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을 떠난 지 거의 2년이 지난 어느 날 사이훙은 극장의 무대 옆에서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세상의 여러 방면에서 인생 경험을 쌓으면서 많은 곳을 여행해 보고 싶었다. 사이훙은 경극단의 일원이 됨으로써자신의 소망을 성취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시기에 배우란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극은 연기자의 표현력과 문학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종합예술이었다. 배우의 창조성을 사랑했던 사이훙은 극단이 전국을 순회하는 동안재미있는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배우의 창조성은 관객에게 흥분과인생에 대한 새로운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영성과 유사한 면이 있었으며, 사이훙이 가장 싫어했던 평범함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사실 배우로서의 창조성은 수도 생활이나 무림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었으며,창조성의 주체만 달리한 것에 불과했다.
사이훙은 여러 신장과 장군들의 배역을 맡았다. 대부분의 경극은종교적인 주제를 가진 것이었다. 사이훙은 경극에서도 무술을 구사해야했다. 그는 장생불사의 선인들과 연금술, 은둔자(특히 관직을 내던지고 산 속으로 들어간 역사적 인물들), 천상의 여러 신들과 노자등의 인물이 등장하는 극에 많이 출연했다.
자신이 맡은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몇 시간씩 무술을 연마해야 했던 사이훙은 덕분에 무술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많은 경극계의 거장들이 사이훙에게 연기와 가창 기술 그리고 경극에 사용되는 특수한 무술을 가르쳐 주었다. 사이훙은 경극의 소재가 되는 고전문학에 깊이 빠져 들었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양문여장등과 같은 전쟁을 주제로 한 고전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이훙은 극중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무술을 사용해야 할 때도 종종 있었다. 관객들 중에는 무사 역을 하는 배우가 정말 무술 솜씨가 좋은지 시험해 보려는 짓궂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극 배우로서의 삶은 사이훙 스스로 원했던 것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지칠 줄 모르는 모험심과 상상력이 불타고 있었다. 그는 스타였다. 사람들은 그가 연기를 펼쳐 보일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수없이 좌절하고속박을 당하며 매일매일 자신의 결점을 찾고 이를 고쳐 나가야 하는 도관의 수도 생활과는 달리 사이훙은 경극단에서 끊임없는 찬사를 받았다.
사이훙은 아름다운 추억 거리를 만들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쌓으려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해 나가고 있었다. 그의 마음의 궁전은많은 별채와 넓은 정원을 갖춘 대저택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자금성의 삼층 무대와도 같이 그의 생활은 화려한 구경거리와 환상적인무대 의상, 아름답고 달콤한 음악 그리고 가수들의 매혹적인 노랫소리로가득 찬 경극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사이훙은 경극이 주는 즐거움에푹 빠져 들었다.
영성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만약 사이훙에게 심경의 변화가 온다면 초야로 돌아간 관리들이나 사부와 같이 그도 고산준령의 은둔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대가 올 때까지 사이훙은 자신의 가슴속에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황금기 인생의 추억 거리를 새겨 넣을 것이다. 경극의 무대 위에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눈부시게 하며 휘둥그렇게 만들 모든 것이있었던 것이다.
캄캄한 무대 가운데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배우는 서 있었다. 담배 연기 자욱한 허공을 파랗게 물들이며 무대 중앙을 비추는 한 줄기 광선 밑에는 화려한 반사광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무대의 상을 입은 배우가 있었다. 그는 짧고 재빠른 걸음으로 무대 한가운데로 옮겨 갔다. 순간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으며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배우는 장자 역을 맡고 있었다. 그는 장자라는 인물을 상징적인 의상으로 연출해 내고 있었다. 배우는 금실 은실로 팔괘를 수놓은 밤색 장삼을입고 있었다. 장삼의 소매는 하얀 꽃 소매로 되어 있었다. 턱에는 말총으로 만든 긴 수염을 달았으며 하얗게 분장한 얼굴은 붉은 연지를 바른 뺨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주홍색 아이새도를 바른 눈 위에는 둥근 눈썹을 그렸다. 그리고 왼손에는 용의 머리를, 오른손에는 말총으로 만든채를 들고 있었다.
[나는 용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있습니다.]장자가 말했다.
[나의 말은 사람들의 가슴에 두려움을 심어 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을 때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지만 일단 그가 죽으면 <무덤아, 빨리 말하라.>하고 부채질만 해댑니다.]그는 위엄 있게 보이려는 듯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우리는 사람의 얼굴은 바로 볼 수 있지만 감춰진 가슴은 볼 수가 없습니다.]그는 자기 가슴을 가리키다 말고 갑자기 머리를 들어올리며 청중을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박부딪는 소리가 그의 몸짓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나는 죽었습니다. 진짜 죽었습니다. 나는 도사입니다. 장자는 일단 죽은 체하기로 했습니다.......]그가 어둠 속에서 말총채를 유성처럼 날리는 동작에 맞춰 악단은 또 한차례 효과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중국 경극의 줄거리는 청중들에게 친숙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원작을보러 극장에 가지는 않았으나 대신 똑같은 주제의 경극들을 수도 없이 보러 다녔다. 따라서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주된 구경거리가 되었으며관객들은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하며 극의 내용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심지어 배우가 대사를 틀리게 외면 그걸 수정해 주기까지 했다.
<나비의 꿈> 역시 관객들에게 친근한 내용이었다. 이 극에서 학자이며술법가인 장자는 스승에게 허락을 얻어 그의 처 티안 시와 재결합 하기위해 산을 내려온다. 그는 집으로 가는 도중 무덤에다 부채질을 하고 있는 여자를 만난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죽은 남편에게 남편 무덤의 흙이마를 때까지는 재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장자는술법을 써서 무덤을 말린다. 감사의 뜻으로 여인은 부채에다 다음과 같은글을 써서 건네준다.
<나를 불쌍히 여긴 방랑하는 도인에게그대 부인에게 말해 주시오. 나뿐 아니라 그대 부인 역시 덕스럽지 못하다고>집으로 돌아온 장자는 부채를 자기 아내에게 건네준다. 장자의 아내는영원히 정절을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장자는 그녀를 시험해 보기 위해 술법을 써서 죽은 척한 뒤 멋있게 생긴 학자를 만들어 내었다. 학자와 사랑에 빠진 장자의 아내는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그 남자는 첫날 밤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때 장자가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 낸 하인이 나타나 죽은 지 얼마 안 된 가족이나 친척의 썩지않은 뇌로 만든 약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장자는 죽은 지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꺼려했지만 결국 전 남편의 관을열기로 결심했다.
이상은 누구나 알고 있는 줄거리였다. 2장이 끝나갈 즈음 하얀 비단 옷을 입은 티안 시가 단촐한 제단 앞에 서 있었다. 단 위에는 촛불 두개,향로 하나 그리고 장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놓여 있었다. 그 뒤에 관이 있었다.
[안 돼!]티안 시는 찢어질 듯한 소리로 외쳤다.
[그이는 나의 남편이었어.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단 말이야? 안 돼.
난 결코 그런 끔찍한 짓은 할 수 없어.]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관에서 몇발자국 물러섰다.
[나의 죽음은 얼마나 비통한 것인가?]무대 뒤에서 죽은 애인의 음성이 들려 왔다.
[오! 첫 남편을 잃은 내가 이제 두 번째 남편마저 잃어야 하다니! 이관을 열어 젊은 부군의 생명을 구해야겠구나!]티안 시가 사라지자 무대는 장자가 독백했을 때처럼 다시 어두워진다.
막 뒤에는 무대 담당원이 대나무 막대를 잡고 있었다. 막대의 조종을 받으며 종이 나비가 장자의 관 위에서 펄럭거렸다. 종이 인형에 술법을 걸어 만들었던 하인이 부채를 들고 무대 위에 나타났다. 곡예와 무술 동작을 하면서 무대 앞으로 다가온 그는 꼭두각시 흉내를 내며 나비를 쫓기시작했다. 하인은 손을 뻗어 나비를 잡으려 했으나 나비는 재빨리 달아났다. 손목을 휙 쳐서 부채를 접은 그는 쪼그리고 앉은 채로 나비가 앉아있는 곳까지 살살 기어갔다. 하인은 숨을 죽이고 두 손으로 나비를 잡으려 다시 한번 시도했다. 그러나 관객을 향해 양손을 벌린 그를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다. 더욱 세련된 동작을 관객에 선보이고 난 하인은 더 이상참지 못하겠다는 듯 화를 버럭 내었다. 한쪽 다리를 올린 그는 부채를 휙펼치고는 거친 동작으로 부채를 좌우로 휘저으며 나비 잡기를 또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하인은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하인은 과장된 동작으로 부채를 접은 뒤 꼭두각시 걸음으로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이 장면은 관객들이 너무 잘 알고 있어 대사나 변사의 설명 없이 진행되는 장이었다. 이 이야기는 장자가 한때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세상의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즐거움을 누리다가 꿈에서 깨어나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꿈을 꾸어 장자가 되었는지 모르겠구나.>나비를 잡으려다 실패하는 장면은 인생의 허무함과 분별 의식을 풍자한것이었다. 그러나 풍자의 초점은 나비를 쫓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종이인형이라는 점에 있었다.
사이훙은 뒷무대의 분장실로 걸어갔다. 그는 온갖 종류의 의상을 입고있는 배우들 곁을 지나갔다. 극장의 어두컴컴한 분장실 통로에 서 있는그들 중에는 갑옷을 입고 얼굴에 색칠을 한 장군, 아름다운 여인들(실제로 그들은 모두 남자 배우들임.), 거북이와 새우 같은 옷을 입은 기묘한모습의 어릿광대들, 눈썹을 매달아 놓은 익살스런 스님, 수많은 연기용무기를 들고 있는 곡예사등이 있었다. 모든 색깔은 선명하게 눈에 띄는것들이었다. 남청색, 강렬한 주홍색, 짙은 녹색, 석양의 심홍색 등 다양하고 풍부한 색조로 물들인 비단옷에는 무수한 작은 은거울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으며 금실과 진주가 매달려 있었다. 호화로운 색깔은 인물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음정을 맞추는 소리,지나간 시대의 시를 읊는 소리들, 특히 시는 몇 구절씩 인용하여 필요한 자리에 넣어 부르면 한층 경극의 흥취를 돋우어 주었다.
사이훙은 자신의 분장 테이블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은무대 위에서는 큰 자신이 되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넓적한 얼굴은전형적인 무사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세심한 학자의 배역에는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베이징 경극의 배역에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다. 주역,여자역, 어릿광대, 호걸.악한, 단역으로 나뉘고 각 유형은 문인과 무인으로 또 나뉜다.
주역은 남자역으로 노인, 어린이, 학자, 무사가 있었다. 학자역은 완벽한 말솜씨와 뛰어난 가창력이 요구되었으며, 무사역은 곡예술과 무술 동작이 강조되었다. 학자나 관리, 퇴역 장군들이 대부분인 노인역은 길다란수염을 달고 위엄 있는 연기를 하며 가창력이 매우 뛰어나야 했다. 어린이역은 세련된 용모에 가성을 써서 어린이 흉내를 잘 내야 했다.
여자역은 경극단원으로 여자는 쓰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 때문에 남자가맡아야 했다. 사이훙은 여자역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이 전통도 서서히변해 가고 있었으며 여자 배우들도 점차 베이징 경극단의 일원이 될 수있었다. 여자역은 다섯 종류로 나뉘어졌다. 점잖은 중년 부인, 충실한 아내, 효성스런 딸과 같은 부류와 활달한 성격의 하녀 또는 문제 있는 여자(나비 꿈의 티안 시 같은 여자)와 같은 부류, 그리고 악한 여자, 여류 무사, 나이 많은 할머니등으로 나뉘었다.
어릿광대역은 언제나 하얀 얼굴을 하고, 자신의 특성을 나타내는 두어개의 까만 선을 얼굴에다 그리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물론 관객을 웃기는 것이었으며, 얼굴의 선은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았으며 때로는 외설스러운 것도 있었다.
사이훙은 호걸.악한 역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많은 의상을 껴 입고위엄 있게 행동하며 성량이 풍부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뚱뚱한배역의 조건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이 역에는 문인과 무사역이 있었는데 사이훙은 무사역을 선택하였다.
호걸.악한역의 배우들이 자신의 얼굴을 분장하는 형태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색깔은 배우가 나타내고자 하는 극중 인물의특성을 강조해 주었다. 적색은 용기와 정열을, 흑색은 거칠고 난폭한 성격을 나타내었다. 청색은 잔인함과 변태 성욕, 흰색은 배신, 금색과 은색은 신장의 얼굴을 나타내는데 쓰였다. 그리고 동물의 영혼과 불교의 108나한, 색다른 인물을 묘사하는 데도 금은색이 사용되었다.
사이훙은 언제나 이러한 도상에 따라 분장을 하였다. 그날 밤 사이훙은 천군을 지휘하는 장수의 하나인 어랑역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어랑이 자미대제의 조카가 되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랑은 어느 여신의 아들이었으나인간의 몸이었으므로 천상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 그래서 어랑은 천견한 마리를 데리고 천상의 변방에 살고 있었다. 경극에서 어랑의 역할은 하늘의 사자역이었다. 극단에서는 어랑의 두 가지 특이한 점을 중요시 하였다. 첫째는 그의 옷의 등뒤에 붙어 있는 네 개의 군기였는데, 군기는 장수가 군령을 내릴 때 사용되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의 이마에 있는 제3의 눈이었다. 그것은 어랑에게 투시력과 초능력이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먼저 머리 끈을 단단히 묶었다. 이렇게 해야 눈썹을 더욱 격렬하게 위아래로 흔들 수 있었으며, 눈을 더 크게 뜰 수도 있었다. 격렬한 노여움이나 강력한 힘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방법은 날카롭고 강렬한안광을 쏘아 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이훙은 이어 기초 화장으로 얼굴 전체에 흰 크림을 발랐다. 흰 크림은 그의 붉은 피부와 까만 눈썹을 가려 주었다. 이마와 눈 주위에는 하얀색을 칠했다. 그런 다음 하얀 파우더를 발랐는데 그것은 하얀색을 균일하게 해주며 윤기를 없애 주었다. 이어서 그는 기름칠한 금박을 이마와 코,양뺨, 턱에 입혔다. 다른 부위에는 번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는 코팅을 마쳤다. 그의 모습은 금으로 만든 신상처럼 되었다. 이어서 박쥐의 날개처럼 눈썹을 그린 사이훙은 뾰족한 붓으로 까만 수염을 그렸는데, 윗입술까지도 까맣게 칠해 놓았다. 까만 물감은 마치 면도 후에 남아있는 까무잡잡한 얼룩처럼 그의 금빛 얼굴 위로 퍼져 나갔다.
사이훙은 얼굴을 앞으로 기울이고 자신의 작업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얼굴에 바싹 달라붙은 물감은 제2의 피부처럼 원래의 피부 위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는 붓을 들어 붉은 물감을 찍어 아랫입술을 칠했다. 붉은 아랫입술은 까만 윗입술과 어울려 개가 으르렁거리며 짓는 모습을 연상시켜 주었다.
분장을 하는 데 엄청나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우로서의 삶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엄청나게 고된 훈련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정식 배우가 되는 데는 7년이 걸렸다. 그러나 연기 지도자와 연출가들은 그의 배경을 인정하고, 사이훙이 1년만에 스타로 부상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 1년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그는 하루에 몇 시간씩 노래 연습을 해야했다. 오랫동안 결투를 벌인 뒤 큰 소리로 노래를불러야 하는 연기는 호흡 조절도 제대로 못 할만큼 힘들었다.
곡예 담당자의 주문은 그에게 또 하나의 고통이었다. 경극에서는 모든종류의 공중 낙법과 재주넘기, 공중제비와 도약을 하였다. 몸의 균형을잡기 위해 얼음 위를 목발로 걷는 훈련도 있었다. 배우들 사이로 표창이나 무기를 던질 수 있는 정교한 투척 솜씨도 요구되었다. 분장 전문가로부터 세심한 분장 기술도 배워야 했다.
작은 돔 모양의 금속체를 집어든 사이훙은 접착제를 바른 다음 양미간에 붙였다. 그곳은 제 3의 눈이 열리는 곳이다. 사이훙은 화산에서 수행했던 시절을 생각했다.
<투시력을 얻는 일이 이렇게 쉬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사이훙은 머리에 달라붙는 속모자를 쓰고 청색과 주홍색의 갑옷 같이생긴 의상을 입었다. 등에 4개의 깃발이 달린 그 옷은 무게가 9킬로나 되었다. 4킬로가 넘는 투구에는 청색, 주홍색, 금색, 적색의 인조 진주 수십 개가 달려 있었으며 가벼운 털로 만든 동그란 장신구는 조그만 움직임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몸을 떨었다. 사이훙은 이런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를 단 채 결투를 벌이고 노래를 불렀으며, 제자리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몇 바퀴 회전하고는 단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묘기를 펼쳐 보였다.
악단의 격렬한 연주가 극의 절정을 알려 주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박수와 환성이 터져 나왔다. 극은 끝났다. 장자의 관을 부숴 열어 제친티안 시는 아직도 살아있는 까만 장삼의 시체와 마주치게 되었다. 정조를버린 자신을 비난하는 장자의 노한 음성을 들은 티안 시는 애인의 모습이환영이 되어 나타나자 스스로 자신의 목을 도끼로 잘라 버렸다.
관중들의 박수 갈채는 사이훙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그는 흥분으로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이훙이 무대 위에서 좀처럼 놀라지 않고, 부담 없이 관중 앞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얼굴에 물감을 발라자신의 본 모습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산의 거의 모든 수도자들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줍음을 탔던 사이훙은 분장을 통해 수줍음을털어 버릴 수 있었으며 무대는 그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한숨을 쉬며 무대 앞에 달려나온 장자역의 사이훙은 제자리에 멈춰 선다음, 앞에 선 사람에게 말총채를 던지고 수염을 뜯기 시작했다. 다섯 명의 하녀는 급히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사이훙은 창을 뽑아 들고는 무대앞으로 걸어갔다.
이 경극은 허베이 경극 <요술등>을 각색한 것이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셍무라는 아름다운 여신<화산에도 그녀를 모신 사당이있었는데, 사이훙은 경극에 나오는 것과는 좀 다르게 알고 있었다.>이 뤼안창이라는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에 격분한 어랑은 그들의결합을 방해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셍무에게는 그를 피할수 있는 요술등이 있었다. 어랑을 피한 셍무는 뤼 안창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는데, 애기의 백일 잔칫날 어랑은 자기가 기르는 천견을 그곳으로보낸다. 힘이 부족한 여신은 천견을 물리칠 수 없었다. 어랑은 화산 기슭에다 그녀를 감금시킨다. 쫓겨난 셍무의 남편은 아들 첸시앙을 천둥 도사에게 맡긴 후 결국 죽음을 맡게 된다. 아들은 무술을 배우며 법술을 터득하게 된다. 마침내 도사는 그의 어머니가 처해 있는 곤경을 알려 주며 그에게 마술 도끼를 선사한다. 첸시앙은 화산을 박살내고 그의 어머니를 구출한다.
사이훙은 어두운 무대 가장자리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관객 앞에 있는 셍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악단의 불협화음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관중은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는 그를 볼수 없었다. 그가 천국 밖에서 영원한 세상을 기다리는 하늘의 무사 어랑이란 말인가? 그가 지난 사대의 장군과 영웅 그리고 신장 역을 하는 배우란 말인가? 그가 타락한 수도자란 말인가?
북과 징으로 한바탕 요란한 화음을 연주한 악단은 곧 이어 잔잔한 멜로디를 내보냈다. 몇 차례 종이 울렸다. 그것은 사이훙이 무대에 오른다는신호였다. 그는 그것이 도관의 종소리라고 생각하며 무대 위로 나갔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언제나 그를 흥분시켰다.
사이훙이 이번에 출연한 경극은 자운화라는 무술 경극이었다.
이 극은 비교적 관객들에게 덜 알려진 것으로서 인간의 삶을 가장 풍자적으로 묘사한 극이었다. <백사전>이라는 유명한 경극을 조금 변형시킨 이 극은 자운화라는 미모의 여검객이 중병에 걸린 애인을 구하기위해 화산 꼭대기에 있는 약초를 구하러 나서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약초는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희귀한 풀이었다. 오랜 여행 끝에 그녀는 화산에 도착하지만 약초를 지키는 도사들은 그것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약초는 아주 희귀한 것이며 은자들과 속세인은 무관하다는 것이이유였다. 그녀는 공격을 개시한다. 도사들도 뛰어난 검객이었지만, 그녀는 많은 도사들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아무리 뛰어난 자운화였지만 숫적으로 밀리는지라 쌍방의 결투는 교착 상태에 빠져 사흘이라는 긴 시간이흘러간다. 배우들은 이 대목에서 자신의 무술 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주직은 마침내 약초를 주는 대가로 자운화의 독특한 검법을 가르쳐 달라는 제안을 한다. 이 부분이 극의 절정에 해당한다. 도사들에게 무술을가르쳐 주고 약초를 건네받은 자운화는 집으로 돌아가 애인을 구한다. 이경극에는 많은 호기심을 자아 내는 주제가 들어있다. 첫째, 뛰어난 무술을 가지고 활동을 벌이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점이다. 둘째,화산과 같은 특별한 곳에서 기르는 약초는 도사들이 연금술을 통해 이루려 하는 불로장생의 반향이라는 점이다. 셋째, 약초가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해도 도사들은 성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것을 내준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세속적인 일에 전혀 무관한 듯이 보이는 도사들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일만은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제는 무림과 도사들 세계에도 세속의 즐거움과 크게 다르지않은 요소가 많이 있음을 암시해 주었다. 이러한 주제는 전설이나 신화에그칠 뿐이지 영적 구원을 찾아 나서라는 유혹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남다른 영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이훙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수많은 경극이 도사들을 주제로 한 것이지만 이번 경극은 그의 인생과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이 경극은 사이훙으로 하여금 자신이 걸어온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밤 사이훙은 안후이성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사이훙은 자신도 헤아리지 못할 만큼 여러 번 도사의 역을 맡아 연기를 하였다. 파우더를 바른 하얀 얼굴에 아치 모양의 까만 눈썹, 무겁게 느껴지는 속눈썹 화장, 자줏빛 아이새도 그리고 빨간 볼 화장을 한 사이훙은 회색 무명 장삼을 입고 연기용 검을 휘두르며 자운화와 결투를 벌였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무대 위에서 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진짜 도사가맞이하게 될 기막힌 삶의 전환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관중은 유난히 시끄러웠으며 들뜬 분위기였다. 극은 저녁 때부터상연되었으나 가곡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학적인 경극은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오는 늦은 시간대에 주로 공연되었다. 그래서 공연의 초반부는언제나 대사나 노래가 거의 없는 액션이 주종을 이루었다. 무식하고 불량기가 많은 초저녁의 관객들은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잡담을 하거나노래를 불러댔다. 극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바닥에 참외 씨와땅콩 껍질을 버리고, 배우들에게 외설스런 소리를 지껄여 댔다. 언제나그런 소리를 무시하고 연기를 해왔던 사이훙은 자기 차례가 되자 무대 가운데로 걸어갔다.
악단은 빠른 템포로 북을 치며 징을 몇 차례 울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사이훙은 거만한 자세로 무대 한가운데 서서 자운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하고 사치스런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사이훙의 거만스러운 태도에 지지 않으려는 듯 왼발을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딘 채 서 있는 그녀의 등뒤에는 비단 장식이 달려 있는 검이 꽂혀 있었다. 검법의 자세를 취한 그녀의 두 손은 사이훙을 향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물감을 칠한 채 서로를 응시하고 선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두 개의인형처럼 보였다.
[우리 도사들은 세속을 떠난 은자들이다. 우리는 하찮은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다.]사이훙은 이렇게 말하면서 말을 알아들었으면 속히 이곳을 떠나라는 손짓을 하였다. 악단은 그의 동작에 맞춰 한 차례 효과음악을 연주했다. 자운화는 자세를 바꾼 다음 원을 그리며 한 바퀴 걷고 나서는 다시 손을 뻗어 사이훙을 가리켰다.
[여하튼 나는 약초를 가져가야 해.]자운화가 소리쳤다.
사이훙은 무대 위의 각광이 그의 눈동자를 비추게끔 전방으로 발걸음을 옮긴 다음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두 눈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우리는 사흘 동안이나 싸웠다.]사이훙의 음성이 실내에 울려 퍼졌다.
[우리 중 어느 쪽도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또 한 차례의 음악이 나왔다.
[그러니 흥정을 하는 게 어때? 당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 즉 당신의 검술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면 우리도 그 약초를 당신에게 주겠다.][그게 정말이야?]자운화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렇다. 우리는 도를 닦은 은자들이다. 우리는 세상사에 관여하지는않지만 당신의 지극한 정성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거야.][이보게, 배우 양반.]사이훙은 관객의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당신이 은둔이 뭔지 알기나 해?]관객석에서 다시 한 음성이 들려 왔다.
사이훙은 급히 얼굴을 돌려 관중석을 쳐다보았다. 그는 자운화의 대사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은둔이란 세상을 버리는 것이지만 깨달음은 세상을 방랑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야.]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낸 사이훙은 즉시 고개를 돌려 연기를 계속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두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 경극 공연 중에 현인을만난다는 것은 매우 진기한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경극을 보러 오는일은 없었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상투를 꽂고 긴 수염을 기른그들은 짙은 청색 장삼을 입고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결코다른 사람들과 혼동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하였다.
한 장면이 끝나자 사이훙은 급히 무대 뒤로 달려가 무대 보조원에게 그들을 공연 후 식사에 초대하겠다는 전갈을 보냈다.
자정이 조금 지나서야 사이훙은 공연을 끝낼 수 있었다. 짙은 청색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다시 한번 얼굴을 닦아 내었다. 분장을 닦아 내는 것은 아주 성가신 일이었다. 파우더는 조금만 지나고 나면 땀구멍과주름 속으로 들어가 쌓였다. 모든 베테랑 배우들의 얼굴은 마치 송장 같이 핼쑥했다.
사이훙은 극장 로비에 있는 두 도사를 찾아내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두 도사는 답례의 표시로 합장을 하였다. 어둠과 담배 연기가 깔려있지 않으니 사이훙은 그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사람은 매우 야위었으나 키는 큰 편이었다. 그는 자신은 시후 신선이라고 소개했는데, 세자를쓴 이유는 외모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달걀형으로 생긴 얼굴은 하얗고 매끄러웠으며, 커다란 두 눈은 평온해 보였으나 사물을 보는 눈은 날카로울듯했다. 하얀 턱수염을 길게 뻗어 있었으나 숱은 적어 보였으며 꼭 다문두 입술에는 자상함이 배어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뚱뚱하지도 야위지도 않았다. 시후 신선과는 달리 징취안은 쾌활하였으며 얼굴에는 익살스런 표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무슨 일에나 웃음을 터뜨리고 미소를 지었으며 장난기 있는 눈을 깜박거렸다. 수염은 풍부하고 안색은 붉었으며 행동 하나 하나에는 힘과 장난기가 넘쳐 흘렀다.
두 도사를 근처의 음식점으로 안내하는 동안 사이훙은 내내 기억을 되살려 내고 있었다. 그는 이 두 신선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두 도사는 그들이 이룬 높은 차원의 영적 성취를 인정받아 신선이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두 사람은 서로의 진정한 영적 우정을 발견하고는 2백년이 넘도록 친구로 지내오고 있다고 하였다. 그들의 머리는 하얗게 세어서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칠십 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 외관상으로 추측하는 나이는 실제의 나이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사이훙은원래 현실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전설 따위에는 회의를 품었다. 그는 그저 이 두 사람이 태도나 하얗게 센 머리카락으로 보아 나이가 좀 들어 보인다는 것만 인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모든 점에서는 그보다도 훨씬 젊고 정력적인 것 같았다.
세 사람이 이층 조용한 방에 자리를 잡고 나자 이번에는 두 도사가 그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도교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시후 신선이 물었다.
[예.]사이훙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전 상당 기간 공부를 못했습니다.][글세....... 인생 자체가 공부지. 그렇지 않아?]징취안 신선이 말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대사님.]사이훙은 경의를 표하며 그 말에 동의해 주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두 분께서는 굉장한 경지에 올라있는 것 같습니다.][아, 그야 물론이지.]징취안 신선은 도사답지 않게 터무니 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이빨이 드러나도록 싱긋 웃으며 사이훙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수많은 비법을 터득했지.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우리는 신비의문을 찾았지. 우리는 몸을 감출 수도 있고 공중을 비행할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천국에 가 있지. 어때?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사이훙은 시후 신선을 쳐다보았다. 그는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사이훙에게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사이훙은 그들이 자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보게 젊은 양반, 전에 날개 없이 나는 걸 배운 적 있나?]징취안 신선이 계속 말을 이었다.
[예, 있습니다. 날 수가 없다면 어떻게 천국에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그렇지, 그렇고 말고]징취안 신선은 키득키득 웃으며 대답했다.
시후 신선이 몸을 앞으로 당기며 말을 꺼냈다.
[그건 어떤 술법이지?][날개 없이 난다는 건 물론 비유로 한 표현입니다.]사이훙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러나 징취안 신선의 낄낄 거리는 웃음이사라졌다.
[그것은 사람의 기를 척추로 끌어올리는 걸 말합니다.][장신술의 비결은 무엇이지?][그것은 고요히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도마뱀처럼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다.][천국에 가는 법을 말해 보아라.]시후 신선이 명령하듯 말했다.
사이훙은 이마를 만지며 대답했다.
[천국은 두개골에 있는 영문을 비유해 말한 것입니다.][그러면 자네의 머릿속에 노자가 있는 걸 아느냐?]징취안 신선이 물었다.
사이훙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 성인 역시 뇌하수체와 연관된 영문을 상징적으로 말한 것입니다.][노자의 외단을 먹어 본 적은 있느냐?]시후 신선이 물었다.
[불행히도 아직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도는 아직도 미천합니다.]시후 신선은 다시 허리를 뒤로 기대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징취안 신선은 사이훙을 쳐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자네의 상태를 솔직히 말해 주었어. 도를 닦는 친구를 만나게되어 영광이야.]징취안 신선은 결론을 짓듯 말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사이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음식이 나오자 테이블을 조용해졌다. 신선한 야채 요리는 그들의 식욕을 돋우어 주었다.
[자네는 정말 친절하군.]징취안 신선이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제 초대를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사이훙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두 분의 전력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잠시 후 사이훙이 이렇게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거 없어.]징취안 신선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나 사이훙은 신선들이 결코 자신의 행적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이훙은 그들의 행적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생각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질문은 필요치 않았다. 그는 가장 정확한 방법, 즉 순수한 느낌으로 그들이 이룬 영적 성취를 이해해야 했다.
사이훙이 영적인 인물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두신선과 마주앉아 있는 시간은 사이훙에게 있어서 축복과 평정의 시간이었다. 그는 두 사람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영력을 느낄 수 있었다. 화산을떠난 지 수십 개월이 지난 그 즈음 사이훙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영력을까맣게 잊고 있었다. 단순히 지나치기만 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순간적인 즐거움이나 활력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행복의 눈물을 흘리게 할수도 있었다. 지금 두 신선과 함께 있는 사이훙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있었다. 그는 자기가 신선들과 같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두 신선들이 맛있게 식사를 마치기까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사이훙은마치 고향에 온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는 그러한 감정이 단순히 도사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 때문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그는 아홉 살때부터 도사들과 같이 생활해 왔다. 사이훙은 이 도사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대사님들과 같이 도를 닦고 싶습니다.]사이훙이 말했다. 두 신선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도관에 살고 있지 않아. 방랑자들이지.]시후 신선이 대답했다.
[그런 건 관계없어요.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우리 생활은 매우 가난해. 일류 배우들의 생활과는 아주 딴판이지.]그는 사이훙의 결심을 시험하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난 무대를 알기 전에 이미 신단을 알고 있었어요.][우리는 오늘 밤 떠나려 한다.]징취안 신선이 말했다.
사이훙의 마음은 확고하였다.
[좋습니다. 소지품을 챙기고, 극단에 통보하고 오겠습니다.]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동문에서 기다리고 있겠다.][한 시간 안에 그리고 가겠습니다.]사이훙은 극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유흥 생활을 즐기는 배우들이라 거의 다 밖으로 나가고 몇 명만 자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잠시 생각을 한 그는 편지를 써 놓은 다음 소지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떠날 채비를 끝낸 사이훙은 얼마 동안 분장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쪽빛 조명 아래서 자신의 모습을 유령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분장용접시들은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접시 가장자리에는 빨간색, 황금색, 검은색, 자주색, 녹색 등 갖가지 물감이 묻어 있었다. 사이훙은 자신이 조금 전에 쓴 편지를 들여다 보았다. 반투명의 하얀 종이 위에는 자신의 인생 전환을 알리는 까만 글씨가 적혀 있었다. 테이블의 옆에는 장군역에 쓰는 투구가 놓여 있었다. 은거울들은 희미한 빛을 내고있었으며 빨간 아닐린과 주홍색 물감을 들인 가벼운 털로 만든 동그란 장신구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1미터나 되는 꿩의 깃털을 만져보았다. 그는 깃털을 잡아 아래로 당겼다. 그는 손끝에 깃털의 부드러운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관중의 박수 소리가 그의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 오는 듯했다. 사이훙은 깃털을 놓고 용수철처럼 그곳을 뛰쳐나갔다.
밤공기는 차가왔다. 등불이 없는 사이훙에게 만삭이 되어 가는 밝은 달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추위로 몸을 떨었지만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빛은 그의 마음을 희망으로 가득 채워 주었다.
사이훙은 어렵지 않게 두 신선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들은 따뜻이 사이훙은 맞아 주었다. 세 사람은 곧바로 길을 떠났다. 얼마 가지 않아 긴나무 다리를 만나게 되었다. 사이훙은 다리를 건너면서 이 다리가 현재의상황에 참 적절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다리를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졌다.
세 사람이 다리를 절반 이상 건너갈 즈음 징취안 신선이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좀처럼 웃지 않는 시후 신선이 사이훙을 향해 이해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 봐.]징취안 신선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발자국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우리라고? 다시 들어 봐.]징취안 신선이 말했다.
사이훙은 그때서야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두 신선에게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사이훙이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 그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자네는 갈 길이 많이 남았어.]징취안 신선은 웃으며 사이훙의 등을 두드렸다.
그들은 한 폐찰에서 밤을 보냈다. 폐찰은 두 신선이 매우 좋아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그곳은 그들에게 이상적인 안식처가되어 주었다.
사이훙은 열성을 다해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조롱박에 물을 길어 놓고 땔나무를 주워 모았다. 한때 일류 배우였던 그의두 손은 이제 차가운 아침 물에 적셔졌고 매끈한 피부는 쪼개진 나뭇가지에 긁히었다. 그러나 그는 행복했다. 화산에서는 그렇게 일하는 걸 싫어했던 자신이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는 생활을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두 신선이 그에게 일용품을 사오라고 했을 때도그는 즉시 제자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사이훙은 이제서야 종교인의 헌신적인 마음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먼동이 채 뜨기 전이었지만 길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각자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로 거리는 생기가넘쳐 흘렀다. 당나귀에 잔뜩 짐을 싣고 가는 농부들도 있었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나무를 지고 가는 나무꾼도 있었다.
사이훙은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불현듯 자신이 매우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이훙이 화산을 떠난 지도 3년이 지났다. 그 3년은 양심의 속삭임을 애써 외면하고 영적인 삶에서 벗어난 기간이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뛰어난 무술을 과시했으며 그로 인해 상처를입기도 했다. 그는 예술의 영광, 관중들의 환호에 깊이 빠져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펼쳤던 배우였다. 그리고 그는 젊고 부유한 신사가 되었으며 마음 속에 아름다운 궁전을 수없이 지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와서야 그런 것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사이훙은 앞날을 내다볼 줄 몰랐던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큰 결점이 충동적이고 성급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화산에서 다른 수행자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을 때 그는 주의가 무척 산만했었다. 스승들은결코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이훙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사이훙은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서 이제 그 귀중한 여러 비법을 영영 배울 수 없게 되었으며, 화산을 떠난 후 보냈던 3년이란 세월도 자신의 영적 수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이훙은 대사부가 그에게 당부한 과업을 떠올렸다. 그러나 대사부의당부와는 달리 사이훙은 거지에게 동전 몇 닢을 던져 준 것 외에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준 일이 없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의 변덕스런욕구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의 명성과 성취에 사로 잡혀 있었다.
실패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친척이나 동료, 나아가 스승들과 어깨를나란히 하고 싶은 심정에서 사이훙은 대사부가 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을희생시켰던 것이다.
사이훙은 이제 다시 수행을 할 수 있는, 다시 제자가 될 수 있는, 자신을 도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는 어떤 용서나 사과도 자신의 실수를 덮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일은 잊어 버리고 더욱 정열적으로 앞날을 살아가는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사이훙은 후디에가 옳았다고 생각했다. 후디에가 그에게 기친 불행에도불구하고 투즈선의 별장에서 했던 말을 옳았다. 죄의식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앞날을 내다보고 인내하는 것뿐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운명을 쫓아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이 영적 구도자가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건을 구입한 사이훙은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절은 걸어서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그는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을고행의 발걸음으로,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을 하나의 염주알로 생각했다.
신시가 되어갈 무렵 시후 신선은 사이훙을 그늘진 마당 귀퉁이로데리고 갔다. 폐찰의 마당에는 부서진 건물 조각들과 잡초들이 한데 섞여있었다.
[나와 징취안 모두 너를 지도해 줄 것이지만 나는 우선 도를 닦는방법의 윤곽을 잡아 주겠다.
어젯밤에 가르쳐 주었던 것에 이어 말하겠다. 자네는 신비의 문을 찾아내야 해. 그러나 그 문은 신장들이 지키고 있지. 자네는 먼저 신장들에게 줄 공물을 마련해야 하고 다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곳을 통과할 수 있도록 몸을 감추는 능력을 가져야 할 거야. 그와 함께 하늘가지날아갈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해. 그리고 방 안에 있는 노자를 놀라게 해서 그가 갖고 있는 금단의 병을 낚아채야 돼.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신장들을 죽이고 궁전의 담을 허물어뜨린 다음 신선이 되어 지상에 되돌아 올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배워야 해!][<손오공>이란 경극과 비슷하군요. 저는 거기서 원숭이 역을 한 적이있습니다.][하지만 이건 경극이 아니야.]사부는 준엄하게 말했다.
[자리에 앉아서 내 말을 계속 들어. 첫째 할 일은 신장들에게 줄 공물을 준비하는 것이야.][그게 뭔데요?][금이나 보석 따위로는 신장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인간의영혼이야. 그건 자네를 이 지상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금단을 얻고, 자네가 그 비결을 제자에게 가르쳐 주어 도맥을 이어 놓기 전에는 영원한 세계로 떠나지 않겠다는 맹세야.][맹세하겠어요. 성스러운 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어요.]사이훙이 말했다.
[성급하게 굴지 말아라.]시후 신선이 주의를 주었다.
[자네에게 결단력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 항심을 가져야 해. 항심이 없으면 우주를 날 수 없어. 우주를 난다는것은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자네는 지나치게 성공에집착하고, 실패할까 우려하고 있어. 그런 마음은 오히려 커다란 장애가될 뿐이야. 자네는 그런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안 돼. 내 말 알아듣겠지?][예, 사부님.][몸을 안 보이게 한다는 것은, 어젯밤 자네도 말했지만, 명상의 적정상태를 의미하는 거야. 그 상태가 되어야 신비의 문을 미끄러져 통과할 수가 있다. 이 문은 눈썹 사이의 제 3의 눈에 위치하고 있다. 이 제3의 눈을 통해 자네는 언젠가 신성한 빛을 볼 수 있을 거야. 정, 기, 신을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을 때, 다시 말해 그것들은 신비의문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때 자네는 하늘을 날수 있는 거야. 금단을 낚아챈다는 말은 경락이 열려 자네의 기가 신비의 문을 깨뜨리며 지나간다는것을 의미하는 거야. 그러나 그 마지막 단계에서 그곳을 지키는 신장들이나타나는 데 자네는 그들을 죽여야 하는 거야.][그 신장들은 무엇입니까?][그들은 망상의 대리인들이지. 자네는 가아는 자네가 영적 성취를 얻는 걸 원치 않아. 왜냐하면 자네가 깨달음을 얻게 되면 가아를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지. 가아는 자네와 싸워 자네가 바라는 목표를 성취하지못하게 할 거야.][가아는 진정한 자아가 아니군요?][가아는 가고 오는 것이며 태어났다가 죽는 것이지. 하지만 진아는 영원한 것이야. 그것은 변하지도 않고 형체도 없는 것이지.][그러면 가아를 죽인다는 것은 진아가 가아를 제압한다는 걸 의미하는군요.]시후 신선은 빙그레 웃었다.
[사실은 가아는 존재하지 않는 거이야.][가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온갖 문제를 일으킬수 있는 겁니까?][거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자네 스스로 그 답을 찾아라. 그 온갖 문제가 누구에 대한 것이냐? 가아는 상상의 산물이야. 그런데 우리는 가아에 실체를 부여하고 있어. 그 결과 우리는 고통과 쾌락을 경험하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가아의 포로 상태에 있는 거야. 만약 우리가 가아의 본질을 탐구해 들어간다면, 그것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 순간 가아와 고통과 쾌락은 사라지게 될 것이니라.][그러면 괴로움도 상상으로 인한 것입니까?][그렇다. 자네는 자신을 실제의 자네와 다른 인물로 상상하기 때문에괴로움을 느끼는 거야. 사실 자네에겐 진아 하나밖에 없어. 자네는 어떤인간적인 속성도 없는 진아, 즉 <본래의 나>야. 그것은 이름도 형체도 없는 거지. 자네가 그런 사실을 깨닫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형체와 감정과생각 따위에 매달려 있는 거야. 가아가 생기면서 자네에게 형체를 준 거야. 지혜로운 사람은 단순히 존재할 뿐이지. 그는 생각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이 하나의 신이라는 걸 알고 있지.][전 아직 가아를 죽이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자네는 아직도 두 개의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나? 정신차려! 가아는 단지 상상물일 뿐이야. 자네 자신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자네는 망상을 벗어 던지고 상상적인 형체를 버리기만 하면 돼.][그러면, 그 망상을 벗어 던지는 주체는 누구입니까?][<본래의 나>가 망상을 벗어 던지는 거야. 그러면 <본래의 나>만 남게되지.].그 <본래의 나>가 나를 망상에 묶어 두는 상상의 가아를 벗어 던지는거군요.][그렇다. 우리 모두는 망상의 무지에 빠져 있는 거란다. 네 자신이 좋은 예가 아니야? 우리는 무대 위에 서 있던 자네를 보았지. 그것처럼 완벽한 예가 어디 있느냐? 자네는 관객들이 보고 그대로 믿는 극중 인물의역을 하는 배우였지. 배우와 관객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내내 환상의 희생물이 되었어. 그것은 우주의 연극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연극이었어. 그것이 자네의 지난 삶이었지.
명상 중에는 자네의 개체 의식에 매달리면 안 돼. 인생이라는 이 애처로운 작은 연극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단순히 배우의 역을 하고 있을 뿐이야. 어떤 이유로 한 장면에 등단하지만 역이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해. 하지만 분칠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아의 의식을 진정한 본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아의 의식, 그신장을 죽여야 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이제 한 가지 과제만 남게 된다.
마음의 궁전을 허물어뜨리는 것 말이다.]사이훙은 불현듯 어떤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궁전의 벽은 반드시 허물어뜨려야 한다. 그것은 자네와 자네 본체 사이에 놓인 마지막 장벽이기 때문이야. 이 벽을 무너뜨려야만 우리는 우리의 본체로 돌아갈 수가 있어. 일단 우리가 명상 중에 우리의 본체와 한순간이라도 합일되기만 하면, 우리는 세상과 우리의 개체성에 대한 모든 의식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포기라구요?][자네 같은 무사에게 포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자네도 결국은 그렇게 해야 될 거야. 그것은 모든 행위와 욕구, 결정 따위를 포기하는 걸 의미한다. 명상의 형상까지도 초월하는 것이야. 궁전의 벽은 형상의 세계인 거야.][어떻게 궁전의 벽을 포기로써 허물어뜨릴 수 있습니까? 어떻게 망상을그런 식으로 극복할 수가 있겠습니까?][망상은 헛된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의 활동적인 면이라고 보아야해. 이러한 활동성은 형상을 만들어 내지. 그 다양한 형상으로부터 망상이 오게 되는 거야. 하지만 모든 형상과 변화는 모두 마음 속에 있는 거야. 자네는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도관과 산들을 쳐다보기도 하지. 이런것으로 인해 자네는 자네 본질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야.
형상을 버리고 의식에 초점을 맞추어라. 그러면 다양하고 분리된 형상은 한 편의 꿈과 같이 부서져 버린다. 마음의 움직임을 그치고 적정으로 들어가라. 활동성에서 물러나와 무위로 들어가라. 근본으로 물러나 있을 때 모든 망상은 스스로 그치게 될 것이다.
그대 자네는 노자와 금단과 신장과 궁전의 벽이 단지 자네 마음 속에존재 하는 것에 불과함을 알게 될 것이야. 유일한 진실은 자네 자신을 형체 없는 하나로서 깨닫는 데 있는 것이야. 하지만 말로써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노력 없이는 어떤 성공도 있을 수 없다.
시후 신선은 사이훙에게 올바른 명상 자세를 가르쳐 주고는 명상에 잠겨 있는 사이훙을 남겨 두고 그곳을 떠났다.
조그만 폐찰의 방에는 아무런 장식이나 가구도 없었다. 회반죽을 바른벽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겨 더럽다는 느낌마저 들지 않았으며 오히려고풍스런 멋이 배어 있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 왔다. 백단향의 엷은향기는 마치 옛날의 추억처럼 마당 가득 퍼지고 있었다. 바람 한점 없는맑은 대기가 코끝으로 느껴졌다. 정적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무겁게 깔려 있었다. 사원의 경계선에는 깊은 정적의 웅덩이가 패어 있는것 같았다. 사이훙은 그 웅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물 속 가장 깊은곳까지 침잠해 들어간 그는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자세로 깊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사이훙은 실제로 물에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의 코,입, 그의 모든 구멍으로 물이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며 얼마 후에는뼛속까지 물로 적셔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이훙은 그곳에서 유동성을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묵직한 도관의 공기를 호흡했다. 그는 바위가 되었다. 고요의 바다 밑바닥에서 성스러운 커다란 바위가 되어가고 있었다.
외부 세계와 내면 세계가 하나로 되어갔다. 내면은 외부와 구분할 수없게 되었다. 명상의 세계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은 우주의 주기인가? 아니면 그의 척추를 타고 올라가는 기의 박자인가?
그는 그의 스승들이 인간의 몸은 소우주라고 한 말이 사실임을 느낄 수있었다. 이제 그 자신이 우주가 아닌가?
태초의 어둠 속에서 수천 개의 태양과 수백 개의 은하를 만들어 낸 것은 그의 생각이었다 우주를 움직인 것은 그의 숨결이었다. 그의 우주는 5대 원소와 만 개의 물질로 진화해 갔다. 그 많은 것 중 몇 개만 이름이붙여지고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그 마음속에서 경이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사이훙은 자신의 몸이 기능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신경 조직이정보를 전달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으며 미묘한 전기 에너지의 흐름도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여러 다양한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어떤 냄새는 향기가 났으며, 어떤 것은 악취가 풍겼는데, 그런 냄새는 몸의 각 기관으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액체와 가스의 흐름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우주는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천한 인간이 만든 가련한 발명품에 비유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유기체도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이지만 신성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것은 생각과 비생각, 존재와비존재를 모두 다 포용한다. 그러한 모든 정의와 비유는 모두 뒤집어야할 것이다. 그 우주는 무한히 컸다. 그는 소우주였다.
스승들은 세상은 망상이라고 했다. 단순한 논리로 생각한다면, 인간이외부 세상의 소우주라면 사이훙 역시 존재하지 않는 세계 안에 존재하는환영, 즉 망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명상이 어떤 상태이기도 하지만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단이라고 알고 있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실체이건존재하지 않는 망상이건 그런 것은 그에게 관심 밖의 문제였다. 사이훙은내부의 모든 힘을 집중시켜 한 점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나 망상도 실체를 갖고 있었다. 그는 그 막을 꿰뚫고 이 문제의 해답을 구하기로 결심하였다.
사이훙의 몸 속에서는 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는 더욱 정신을 집중시키면서 호흡을 깊이 가져갔다. 그의 마음은 몸속 깊은 곳까지 잠수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몸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정액을 휘젓는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명상 생활을 해왔던그는 쉽게 정, 기, 신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다. 그런 다음,그는 액상의 빛 덩어리 같은 기의 정수를 위로 끌어올렸다.
명상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기의 상승이 곧 높은 영적 차원으로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의 움직임은 정교한 것이었다. 그는영문이 빙빙 돌면서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엄청난 힘이 솟구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에 까마득하게 보였던 스승들의 모든 능력들이 그의 손바닥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런 능력들은 알고 보면 너무 쉬운 것들이다. 그것들은 어린애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처럼 쉽게 손에 잡을 수 있는것이었다. 그는 황홀경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자존심과자아 의식이 날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비한 능력에 마음을 빼앗길수록 그러한 유혹은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고전압의 인간 에너지의가느다란 기둥 위에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사이훙은 거기서 떨어지는것 또한 너무나 쉬운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핵융합으로 생성되었던 태양이 스스로 타면서 빛을 발산하는 것처럼정.기.신이 합일된 기의 정수가 내뿜는 광채 또한 점점 커져 갔다.
여기 신비의 문을 미끄러져 통과해 나가는 금빛 찬란한 빛이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영원의 흐름을 막는 무엇이 있다. 그것은 엄청난 긴장감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곧 맞게 될 와해를 방해하는 가아였다. 그는 앞으로나아가고 싶었으나 어떤 것이 그를 뒤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빛은 깜박거리고 있었다.
사이훙은 신비의 문을 물밀듯 통과해 가는 빛을 다시 보았다. 그것은커다란 힘이었다. 사이훙이 해야 할 일은 그저 그대로 자신을 내맡기는것 뿐이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그 빛이 자신의 존재를 접수해 가도록내버려 두는 것뿐이었다. 사이훙은 이번에는 잠깐 동안만 망설였다. 그는그 다음 순간 올라오는 광채 속으로 자신을 송두리째 밀어 넣었다.
사이훙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떤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거대한 폭발로 인해 자신의 몸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가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 이상 무엇을 느낄자아가 없었다. 거기에는 오직 금빛 찬란한 빛과 자아가 굴복한 흔적뿐이었다.
사이훙이 다시 인식 속으로 돌아오기 가지는 몇 시간이 걸렸다. 이상한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생각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죽음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모든 정수는 빛의 흐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한 그의 몸 전체는 어둠 속으로 말려 들어갔다. 사이훙은 내면에서 생명감 넘치는 한낮을 창조해 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자신에게 춥고 외로운 밤을 남겨 주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갇혀 있었던 그의 영혼은밝은 빛 가운데로 떠올라 마치 잠에서 깨어난 아름답고 새하얀 백조처럼마음껏 호흡하며 즐거워했다. 그의 영혼의 황금빛 찬란함과 기의 자취는 길다란 천국의 깃발 같았다. 그러나 그의 몸은 시들어 가기 시작했다.
사이훙은 기를 흐트러트리는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그의 소우주를 다시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는 49일간의 명상으로 영적 죽음 - 열반을 맞이 했던 도사들을 알고 있었다. 사이훙은 이제까지의 명상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자신이 하는 것과 같은 49일간의 명상은 자신을 완전한 영적 존재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그러면 그의 육체는 죽어갈 것이다. 그 긴 시간을 아무것도 먹지않고 견딘다는 것 또한 경이로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금욕 생활과 식이요법, 휴식, 운동등을 하는 이유는 바로 에너지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이훙은 이제 그것들이 수도 생활의 겉치레가 아니라 깨달음을 향한 구도 생활 도중에 죽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처절한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제 명상과 더불어 약초와 식이요법, 운동을 균형 있게 맞춰 나가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사이훙은 이제 남을 돕기로 굳게 맹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다 영원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지상에 남아 가르쳐 줄 사람도 필요치 않게 될 것이다.
사이훙은 얼마 동안 휴식을 취했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는 않았다. 저쪽에 불을 쬐고 앉아 있는 두 사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사이훙이 명상 중에 일어났던 일을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곧 몸과 마음의균형을 되찾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명상은 더욱 부드러워질 것이고몸도 기의 급격한 흐름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후 신선은 사이훙이 죽음에 대해 느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것이 사이훙이 탐구하는 목표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징취안신선은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인 목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죽음은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확신한 것이지. 어떤 면에서 도사들은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어. 왜냐하면 그들의 관심사는 죽음의차원을 초월하여,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한편으로그들은 죽음에 연연해 하지 않아. 그들은 죽음을 단지 변화의 한 주기로보기 때문이야.
노상강도의 희생자에 대한 우화가 있지. 자기 지갑에 금덩어리가 가득차 있다고 믿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강도를 만날까봐 줄곧 공포에 싸여 있었어. 그러나 그 사람이 자기 지갑에 금이 없다는 걸깨닫기만 했다면 두려운 마음도 갖지 않았을 것이고 지갑은 던져 버렸을거야. 사실 지갑에는 낙엽만 가득 차 있었지. 지갑은 인간의 육체와 같은것이야. 낙엽은 개체성의 환영이지.
인간에겐 진실한 것이 있어. 그것은 금덩어리보다도 훨씬 귀중한 것이야. 하지만 그건 우리의 소유물은 아니야. 그것은 우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처럼 자라지도 않아. 그리고 우리가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살아 있단다. 도사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아무것도 아니란다.][저는 사부님이 저를 버릴까 두려워요.]사이훙이 말했다.
[호접 도사!]징취안 신선은 웃으며 사이훙의 법명을 불렀다.
[자네는 나비의 우화를 모르는가? 자네 극단에서 공연했던 경극에도 나오던데.][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관련이 있죠?][내가 말해 주지.]징취안 신선이 말했다.
[나, 장자는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난 나는내가 나비 꿈을 꾼 장자인지, 나비였던 내가 꿈에서 장자가 되어 있는지도무지 알 수가 없어.][저도 그 설화는 잘 알고 있어요.][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징취안 신선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걸 지켜본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사이훙은 당황했다. 그는 단순히 장자와 나비의 역설로만 알고 있었을뿐이다.
[모르겠어요.]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관객들도 달리 보지 않았을 게야.]사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이훙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변화는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야.]시후 신선이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모든 변화의 바탕에는 변하지 않는 하나의 법칙이 있어. 물을예로 들어 보자. 물은 증발하여 구름이 된다. 구름은 비나 진눈깨비, 눈이 되어 내리지. 호수의 물은 얼음이 되기도 하지. 그러나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물은 그 본질적인 성질을 잃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물이얼음이 되면, 물이 <죽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물이 증발해도 물이<죽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마찬가지로죽음은 단순한 형태의 변화일 뿐 종말은 아닌 것이야. 우리는 죽음에 대해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사실 우리가 갖는 감상적인 감정 같은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야.]징취안 신선은 잠시 쉬었다가 덧붙여 설명했다.
[자네는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 장자 자신이 잘 몰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에게 영적인 유희를 주려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하지만그는 장자도 아니고 나비도 아니야. 그는 둘 다야. 중요한 것은 장자가이 사람이 아니면 저 사람이냐 하는 이원적인 질문에 속지 않고 그 모두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핵심을 깨닫는 것이다.][명상 중에 느끼는 감각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된다.]시후 신선은 모든 결론을 짓듯 말했다.
[명상중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오고 가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죽음조차도 그런 망상의 한 부분이야. 그런 현상에 동화되지 말고 도와 그 근본에대해 깊이 탐구하도록 하여라. 분리된 존재의 망상을 잊어버려라. 자신과도를 분리시키는 그 상상의 한계를 집어던져라. 자네의 유한성을 무한성과 합일되도록 하여라. 자신을 비하시키지 말고 영원한 존재가 되도록 하여라. 이런 인식을 가질 때 자네는 현자들의 참된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근본으로 돌아간 사람의 마음은 근본 자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