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몇 병 가지고 있다. 꽤 오래 되었다. 술도 젊었을 때 이야기이다.
요즘은 소주도 별로 안한다. 술 생각나면 막걸리 한 잔 정도 마신다.
그것도 얼근한 매운탕이나 구미 당기는 안주가 있을 때이다.
할멈은 그 것 어디 갔다 팔라한다. 아니, 세상에... 내가 그걸 어딜 갔다 파는 가?
그걸 팔면 몇 푼이나 받겠는가. 그저 년 수만 더해간다.
그렇다고 6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12년산이 18년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12년산과 18년산은 단지 6년 상관이지만 가격은 많이 차이가 난다.
왜 위스키는 오크(Oak 떡갈나무)통에서 숙성을 시킬까?
위스키는 숙성을 통하여 통속으로부터 맛이 우러나오게 되고 원하는 맛이 된다고 한다.
거친 맛도 부드러워 진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드러움과 풍부한 향, 색깔을 갖추게 되고
고품질의 위스키가 되는 것이다.
창고에서 저장하는 동안 오크통 속의 위스키는 천천히 증발되어 매년 2%정도가 날아가게 되는데
이 날아간 양을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시바스 리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숙성기간 동안 대략 4분의 1정도가 날아가게 된다고 한다.
오크통속 숙성과정에서 특수 기술이 필요하다. 숙성관계에 따라 값이 엄청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바스 리갈은 1978년 10월 궁정동 사건으로 한국 사람에게 유명해진 술이다.
그 때 박정희가 마신 시바스 리갈은 12년산이 아니고 18년산이라는 기사를 언 듯 본 것 같다.
서민들은 12년산을 마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당시 서민에게 18년산은 귀하고 귀한 술이었다. 시장에서는 술 만드는 주원료인 누룩 판매마저
금지하던 시절이다. 남대문 도깨비시장에서 아름아름 몰래 고가로 양주를 구입하던 시대이다.
그나저나 마시다 죽는 데 무슨 귀한 술이 있고 무슨 년 수가 소용이 있는 가.
가장 비싼 위스키가 뭐냐 물어봤을 때 흔히 발렌타인 30년산을 말한다.
고급선물로 쓰인다고 한다. 웬만한 사람 마셔보지 못하는 술이다.
백화점 기준으로 한 병에 100만원대한다고 한다. 나도 아들이 갖다 준 양주 몇 병을 가지고 있다.
가지고만 있으면서 철딱서니 없게 흐뭇해한다. 알고 보면 모두 소용없는 일인데...
젊은 시절 밤새 술을 먹어도 끄떡 하지 않던 나다.
지금 자린고비 굴비 매달아 처다 보듯 가지고만 있으면서 좋아하고 있으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한심하다.
모든 게 젊었을 때 한 철인 것을 다시 깨닫는다.
불연 듯 막걸리 한잔에 불콰해진 얼굴에 취기를 이기지 못하는 꼰대가 되어 횡설수설? 한다.
누가 봐도 좋다고 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젊음을 제일로 치고 아름답다 하는 것 아닌 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술은 고사하고 건강이나 잘 챙겼으면 하고 앉아있다.
건강 유지에 급급하다. 참 딱한 노릇 아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