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
이인철
목구멍
너는 나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았다
낙지 빨판이 목구멍
수백 개 목구멍으로, 나를 바다를 삼키고 있다
절단된 연체의 목구멍들이
입천장에 들러붙어
죽을힘을 다하여 내 목구멍을
몸도 없는 제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한다
남자가 사랑의 이름으로 여자의 뻘을 드나들듯
너도 뻘의 목구멍을 들랑거리면서
도덕과 내장을 목 넘기고 살았잖니
세상의 마지막 바닥을 기는 겸손처럼
사랑도 목숨을 내놔야
한 사람의 가슴을 관통하여
죽는 날까지 내 길이 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죽어야 하듯
내 몸을 통하여 관통하여라
늪보다 더 깊은 꾸물꾸물한 소장과
따뜻한 대장을 지나
밖으로 삼키는 항문의 목구멍으로
별이 별을 관통하며 폭발하듯
네 주검이 네 비애를 관통할 것이다
신의 항문을 통해 죽음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미네르바>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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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관통/ 이인철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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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8
13.01.17 11:0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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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슬프다와 아프다와 괴롭다는 말을 한 통에 넣어
휘휘 저어 놓은 말 = 관통
생애란 죽음과 관통할진데, 그 과정에 슬프고 아프고 괴롭고 즐검고 등등이 스텨 지나가노니.. ^^
고통의 턴널을 통한 부활...
어머니를 지나 외가를 관통하고
아버지를 지나 남자를 관통하고
이제 ...
시인을 지나 시를 관통하고
이제
나를 지나 죽음을 관통하고
삶도 때때로 관장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그 최후의 수단이 죽음 아닐런지요? ^^
이인철??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캬우뚱??@@
이인철 시인은 [회색 병동] 시집을 작년에 발간 했습니다.
이인철 / 2003년 <심상>》지로 등단. 전북 순창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시집 『회색 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