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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사랑맑고고운글 스크랩 [이야기]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사라져 버린 친정`
시사랑사람들 추천 0 조회 15 07.09.22 17: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토로마을을살리자 상단 좌측

 

 ▶ 이 세상분이 아닌, 친정 아버지와 엄마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사라져 버린 친정'

 

 

  해마다 명절이 되면 시댁에서, 전도 지지고 나물도 볶고 무치고, 정성스런 차례음식을 준비합니다. 다섯명의 며느리들이 모였는데 소 한마리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분주히 손 놀리면서 위에 형님 둘, 아랫동서 둘,  둘러앉아 남편 흉, 아주버님 흉도 봐 가면서 한 상 가득 차려 놓으면 부듯하기 까지 합니다. 이웃 동네에 사는 사촌 형제들까지 모여 차례를 지내고 난 뒤, 대가족의 아침상을 차려내고 과일을 깎고, 식혜와 떡을 내 놓고 나면  또 설거지가 하나 가득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도 4-5명 되는 며느리들이 힘을 모아 즐겁게 해 냅니다. 막내 동서 둘이는 설거지 담당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고 나면, 한 숨 돌리기도 전에 여기 저기 어른들 뵈러오는 친척과 이웃들이 찾아 옵니다. 그들을 위해 오가는 모든 분들에게 술상을 차려내야 합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동동거리다 보면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오고 힘게 부치기도 하지만 참고 견뎌내면서 일을 합니다.

 

몇차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난 뒤 조금 한가 한 늦은 오후가 되면, 때때 옷 입고 나서는 조카 녀석들의 모습이, 예쁘게 맘껏 멋 내고 나서는 동서들이 참 부러워지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내겐 악몽 같은.....우리 아이들은 친구같은 사촌형제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시큰둥....

 

6남매의 막내로 자라 난 탓일까요?

부모님의 사랑 듬뿍 받고 형제들의 관심 받으면서 자라났건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추석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 좋고,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고,

검은 고무신이나 나이론 옷 하나를 추석선물로 받으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그 기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풍부하다 못해 관심조차 없는 먹거리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추억은 어디서 찾을 지, 궁금 해 지기도 합니다.

 

지금 친정집은 텅 비어 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마당가에 감과 석류가 빨갛게 익어 갈 것 입니다.

인걸은 간 곳 없어도 자연은 그대로 지키고 서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폐허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 가득합니다.

옹기종기, 아옹다옹 모여 서로 다투기도 하며 형제애 나누며 자라난 곳인데....

 

친정아버지는 결혼도 하기 전, '우리 막내, 시집도 못 보내고 어떻게 해?'하시며

걱정이 태산이었건만, 저승문도 열린다는 한여름 날,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 해 난 결국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다행히 우리 아이 둘 제법 자라난 모습까지 보고 떠나긴 했어도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갔습니다. 되돌릴 수 없을만큼....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시니 큰오빠와 올케가 명절 날 막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기에,

우리 시어머님도 "얼른 챙겨서 가거라!" 하시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무 말도 없으십니다.

올케는 엄마생각 날 거라고 하면서, 엄마보다 더 많이 싸 주곤 했었는데, 이제 큰오빠까지 이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정말 갈 곳이 없는 천하의 고아가 된 기분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분주히 움직이고 북적이다가 다 떠나고 난 뒤의 그 공허한 마음....

그저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찾아 갈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걸 아실련지요?

 

명절증후군, 뭐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형제간의 우애 나누면서 부모님의 따뜻한 정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추석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씁쓸한 기분 어쩔 수 없지만, 개인 사정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즐겁게 일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는 게 어떨까요?

몸이 피곤하시다구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 다 풀리게 되어있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살아계시기에 고향이라고 찾아오게 되고, 형제들이 모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시댁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잠시 엄마 얼굴이라도 보고 싶지만, 발길질 할

그 친정마저 사라져 찾아 갈 곳도 없으니, 마음 아픈 천하의 고아인 저보다 더 행복하시잖습니까!

 

명절이 되면 늘 그리움에 더 사무칩니다.

 

나즈막히 그 이름 불러봅니다.

 

엄마~~

아부지~~~

많이 보고 싶습니더~~~

 

하늘나라까지 전해지길 바라는 맘으로.....

 

효도란 게 물질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하더이다.

비싼 선물보다도 전화 한통화 살갑게 하는 걸 더욱 더 좋아하시는 우리부모님이기에...  

 

발걸음 가볍게 부모님 만나 행복한 시간, 풍성한 추석 보내고 오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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