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이사를 와서 벌써 일주일이 되어도 큰 며느리 성경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지도 않고 있다.
큰 아들 종엽이는 혼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을 먹어야지!”
“아뇨!
그냥 나가도 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침에 출근을 하는 사람이 아침도 거르고 어떻게 출근을 한다는 말이냐?“
“아침을 먹지를 않아서 습관이 되었어요.”
“아침을 먹지 않다니?
그럼 지금까지 아침도 못 얻어먹고 살았다는 말이냐?“
“내가 준비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서 들어와 먹기 싫어도 한술이라도 뜨고 나가거라!”
“네!”
종엽이는 말과는 달리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너라!“
김 여인은 그렇게 큰 아들을 출근을 시키고 막내아들을 깨운다.
선영이는 아무리 깨운다 해도 일어나고 싶어야 일어나기 때문에 아예 그냥 둬 버린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남편은 운동 삼아서 주방으로 와서 식사를 하게 했다.
자꾸만 걷는 연습을 시키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식사를 안방으로 가져다주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막내 종원이의 식탁을 차리자 손자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할머니!
나도 밥 주세요.“
“오냐!
우리 영빈이가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네!”
그렇게 아침에 혼자서 분주하게 가족들을 챙기고 있어도 며느리는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여인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허지만 마음과는 달리 며느리에게 단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있는 김 여인이다.
딸들과는 달리 며느리하고 마음이 상하면 평생을 원수처럼 지낼까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그러나 무엇이 못마땅한지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하지를 않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를 않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김 여인도 더는 참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바쁜 아침시간이 지나고 선미까지 나가고 나자 집안을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또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이제 돌이 되어오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치지를 않는다.
“아니, 왜 애를 울리고 그러니?”
김 여인은 며느리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이가 울어도 며느리는 달래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애미야!
애가 이렇게 울어도 잠이 오니?“
“그냥 놔두세요!”
성경화의 음성이 차갑다.
“너 나하고 말 좀 하자!
대체 무엇이 못마땅해서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하루 종일 말도 하지 않는 거냐?“
“.........................”
며느리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네 속을 누가 아니?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속 시원히 말이라도 해 보렴!“
“어머님!
이층에 한 가구를 내 보내시고 우리를 그곳에 살게 해 주세요.
이 단칸방에서 세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수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그러니?
그래!
난 지금 그만한 돈이 없다.
너희들이 돈을 만들어서 그 사람들을 내 보내고 이층으로 이사를 나가거라!“
“저희가 그만한 돈이 있다면 이 집으로 들어 왔겠어요?”
“그럼 어쩌란 말이냐?
너희도 돈이 없고 나도 그만한 돈이 없으니.“
“어머님이 돈이 없으시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김 여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나무랄 수도 없다.
“애미야!
네가 불편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허지만 어쩌겠니?
얼마간이라도 이렇게 살다보면 아범의 월급이 고스란히 모아질 것이 아니냐?“
“어느 세월에요?”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적은 월급이 아닌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
밥은 내가 먹여 줄 테고 영빈이 유치원비도 내가 대 주마!“
“영빈이 유치원비가 문제에요?
아이들 간식하고 우유 값이 만만하기나 한줄 아세요?“
“그러니?
그럼 아이들 간식은 일일이 사다가 먹이지 말고 너하고 내가 만들어서 먹이면 안심도 되고 영양가도 많고 맛도 더 있을 것이 아니니?
그 핑계로 아버지도 잡수시게 드리고 말이다. 어떠냐?“
김 여인은 자신의 속을 다 빼놓고 성경화의 마음을 달래준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영빈이를 내가 데리고 자마!”
“....................”
“어서 나와서 밥 먹자!
나도 너를 기다리느라고 아직 아침을 먹지도 않아서 배가 고프다.
그리고 이제 영빈이를 유치원엘 보내야 할 것이 아니냐?
내가 늙어서 유치원을 어떻게 알아보아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제야 며느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맏며느리인 성경화의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 여인이다.
건드리면 더 빗나가는 성격이다.
아무리 속이 썩어도 이렇게 살살 달래야만 마음이 풀어지는 사람인 것이다.
김 여인은 주방으로 가서 차가운 냉수를 들이킨다.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언제 일어났는지 선영이가 욕실에서 나온다.
안 그래도 선영이를 깨울 참이었다.
“너 나하고 얘기 좀 하자!”
김 여인은 선영이의 뒤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무슨 얘기인지 나중에 들으면 안 될까?“
“아니!
지금 해야 돼!“
선영이는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회피하고 싶어진다.
“수현이 말이다.
언제까지 우리 집에 데리고 있을 참이냐?“
“수현이가 왜?”
“왜 라니?
너 정말 정신이 있니 없니?
이 좁은 방에 언니도 있는데 수현이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언니를 불편하게 해야만 되니?“
“엄마!
불편할 것이 뭐가 있수?“
“선영아!
제발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을 좀 해 봐라!
언니는 늦게 들어와서 잠을 자야만 하는데 수현이는 출근을 한다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방에 불을 켜놓고 머리 드라이를 한다고 소란스럽게 소리를 내고 있으니 언니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느냔 말이다.“
“그까짓 거 잠깐 동안인데 뭘 그래?”
“그것이 새벽에 어떻게 잠깐이냐?
수현이가 행동이 빠르기나 한 사람이더냐?
그 애가 우리 집에 드나들었던 것이 벌써 몇 년이냐?
아침이면 화장실을 한 시간씩 들어앉아서 샤워를 하는 바람에 네 오빠가 항시 출근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모르니?“
“그러니 오빠네 식구들을 왜 받아 들였어요?”
“뭐?
남의 식구 때문에 내 자식을 모른 척 하란 말이냐?“
“엄마!
수현이가 사정이 딱하잖우?
집이라고 들어가야 오빠나 올케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엄마는 강릉에 계시니 집엘 들어갈 생각이 나겠냐고요?
그냥 내 버려두시면 안 돼요?“
“싫다!
선미가 불편해서도 난 싫다.
그러니까 더 말하지 말고 더 이상 우리 집에 오지 않도록 네가 말을 해라!“
“.............................”
“왜 대답을 안 해?”
“그냥 두면 오래 있지 않을 거예요.
가라고 해서 가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선영이는 무슨 일이든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김 여인은 또 벽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한 기분이 든다.
“엄마!
나 돈을 좀 줘요!“
“없다!”
김 여인은 단호히 거절을 하고 일어선다.
“그러지 말고 좀 줘요!
오늘 어디를 가야만 하는데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거든요!“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해라!
능력도 없는 것이 자가용만 굴리고 다닌다고 온 집안의 형제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만 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고 답답하다.
네가 공부를 못 했냐 어디 인물이 남만 못 하냐?
취직을 하려면 벌써 열두 번도 더 했을 것이다.
이제 나이도 그만큼 먹었으면 제 갈 길이라도 가야 할 것이 아니냐?“
김 여인은 방문을 연다.
“알았어요!
그럼 선미언니에게 가서 달라고 하죠 뭐!“
김 여인은 돌아서서 선영을 바라본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선미에게 가고도 남을 아이다.
김 여인은 한숨을 길게 내 쉬면서 돈을 꺼내어 건네준다.
“에게?
겨우 요것을 가지고 어떻게 기름을 넣어요?“
“그것뿐이다.
싫으면 관 둬!“
다시 빼앗으려 하자 선영이는 얼른 손을 거둔다.
“아무튼 수현이를 빠른 시일 내로 오지 못하도록 해라!”
그러나 김 여인은 선영이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하수현은 선영이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언니라고 따르며 드나들던 아이다.
오기만 하면 제 집엘 가지 않는 아이여서 수현이네 집에 전화를 했었다.
마침 서울에 올라 와 있었던 수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수현이 어머니가 찾아온다.
“우리 딸이 이 댁에 너무 신세를 지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수현이 어머니는 무척이나 나이가 많으신 분이다.
맨 위로 딸을 낳고 밑으로 내리 아들 셋을 낳으시고는 더 이상 임신이 되지를 않아서 자식을 생각하지 않으셨던 수현이 모친은 막내를 낳으시고 십오 년의 세월을 넘어서 수현이를 가지게 되셨던 것이다.
막내딸을 낳고도 기쁨보다는 창피한 생각이 더 들어서 내 놓고 사랑 한번 제대로 줄 수가 없이 키워졌던 딸이라고 하신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 강릉보다는 서울에서 학교엘 다니는 것이 더 좋을 것만 같아서 작은 오빠에게 보내어 학교를 다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빠나 올케가 알뜰하게 거두어 줄 리가 없다.
“이 댁 같다면야 우리 수현이가 자고 다닌다 해도 안심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수현은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때는 남편도 건강하고 집도 넓으니까 별반 귀찮거나 군식구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방이 모자라고 생활이 넉넉지 못해서 수현이를 집으로 보내라고 선영이에게 수없이 다짐을 하곤 했다.
큰 아들네가 함께 이사를 오고 나니 처음에는 오지를 않았던 수현이었다.
그러나 요즘 또 다시 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집은 화장실과 욕실이 하나뿐이다.
새벽마다 샤워를 하는 하수현이다.
한번 욕실에 들어가면 빨라야 한 시간이다.
종엽이는 아침마다 씻지도 못하고 볼 일도 볼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수현아!
샤워는 밤에 하고 새벽에 안 하면 안 되겠니?
큰 오빠도 출근을 해야만 하는데 제대로 씻을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하니?“
“네!”
그러나 대답뿐이다.
여전히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
김 여인은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하나같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집안이 온통 먹구름으로 덮혀 씌워져 있듯이 답답하기만 하다.
남편을 산책 시킬 겸 남편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봤습니다
즐감입니다.
감사히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