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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아론의 의뢰(2)
쉬피드는 바슨과 헤어지고 나서 아론의 저택에서 로그아웃했다.
동혁은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갔다.
'뭘 좀 먹어야 되는데.'
현재 시각은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동혁은 배가 고파왔다. 게
임과 현실의 시간은 4:1로 아침까지 8시간이 남았으니 현실시간으
로는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는 먼저 라면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없잖아! 밥도 없고, 라면도 없고.'
동혁은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큰 길가로 나와 편의점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편의점에 도착하자 저녁때여서 그런지 많은 사
람들이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동혁은 컵라면과 삼각
김밥 2개를 계산하고는 컵라면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핸
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을 보니 친구 준호였다.
"니가 무슨 일이냐?"
"너 혹시 소서리&소드 하냐?"
"하는데, 왜?"
동혁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연락한 친구와 게임 하냐
는 질문. 너무 뜬금 없었다.
"레벨은 몇인데?"
동혁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
"15인데, 왜?"
"시작한지 몇일 됐냐?"
"방금 시작했다. 그런데 왜 전화했냐고? 빨리 말해, 컵라면 불
겠다."
"아, 알았어. 우리집이 캡슐방하잖아! 그래서 이번에 캡슐방 전
용길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너도 낄래? 원래는 가입이 50레벨 이
상부턴데 넌 내 친구니까 특별히 가입시켜 줄게."
동혁은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은 아론의 퀘스트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됐다. 난 바쁜 몸이다. 레벨 올리거든 그때 생각해보마! 그럼
끊어라. 지금 배고프다."
"아, 알았어. 그리고 언제한번 캡슐방에 놀러와라!"
동혁은 전화를 끊고 빨리 면발을 푼 뒤 라면을 먹었다.
동혁은 집에 돌아와서는 당장 캡슐로 들어가 소서리&소드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몬스터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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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 키는 인간보다 조금 작으며 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지능도 높으며 회화능력은 거의 모든 고블린이 갖추고 있다. 그
중에는 머리가 대단히 좋은 것도 있어 마법을 사용하는 놈도 있
다. 그런 고블린은 한 부족의 장인 경우가 많다. 공격해 올 때도
고블린은 주로 인간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여 공격한다. 그러나 몸
이 별로 크지 않으므로 작은 무기밖에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글레이 골렘 : 글레이란 점토를 말한다. 몸이 흙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칼 등의 무기로 찔러도 상당히 큰 대미지(팔을 자른
다든가)를 입히지 않는 한 거의 효과가 없다.
비홀더 : 허공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지름 2m 이상의 거대한 눈
알. 그 거대한 눈알 위에는 작은 촉수들처럼 수많은 작은 눈들이
있다. 이 괴물은 단지 응시만으로도 모든 마법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은 석화, 역중력 등의 강력한
주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눈알 밑에는 어울리지 않게 입이 달려
있다. 전체적인 형태의 구에서 밑을 약간 찢어 놓았다는 느낌이
다.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롭기 때문에 이 공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마법사에게는 천적격인 괴물이다. 보통 이 세계에서는 잘
서식하지 않고,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설령 이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두운 지하동굴 같은 데일 뿐이다. 특별히 어두
운 곳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과는 멀리 떨
어지니 곳을 선호한다. 생김새와는 달리 머리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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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역중력?'
동혁은 다시 홈페이지에서 마법정보로 넘어왔다. 그러자 서클별
로 마법의 종류들이 쫙 나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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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서클(클래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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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해제(Stone to Flesh)역
유효 거리 : 36m
지속 시간 : 영원
효과 : 하나의 생명체 또는 물건
이 주문을 사용하여 한 석상(또는 최대 3m×3m×3m 돌의 양)
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이 주문은 일반적이로 고르곤
의 브레스나 메두사의 눈빛 등에 의해 석화된 캐릭터를 회복시키
는데 사용된다.
역마법은 석화(Flesh to Stone) 주문으로, 살아있는 한 생명체
를 그가 지닌 모든 장비와 함께 돌로 바꾸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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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클래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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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중력(Reverse Gravity)
유효 거리 : 27m
지속 시간 : 2초
효과 : 정방 9m 부피 안의 대상을 들어올린다.
이 마법은 정방 9m×9m×9m안의 모든 생물과 물건에 효력을
미쳐, 정상적인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떨어진다. 2초동안에, 모든
생물과 물건은 최대 32m까지 떨어질 수 있다. 2초가 지난 후에
중력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모든 사람은 원 위치로 돌아오지만 추
락 피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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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7서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건가? 이거 어둠이 문
제가 아니라 그냥 잡기도 벅차겠는데.'
동혁은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대대적으로
홈페이지에 광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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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 왕국의 에소우에서 파프노 동굴로의 원정을 떠납니다. 참
여하실 분들은 아침이 되는 대로 북쪽 성문으로 모여주시기 바랍
니다.
준비물 : 10일간의 식량. 말.
비용 : 1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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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은 소서리&소드에 접속했다.
쉬피드는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인 세벽을 맞이했다. 그는 저
택을 빠져나와 광장에 있는 잡화점으로 달려갔다. 그의 계획은 이
번 원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최대화 할 생각이었다. 일단은
피모으기를 위해 빈 포션병이 필요했다.
잡화점 주인 NPC 아베는 손님을 친절히 맞이했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쉬피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빈 포션병도 파나요?"
"팔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세요. 어차피 놔
둬봐야 쓰레기이니."
쉬피드는 운좋게도 잡화점에서 포션병 100개를 구할 수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쉬피드는 인벤토리에 빈 포션병을 넣은 후 북쪽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병사들은 모두 말을 탄 채 준비중이었고, 특별
히 쉬피드를 위해 백마가 준비되어 있었다. 쉬피드는 말에 올라타
고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쉬피드는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유저들은 대규모로
원정대를 구경하기 위해 북쪽 성문에 몰려왔다. 하지만 선뜻 원정
대에 참여하는 유저는 없어보였다. 그러던 중 말을 탄 30명의 무
리가 쉬피드에게 다가왔다. 그 중 맨 앞에 흰 로브를 입은 남자가
그들을 대표해서 말했다.
"저는 정보요원이고 우리들은 정보길드입니다. 원정대에 합류하
겠습니다. 여기 30골드입니다."
쉬피드는 30골드를 받은 뒤 퀘스트를 공유해주었다. 물론 사령
관과 병사의 보상은 달랐지만 다행히도 10골드와 경험치 1000, 그
리고 명성 100을 주는 퀘스트였다. 그들은 본전은 충분히 뽑는다
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쉬피드의 생각은 달랐다. 비홀더의 막강함을 알기에, 유
저들을 비홀더의 공격을 받아낼 방패로 이용할 작정이었다. 더불
어 마나도 함께 소모시킬 존재말이다.
정보길드는 말 그대로 정보를 모으는 길드. 이번에 그들이 관심
은 첫 번째로 나타난 유저사령관과 빛의 검이었다. 그들은 재빨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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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정보길드의 부길드장 정보요원2입니다. 이번
에 저희 길드장이신 정보요원님과 길드원 29명이 빛의 기사가 이
끄는 원정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그의 정체에 대해 궁
금하실 텐데요. 이번에 저희 길드에서 나온 추측은 두 가지입니
다.
첫 번째는 엄청난 노가다로 지위를 받은 경우. 두 번째는 유저
인 척 하는 NPC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
지만(그의 사냥터는 주로 초보자들이 찾는 곳이었죠.) 두 번째의
경우는 처음 소서리&소드가 출시되었을 때 나왔던 말이 있습니
다. NPC중에는 영웅 NPC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죠. 그의 정체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원정으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 기대해주세요. 원정 영상도 준비되는 대로 올리겠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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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피드의 명령을 내렸다.
"파프노 동굴로 출발한다!"
쉬피드가 지도를 보내 제일먼저 말을 타고 전진했다. 그러자 그
뒤로 기사 5명과 백부장 3명, 십부장 30명, 병사 300명과 유저 30
명이 뒤따랐다.
예상보다 한 시간 늦추어진 6시간 정도 지나자 원정대는 파프
노 동굴에 도착했다. 그러자 말단 병사들은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
데도 병사들이 지낼 임시 천막과 울타리를 만들어 임시 마굿간을
만들었다. 초원에 널린 게 풀이니 먹이는 걱정이 없었다.
쉬피드는 슬슬 배가 고팠다. 그러던 차에 바슨이 쉬피드에게 다
가왔다.
"사령관님! 여기서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럽시다."
쉬피드의 동의와 함께 병사들은 보급품들을 꺼내며 장작에 불
을 붙이고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멀리서 빵조각만
베어물고 있었다.
"맛있겠다."
"우리도 저런 걸로 준비해 올 걸."
그러자 정보요원이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중 요리스킬을 배운 사람이 있냐?"
길드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가져와도 요리도 못하는 데 뭐하러. 조용히 빵이나 먹어라!"
식사가 끝나고 원정대는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쉬피드는 맨 앞
에서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