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황인찬]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 성가대는 예배 후에 남아서 다음 주일 찬양곡을 미리 연습한다.
파트별로 연습하다보면 시쳇말로 삑사리가 나는 경우도 있고
박자를 놓쳐서 지휘자로부터 혼나기도 한다.
실수한 성가대원이 혼날 때 다른 성가대원들은 와르르 웃고 좋아한다.
왜일까. 실수해서 혼나는데 왜 웃고 좋아하는 것일까.
대개 이런 시츄에이션에서 바보가 된 사람은 시종일관 바보가 되어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한다.
엠티를 가거나 여행을 가서도 꼭 한사람때문에 웃고 좋아하게 되는데
바보는 참 슬픈 일이다.
웃음으로 덮어버려서 슬퍼할 수 없다는 게 사실 더 슬프다.
아카시아 꽃냄새가 모두에게 다 날 터인데 네 무덤 냄새라고 하면
너의 젖무덤을 말하는 건지, 진짜 죽어서 무덤에 묻혀 바쳐진 꽃냄새를 말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무의식의 세계에서 떠도는 낱말을 무심코 내뱉은 건지
정말 알 수가 없어서 다들 웃음을 멈추지 않은것일까.
왜 다같이 와르르 웃는지, 이유도 모른 채 웃는 경우는 참 많다.
꽃잎의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 여학생에게 네 무덤 냄새라고 하면
예쁘다는 생각을 하는 남학생에게는 동조웃음인지, 동의웃음인지, 거짓웃음인지 알 수가 없다.
대학교재 맨 앞페이지에 책 저자가 뭐라뭐라 글을 써놓고 마지막에
著者 識이라고 써놓는데
여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다.
선생님 저자 지,라고 읽나요 저자 식,이라고 읽나요?
이럴 때 와르르 웃는 웃음 같은 것.
첫댓글 시 보다 해설글이 더 재미있군요..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립군요...
네, 아카시아꽃 향기가 그립습니다.
부산에는 언제 봄이 올까요.
가장 먼저 봄이 오는 부산도 그립습니다.^^*
주페님만이 쓸수 있는 해설..ㅎ 즐감.
해설은 무슨..... 걍 감상한 느낌을 적은 건데.....^^*
한 사람의 존재을 가장 먼저 냄새 맡아 주는 사람! , 웃음은 그 냄새의 향기! ^^
존재를 알아주는 것은 우주를 알아주는 것이고
그게 곧 사랑의 처음과 끝이겠죠.
뭐든 알아준다는 건 중요한 거죠.^^*
줄곧 무덤 냄새만 맡고 살아 온 세월에 이젠 익숙해진 냄새....
고만 맡을까요, 냄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