 없어요. 끊임없는 투자와 시간 노력을 들여 계속 좋은 물건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남편의 뜻을 계속 받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