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셀프 세차장
김은경
고양이는 요염한 자태로 난간을 오르내리지
누가 보고 있지도 않는데
지병도 아니 가진 이웃집 셰퍼드는
죽음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너는 24시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다
딸깍 동전을 넣으면 긴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지
주름이 제법 깊은 걸 보니 이제는 익숙하구나
밤의 세차장, 고요하구나 굴종 같구나
입속으로 긴 손가락을 밀어 넣어 구토를 할 때
각기 다른 병명을 가진 자들이
익숙한 동작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물을 뿌리고 눈송이 같은 거품을 내면
순식간에 완성되는 순결함!
잠들지 않는 세차장 불빛이
가련한 심지를 켜고 있는지 몰라
사소한 여러 번의 통증이
너를 살게 했는지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눈치지만
흰 새벽을 향하여 고양이는 혓바닥 내밀어
허공을 닦고 있다
한 번도 반성한 적 없는
내일을 발굴한다
카페 게시글
시사랑
24시 셀프 세차장
오래된골목
추천 0
조회 135
13.02.17 12:39
댓글 3
다음검색
첫댓글 알 수 없이 울컥해서 여기다가 제 시를 토하고 마네요.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고 싶은데, 전화기만 만지닥거리다 뱅뱅, 여기 이 자리에서 맴을 돕니다. 사소한 통증조차 없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문득 옛 울음들을 꺼내어 보다가 안부 적습니다.
늦은 밤 열두시 사십일분, 앞집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가봅니다.
아직 이사 안가셨군요. 울컥 하지말고 잘 참으소서.^^*
글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