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민박집
안시아
바다에 꼬박꼬박 월세를 낸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나눠줄 광고지 한켠
초상권을 사용해도 된다는 계약조건이다
인적 드문 초겨울 바닷가,
바다는 세를 내릴 기미가 없고
민박집 주인은 끝물의 단풍처럼 입이 바짝 마른다
알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내 것인 게 없다
슬쩍 들이마신 공기와
내 몫을 챙겨온 하늘
게다가 무단으로 사용한 바람까지
불평 없이 길을 내주는 백사장 위
스물 몇 해 월세가 밀려있는 나는
양심불량 세입자인 셈이다
수평선을 끌어다 안테나를 세운 그 민박집
바다가 종일 상영되는
발이 시린 물새 몇 마리 지루한 듯 채널을 바꾼다
연체료 붙은 고지서처럼 쾡한
석모도 민박집에서
내 추억은 몇 번이나 기한을 넘겼을까
바닷가 먼지 자욱한 툇마루엔
수금하러 밀려온 파도만 가끔 걸터앉는다
<현대시학> 200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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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석모도 민박집/ 안시아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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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6
13.01.29 12:2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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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금하러 온 파도라...세상이 내게 계산하자 덤빈다면, 끔찍한 일이다.
태어나면서 이미 세상과의 계약은 시작된 것이고, 살아가는 징역으로 우리는 값을 지불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ㅠㅠ
부모도 미찬가지죠...빚진자로 살아야 해요...우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ㅎㅎ
석모도를 오고가는 도로가 나기 전에 이 시를 들고서 석모도를 다녀와야겠네요
맘에 닿는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석모도, 교동도... 강화에 가시면 얻게되는 추억의 월세는 납부 기한을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마음 풍족한 여행 되세요. ^^
월세가 너무 바싸요..ㅠㅠ 방빼야 할랑가봐요...
함민복 시인처럼 걍 거서 눌러 살면 괜찮겠죠? ㅎㅎㅎ
석모도는 시인들이 좋아하는 섬이기도 하고, 붉은 함초가 참 이쁜 곳인 것 같애요.
언제나 늘,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시가 위안이 되네요. 감사.
잘읽고 갑니다.
석모도 들어가시면 보문사 꼭 들리세요. 보문사 일주문 앞 식당들중 꽃게 된장찌개 기가막히게 맛납니다. ^^
계산하자 안해서 차암 고마운 해운대에 자꾸만 빚을 지고 살고있는 사람입니다.^^
먼나무님이 부럽습니다. ^^
해운대 월세가 더 비싸지 않나요? 거기는 동백꽃까지 곁들여서...
그래요. 동백꽃은 따로 계산해야겠어요.ㅎㅎ큰일 났네. 빚은 자꾸 늘어간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