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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멀지않은 어느 통닭 집 앞에서 호감가는 모양의 스쿠터를 보았다.
바쁜 시간이었만, 궁금증을 못이긴 나는 내려서 녀석의 모양을 꼼꼼히 살펴봤다.
킴코라는 회사에서 만들어낸 '그랜드 딩크' 라는 제품이었다.
가게로 돌아온 나는 곧 인터넷을 검색해 녀석의 스펙을 파악했다.
그리고는 다음에서 카페를 찾아내 가입했다.
보면 볼수록 이쁜 넘이었다.
여건이 허락 되는데로 하나 장만할 계획이었다.
어느 카페든지 가입하면 거의 대부분의 카페내의 글을 읽어보는 습관이 있는지라, 조금이라도
시간이 허락하면 그 카페를 기웃거렸다.
가끔씩 회원들끼리 투어도 하는 모양이었다.
스쿠터 치고는 꽤나 큰 편이었지만, 그래도 스쿠터는 스쿠터일 뿐인데 투어도 한다는게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투어 거리도 길게는 천킬로 이상이었다.
녀석을 알고나서 삼일만에 녀석에게 홀딱 빠져버렸다.
봄이오면, 녀석을 타고 동호회 사람들과 투어갈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차있던 어느날.
투어시 주행요령에 대해서 적어놓은 글도 있었다.
그런데,
투어방법을 설명하는 글과 함께 그려진 바이크는 놀랍게도 낯이익은 바이크였다. 스쿠터가 아닌...
'어쭈! 요것봐라. 누가 스쿠터 투어요령에 할리모양을 집어 넣었지?'
그림속의 바이크는 한눈에도 팻 보이임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글은 다른 어느 카페에서 퍼온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다시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클릭에 클릭을 더해서 한 카페에 가입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라이더스21이었다.
할리에 대한 관심은 한참전에 사라져 버렸지만, 팻보이에 대한 반가움은 감출 수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나면 라21에 들러 이것저것 사진과 글을 접했다.
할리에 대한 관심은 정말로 눈꼽만치도 없었지만, 회원들의 복장을 보면서 두건은 정말로
탐이났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크(소형) 탈 때마다 머리날리고 헬맷쓰면 눌리고 해서 신경 쓰였는데
적절한 대안이 생긴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대구에서 24시간 편의점을 하고있다.
지난 오개월간 단 하루도 쉰적이 없었다. 장사가 그만큼 잘됐던건 아니지만, 달리 누군가에게
카운터를 맡길 형편이 안되서 하루도 쉴수가 없었다.
야간에는 종업원이 있지만, 그 시간에도 나는 나데로 바쁘다.
그랬었는데, 바로 어제. 내 마음속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대구 할리매장으로 향했다.
내 가게가 위치한 곳은 대구 수성구이고, 할리 대구매장은 엄밀히 따지자면 경북에 가까운 위치다.
속으로는 '라이더스 21 카페에서 본 두건이나 머플러 같은 소품 몇개만 사는건데 머.' 하는
마음이었다. 정말로...
차로 한참을 달려서야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괜히 감회가 새로웠다.
입으로는 "두건이나 머플러 좀 보러 왔는데요." 하면서도 눈은 녀석들을 훑어봤다.
'어쭈, 나이트 트레인! 실제로 보니 더 멋진걸, 팻 보이 간만이네. 솦테일은 여전히 심플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마음이 콩밭으로만 쏠렸다.
짧은 시간에 머플러를 석장 구입했지만, 웬지 나오기가 싫었다.
과장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이, "할리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다.
"예전에 좋아했죠. 지금은 머..."
"오신김에 관심 있으시면 시승이나 한번 해 보세요."
하면서 로드킹 커스텀을 가르켰다.
별 생각없이 면허증을 서슴없이 제시했다.
사실, 로드킹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저 그랬다.
뭐랄까? 기억속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어린시절의 뚱뚱하고 매력없는 여자친구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별로 아는 척 하고 싶지않은 그런 이미지가 로드킹이었다.
할리를 좋아 하더라도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마련인데, 내가 지양하고픈 스탈이 로드킹이나
울트라, 헤리테이지 스탈이었다.(해당 오너님들께는 정말 지송^^)
이왕이면 호감가는 나이트 트레인이나 많이 타 본 팻보이를 간만에 느껴보고 싶었다.
밖에는 이미 로드킹이 쵸크가 당겨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들어보면, 조인트로 작동되는 일제 네이키드 같은 소리였다.
"쵸크는 어케 집어넣져?" 로드킹의 쵸크가 보이질 않아서 물었다.
뭐라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신형들은 오토쵸크라는 모션 같았다.
간만에 느껴보는 묵직한 넘을 뒤로 끌었다.
'역시나 무겁구먼!'
그리고는 정말로, 정말로 오랫만에 할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살짝히 액셀을 감아쥐자 묵직하게 반응하는 소리..
'그래 이 맛이야!' 무리가 가지않는 짧은 공회전으로 알피엠을 올리자 엉치를 타고 척추로
올라오는 빅트윈의 진동이 느겨졌다.
매장 앞 보행자 통행이 들어온 대기선 앞으로 나갔다.
간만에 타보는 거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이 좋았다.
겉으로 보이는 육중함은 전혀 느낄수 없었다.
신호대기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나와 눈이 마주친 빨간색 투스카니.
동네에서 이름꽤나 날리는 레이서인 모양이다.
헬맷속에서 나는 씨익 웃었다.
그도 웃었다.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남자들끼리 시선이 마주쳤을때 미소를 머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의 경우다.
하나는 게이빠에서 호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만났을 때, 또 하나는 아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공도에서 '우리 한번 해볼까요? 좋죠!' 하는 의사를 표현할 때이다.
분명한건 나는 게이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영원이후의 시간 만큼이나 길게 느껴지는 신호대기.
'투스카니, 넌 오늘 상대를 잘 못 골랐다'
파란불로 바뀌자 바로 엑셀을 감았다.
드로틀을 급하게 열었던 탓에 바로 뒷바퀴가 스멜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액셀과 클러치에 힘을 빼자,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튕겨나갔다.
오랫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킬러의 본능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할리의 작은 밀러로는 확인이 어려울 만큼 투스카니와는 거리가 벌어졌다.
너무나 빨리 다가온 약속된 뉴턴 지역.
큐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몸을 뉘이자, 정말로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최저 지상고에서 살짜기 긁히는 듯한 느낌이 나서 바로 세웠다.)
매장으로 오는 길에는 와이드 핸들이 주는 느낌으로 인해 정말로 도로위의 황태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한순간에 로드킹의 뚱보 이미지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로드킹을 주차 시켰다.
다이아나를 연상 시키는 이름의 다이나가 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에 구입을 하게되면, 테마를 결정하라는 과장님의 배려인가 보다.
"서른 중반 넘어가면, 요즘은 로드킹을 많이 선호합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몇 년정도는
FX 맛을 더 음미하는것도 괜찮구요."
로드킹의 느낌이 묵직한 외모에 비해 빠른 반응이었다면, 다이나는 면도날같은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반응이었다.
새 면도날로 교체한 후, 별 생각없이 밀다보면 뾰루지나 여드름 자국에선 바로 피가 흐른다.
한번 따끔한 맛을보면, 긴장을 한 채 면도를 하게된다.
그럴때 느껴지는 짜릿하고 기분좋은 긴장감이 다이나에서 느껴졌다.
가벼운 차체와 튕겨 나갈수 있도록 설계된 기어 비 탓에 더욱 강력한 파워가 느껴졌다.
엑셀을 감자, 뒷 바퀴가 헛도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뒷바퀴가 몸에 힘을 싯는 방향과 반대로 바이크를 밀어대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할리를 논하면서 가장 무식(?)한 발언이 얼마나 나가느냐? 잘 나가느냐? 하는 등의 말이다.
근본적으로 할리는 고속, 고성능과는 거리가 먼 바이크이다.
예전의 할리는 일제나 이태리 바이크에 비해서 떨어지는 성능과 비싼 가격, 오너의 취향과 노력이
반영되지 않으면 떨어지는 겉모습으로 알려진 그런 바이크였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애호가들을 둔 모터싸이클이 할리였다.
성능은 조금 떨어졌지만, 할리를 가진 자들의 얼굴에서만 느껴지는 뿌듯한 자부심과
흐뭇한 표정만으로도 타 바이크 오너들의 부러움과 짜증, 소화불량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바이크가 할리였다.
바이크 제조의 강국으로 떠오른 일제가 놓쳐버린 많은 것들을 그대로 간직한 바이크가 할리였다.
뿅차가 아무리 빨라도 뒤따르는 팻보이의 자부심을 무너뜨릴수는 없었다.
티뷰론이 아무리 빨라도 그랜저의 아성을 가릴수 없듯이...
(물론, 할리 본사에서 기술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참고로,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1995년 당시에 모터 싸이클 비공식 최고속도는
소금밭으로 유명한 본네빌에서 시속 580키로를 돌파한 바이크였고, 그게 할리였다.)
오늘 경험해본 할리는 거기에다 국제적 추세(?)에 발 맞추는 만족할만한 성능으로
무장된 모습이었다. 약간은 둔한듯한 모습은 추억속에나 묻어도 좋을듯한 몸놀림이었다.
2년전에 사업하다 떨어먹고 알거지가 된 나였다.
매장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오늘 시승 너무 감사 드립니다. 조만간 한대 구입하러 올게요."
하는 말을 해 버렸다.
별 생각없이 시작된 스쿠터의 호기심이 또다시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운명인가? 할리 머플러가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라면,
당장의 내 형편에 삼천이란 금액은 지각을 변동시키는 큰 금액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귓가에는 아직까지 할리 머플러의 환청이 들리고...
또다시 할리홀릭에 걸렸나?
이 글은 몇달전에 라이더스 21에 제가 올렸던 글입니다.
공격성이 다분히 느껴지는 처녀작(?)으로 할리카페를 소란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애당초의 목적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는 몇몇 분들의 호응을 받는 것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모임에 참석하는 당사자분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나 봅니다.
몸에 익히 베여버린 통신체 문구가 타인들에게 철없는 시건방으로 비칠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새롭게 느꼈습니다.
타인을 탓하거나 비방의 의도가 아닌 제 본심을 알아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탓에 '용서' 라는 단어를 잊고 사셨다면, 새봄이 시작되는 즈음에
철없는 페라리에게 베풀어 보심이...
앞으로 여러 횐님들 앞에서 저의 시건방과 철없음이 어떻게 바뀌는지 함 두고 봅시다^^
첫댓글 혹시 닭띠? 페라리님 저도 수성구에 삽니다. 시지고 근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저도69
오늘 처음으로 글써보네요 그것도 댓글로 ^^; 인간의 다양성 이얼마나 즐겁습니까? 다양한 생각과 사고 이로 인해 저는 항상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가끔들죠 ^^; 서로 읽어보니 다들 맞는 말씀이시던데요 ^^ 그저 사람이 다양하니 생각도 다양하구나 생각하면 될듯싶네요^^
"일제가 놓쳐버린 많은것들을 간직한 바이크" 라 .... 일제와 할리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확히 표현 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할리도 많은것을 잊어버리고 있죠. 정말 님 글 맛깔남니다.
늦은 시간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대구에 자주가는데 가는길에 들러서 커피라도 한잔 먹고 가고 싶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
글솜씨가 무척 부럽다는걸 느끼네요~ 좋은느낌으로 남는 분입니다 오프라인에서 한번 뵙고싶네요~ㅎㅎㅎ
^^
멋진 분이군요! ^^
거 글재주가 부럽습니다 읽기 시작하면 긴글을 끝까지 읽게 만드시네요 부디 성공하십시요
꼭 이루시길...
할리로 가는 길이 약간 먼 길이지.... 못가는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돈을 만들면 되는거니까... 할리를 잊지말고 기억하면서 세상을 열심히 살자구요.
혹시 닭띠? ㅎㅎㅎ 69년생은 잘합니다~~~물론 저도 잘합니다 ㅋㅋㅋ
올해는 개띠해유~~ 월월~~
글 잘 읽었습니다. 구성지게 잘 쓰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구성지게 잘 쓰시네요.
ㅋㅋ 글 정말 잘쓰시네요. 잼있습니다 헤헤
할리홀릭 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드셨네요^^
근데 난 왜 대구매장에 가도 바이크 타는 기회를 주질않는 것인지. 나도 면허증있고 곧 구입할건데.. 나중에라도 한번 가면 한번 태워주셈.....
유순한 말은 분노를 삭이죠.. 페라리님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지루했던 카페에 순간활력을 불어 넣는글 잘읽었읍니다.. 전 페라리69 아이디를 페라리와 69라는체위를 무지좋아해서 만든아이디로 오해하고있었는데 69년생이라 그랬었군요 ㅎㅎ
ㅋㅋㅋㅋㅋㅋ 쵝오!!
이야!! 글쏨씨가 넘 조으시네여.. 글읽어내려가는게 지겹질않으니 말이죠..
두고 봅시다 하시는 분 별 일 없다고 했는데 글 읽고나니 전혀 아니네요~! "함 두고 봅시다!" 기대 됩니다...
인생은 실망의 연속이라구.... 누가 그러더라구요, 침묵하고 있는 다수는 어쩌면 님과 같은 생각을 하구 있을 지도 ......그러나, 현실은 ....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쐬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분이군요.
앞으로도 글 많이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