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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로드입니다. 오랜만이죠? 원래 시험 끝나고 올려야 정상인데...
미쳤죠, 미쳤어요. 시험기간에 몇시간 째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러고 있었으니...-_-;;;
어쨌든 14편입니다. 급하게 쓴 거라서 상당히 전개가 어색하고 오밀조밀하지 못하고 디테일
하지 못하게 [ 퍽 ] 진행되었습니다. 그 점 이해하시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Thanks to...
Davids™ 님
푸하하 저의 수험생 발언에 많은 분들이 속으셨네요 ㅋㅋㅋㅋ 장난으로 그랬는데 ㅋㅋ 건필!!
( 뭐...수험생이라면 일종의 수험생이겠죠. 당장 중간고사가 대학 입시랑 직결하는 첫 시험대상이기 때문에...후후후...근데 여기서 소설쓰고 앉았으니-__- )
똘~☆ 님
아 그래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꼬박꼬박 올려주시네요 ^^감사~ 건필하세요~
(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려고 했었는데...사정이...^^;; 죄송했구요. 시험 끝나고 차기작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FT_Curse 님
아깝다 3등-_- 대략 순위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답사 별로였음-_- 어떤 선배떔시 스트레스가..
그나저나 이번회는 매우 굿-_- 양도 내용도 대단히 만족스러움 - _-/ 짝짝짝
( 이번회는 매우 굿~ 이번회는 더 굿~ 이기를...커스님 새 자서전을 써보시는것이..짝짝짝 )
폭탄브라더스 님
ㅋㅋㅋㅋㅋㅋㅋ 로드야 양이적다 ㅜ_ㅜ; // 한글2002로 10장정도의 분량을 써주는 쎈쓰!! 를 보여줘봐 ㅜ
( 지환이형...ㅜㅜ 너무 힘들어 10장은 ㅜㅜ 이번편...7곱장 반이야 ㅠㅠㅠㅠ죽는줄알았어ㅠ)
카르세이안 님
아 슬슬 절단 마공의 화후가 농익어 가는건가요 ㅡ.ㅜ
( 원래 절단마공이 없으면 소설이 재미없는 법이랍니다. 카르세이안님도 잘 봐주시고 매번 꼬리말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JINI.... 님
폭탄브라더스님 리플에 올인.. 단 글자 포인트는 10으로 고정입니다. 줄간역시...ㅋㅋㅋ
( 이번에 요구하신대로 설정했습니다. 지금껏 그래왔고..근데 7장이 한계...ㅜㅜ )
C/FM MANIA 님
오호 지성빠르크와 영표엉님이 레알에~ 조성철도 바르샤에. 코리안 열풍이구만ㅋㅋ 넘 잼있슴다!! ㅋ
( 코리안 열풍..더 화끈하게 몰아붙일 생각입니다...^ ^ )
까아 님
성철이가 군대를 가나 ? 아님 월드컵 면제인가 ?
아그리고 12편 다음에 또 12편이네요;; ㅋㅋ
( 지적해주신부분 수정했구요..^^; 성철은 세계 청소년대회 우승 주역으로 군대 면제~ 유후~)
샤이닝워커☆ 님
오....지성이와영표성이 드뎌 빅리그 진출....ㅋ ㅑ 기분존네요..//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은 과연 누구??성철을 뒤따르는 코리안판타지스타?? 아무튼 글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네요 ^^ 건필~!!!
( 언젠간 꼭 될 겁니다...빠르크...리...필승하길! 그리고 마지막은...보시면..^^: )
되면 한다일까 하면 될까일까 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편 기대 되네요^^ 건필하세요
(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
G。Seitaridis 님
꽁지 머리는 설마 로베르토 바죠옹을 일컫는 건 아닐런지 ?? 맞췄죠 ?? 크하핫 -ㅅ- [너 뭐냐]
( 글쎄요..단정하시기는 이르지 않을까요^^; )
바리 님
꽁지머리는.. 바로... 김병지!!! (퍽~!!~~)
( 글쎄요..단정하시기는 이르지 않을까요^^; [ 퍽! ] )
------------------------------------------------------------Main Text...
짙게 안개가 드리운 런던의 아침. 거리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고, 런던 특유의 비교적 음산한 분위기가 드리운 날이었다. 하지만 짙은 안개 속을 헤쳐 나가면서 몇 블록만 더 걸어가면,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저 앞은 스탬포드 브릿지이니까.
“오늘은 첼시와 아스날의 맞대결이 있는 날입니다! 오후 2시! 리그 선두를 놓고 다투는 두 팀의 치열한 승부! 이곳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확인하십시오!”
아침부터 들썩거린다. 조금 전의 시내만 해도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고요한 거리였는데, 안개 속을 헤쳐나오자 이번엔 새로운 곳이 등장했다. 한 번 뒤돌아보지만 역시 짙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저곳도 분명히 런던이고, 이곳도 런던이다. 겨우 200여 미터밖에 차이나지 않는 곳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야, 역시 무링요는 안 돼. 이것 보라고. 챔피언스 리그,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깨졌잖아. 3대1로. 역시, 아스날이 약해서 바르셀로나한테 진 게 아니었다니까. 바르셀로나가 너무 잘 했다구.”
“그래. 맞아. 특히 조성철인가 뭐시긴가 하는 그 한국놈. 미치겠던데. 솔이랑 콜로를 개인기로 가지고 노는 거 봤어? 게다가 애쉴리를 스피드만으로 제쳤어. 미치겠군.”
“흥. 그놈 아직 건방져. 거너스와의 원정경기 후 인터뷰야. 그대로 읊어 주지. 흠, 흠.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은 항상 이길 때 재미있어 할 것이죠. 그건 거너스가 우리를 이긴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는 오늘 경기를 즐겼고, 승리했습니다. 확실히 우리는 강합니다. 꼭 우승할거에요.’ 뭐? 건방을 떨긴. 재밌어? 하이베리의 원정경기가 재미난다고? 흥. 아직 어린 꼬마놈 주제에!”
멜러는 흥분한 듯 탁자 위에 1000cc 술잔을 거세게 내려놓았다. 카운터와 바텐더는 또 눈을 흘긴다. 늘 저래 왔으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될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경기를 겨우 한 시간 앞둔 상황, 술집은 와글와글하다. 여기저기서 아스날에 대해서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들이 올라오고, 이미 취기가 올라 있는 사람들은 아스날이 지난 바르셀로나 전에 이어서 오늘도 패배한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상의하고 있었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첼시에 밀려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었고, 리그가 중후반으로 들어서자 부상에서 복귀한 라이언 긱스를 중심으로 해서 득달같이 밀고 올라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격차도 날로 줄어들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때문에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낡고 허름해보이는 이 술집은 아스날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열광적인 팬들이 모여 경기를 같이 관람하는 곳이었다. 아스날의 역사만큼 오래 된 술집의 역사는 곳곳에 달려 있는 아스날의 영광적인 우승 트로피 사진들이 대변하고 있었다.
“로케에요! 18번 테이블에 생맥주 추가에요.”
“그래. 여기.”
“수고해요. 이제 30분도 안 남았으니까.”
“그래, 너도.”
로케는 쟁반에 생맥주 세 개를 담아 18번 테이블로 향했다. 경기 때마다 워낙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라 로케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게 서빙하는 능력은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 그 많은 사람들 - 그것도 취기가 올라 비틀거리는 - 사이를 그렇게 신기하게 빠져나갈 수가 없다. 로케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한 끝에 18번 테이블에 도착해 생맥주를 내려놓았다.
“또 뭐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예. 감사해요.”
두 남자와 동행한 여자가 싱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스물네 살 - 그레이스와 윤민, 라이트도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았다. - 의 로케는 얼굴이 붉어지며 돌아섰다.
“오오? 저 서빙하는 사람, 얼굴이 빨개졌어.”
“그래. 나도 봤는데. 어때, 미스 그레이스? 하하하.”
“응? 그래, 귀여운데 뭘. 하하.”
그레이스와 윤민, 그리고 라이트는 이제 한쪽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마지막 선전이라는 표시가 나오고, 자동차 선전이 끝나자 곧 스탬포드 브릿지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쓸어버려!!”
“첼시 녀석들 따위 박살을 내버려야 돼! 이번엔 꽤 큰 돈을 걸었다고!”
여기저기서 첼시를 부정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져 갔다. 윤민과 라이트는 묵묵히 생맥주만 들이키며 대형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한다.
[ 아스날 팬 여러분, 오늘도 신들린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골키퍼 알렉스 마닝거 선수가 선발 출장합니다. 수비수에는 애쉴리 콜, 솔 캠벨, 콜로 투레, 로렌이군요. 미드필더에 파트리크 비에이라, 로베르 피레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프레드릭 융베리입니다. 공격진에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와 티에리 앙리 투톱이 선발 출장합니다. 오늘 대단한 일전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거너스! ]
해설자의 고조된 목소리가 술집 안에 울려 퍼진다. 여기저기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어느 새 술집의 시끌벅적함에 눌려버렸지만 말이다. 여기저기서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인 알렉스 마닝거를 칭찬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제 2의 피터 슈마이켈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두고 영입한 아르센 웽거 감독의 성공작이었다. 맨체스터는 폴 로빈슨에 비드를 했고, 첼시는 이미 페트르 체흐라는 대단한 골키퍼를 가지고 있었다. 아스날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골키퍼 자리, 이 알렉스 마닝거가 최고의 활약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술집 안이 조용해졌다. 해설자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윤민과 라이트, 그레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아, 아스날에게 승운이 따르나 봅니다. 첼시의 스타팅이 이상합니다. 골키퍼에는 페르트 체흐, 수비수에는 웨인 브릿지, 히카르도 카르발료, 존 테리, 윌리엄 갈라스. 뭐 이상한 점이 없습니다. 미드필더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왼쪽부터 아르옌 로벤, 클로드 마케렐레, 프랑크 람파드, 데미언 더프입니다. 그런데 공격진이 이상하군요? 디디에 드로그바와...그리고...모리 나카자와라는 일본 선수입니다. 이상하네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선수인데요. 조세 무링요, 아스날을 무시하는 겁니까? ]
술집이 다시 시끌시끌하다. 무링요가 아스날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둥, 나카자와로는 절대 아스날의 수비진을 뚫을 수 없으니 아스날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둥의 얘기들이 오고갔다. 아스날 팬들로선 좋든 싫든 어쨌든 충격이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이슈를 만든 채 경기가 시작된다. 아스날로서는 원정경기였지만 11대10으로 싸우는 셈이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 그것도 해설자의 입에서 - 아스날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팀은 리그 선두를 두고 다투는 팀들답게 화려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보인다. 앙리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찬스를 놓쳤고, 디디에 드로그바도 노마크 헤딩 찬스를 무산시킨다. 장군멍군식의 이런 위협적인 공격들이 경기를 수놓고 있었다.
[ 전반전 종료가 다가오는 시점입니다. 우리 아스날 선수들, 재빠르게 공격합니다. 융베리가 찔러준 볼, 앙리가 잡습니다. 악착같이 달라붙는 테리입니다만 역시 앙리죠. 뒤로 살짝 빼주고 돌아들어가면서 받습니다. 오른쪽 진영을 유린하고 있는 앙리! 가운데로 내줍니다만 먼저 걷어내는 첼시입니다. 얍삽하네요. ]
“아스날 전문방송이라 그런지 편파적이네.”
“스탬포드 브릿지의 술집에 가면 또 첼시에게 편파적인 방송이 나오고 있을테니까.”
윤민이 마지막 조금 남은 생맥주를 다 들이키며 입을 쓱 닦는다. 인저리 타임 중에서 2분이 지나갔다. 전반전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잠시 백을 뒤지는 사이, 공을 커트해 낸 브릿지의 패스를 끊어 중거리 슛을 날린 파브레가스에 대해 시끄럽던 술집이 고요해졌다. 라이트와 그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윤민은 대형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 이게 웬일입니까. 한 번의 역습에 완전히 무너지고 만 아스날입니다. 아...그것도 모리 나카자와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스물 한 살의 선수에게... ]
해설자도 말끝을 잇지 못했다. 페트르 체흐가 한 번의 긴 롱킥으로 이어준 볼을 디디에 드로그바가 떨어뜨려 주고, 살짝 돌아들어가던 나카자와는 허벅지로 한 번, 발등으로 한 번 트래핑을 하더니 솔 캠벨과 콜로 투레가 달려들 틈도 없이 벼락같은 발리 슈팅을 날린다. 마치 마리오 스타니치가 첼시 시절 보여준 그 환상적인 슈팅을 똑같이 재현해낸 것만 같았다. 알렉스 마닝거 골키퍼가 다이빙해봤지만 공은 이미 그물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모리 나카자와라는 일본인의 첫 데뷔전은 화려하게 장식되고 있었다.
“젠장. 운이 좋았을 뿐이야. 비에이라는 뭐하는 거야? 저기서 응당 달려들었어야지!”
“마닝거가 막을 수 없도록 빠른 슈팅이라니.”
주심의 긴 휘슬이 울린 뒤, 술집은 정말 가까이서 말하는 것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졌다. 모리 나카자와의 슛은 어느 골키퍼가 와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빠르고 구석을 향한 정확한 슈팅이었지만, 아스날의 팬들로선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아쉬움의 탄식을 들으며 경기를 분석하던 라이트와 윤민의 테이블로 로케가 슬쩍 접근한다.
“생맥주가 다 비워졌군요. 더 시키실래요?”
“아, 네. 고마워요. 1000cc 생맥주 세 잔 더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레이스는 로케를 올려다보았다. 그다지 큰 체격은 아니었지만 어디 나가서 왜소하다고 느낄 만한 체격도 아니었다. 게다가 귀여운 말투와 외모는 그를 더욱 아담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레이스의 이상형이야. 귀여운 남자.”
윤민이 라이트의 귀에 대고 아무도 모르게 속삭인다. 그랬다. 그레이스도 이미 생맥주 한 잔을 비운 상태였다. 취기가 올라온다면 어느 정도 올라오는 상황이었고, 귀여운 로케가 자꾸 주위에서 어슬렁거리자 신경이 쓰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호감이 가나본데. 킥킥.”
라이트도 재미있다는 듯 낮게 소리를 죽여 웃었다. 윤민도 흥미롭다는 듯 둘의 눈치를 살폈다. 로케는 곧 생맥주 세 잔을 들고 그레이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여기요.”
로케는 생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면서도 그레이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눈을 오랫동안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로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싱긋 웃어주었다. 그러자 로케의 얼굴은 또다시 붉어진다.
“고마워요. 힘들겠네요.”
“예...? 예. 아니에요. 늘 하는 일인데요, 뭐.”
그레이스가 먼저 말을 건네자 화들짝 놀라며 뒷머리를 긁는 로케의 모습에서 라이트와 윤민조차도 참 호감 가는 남자라는 것을 느꼈으니, 그레이스는 어떠랴.
“괜찮다면 잠깐 앉아서 얘기해요. 슬슬 후반전도 시작하는 것 같고 하니까.”
“그래요, 우린 괜찮아요. 앉아요.”
윤민과 라이트가 먼저 로케를 끌어당겼다. 로케는 몇 번 튕기지도 않고 그레이스 옆으로 슬금슬금 들어가 앉는다. 막상 앉혀 놓으니까 서로가 서먹한지 헛기침도 하고, 뒷머리도 자주 긁고, 시선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른다. 라이트와 윤민은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시작하네. 아스날이 동점골을 뽑을 수 있을까?”
“글쎄. 쿠쿡.”
그레이스가 던진 물음이 너무나도 어린 아이가 책 읽는 듯한 어색한 억양이라서 라이트는 그만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레이스는 무안한지 스크린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이젠 진짜로 후반전 경기가 시작된다. 로케도 시선을 스크린에 집중한다.
[ 아스날, 교체 없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첼시의 나카자와가 카메라에 잡히는군요. 전반에 어이없게도 마닝거의 뒷문을 흔들어놓았지만, 후반엔 뜻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솔과 콜로가 그냥 있을리 없죠. 후반전 시작되는군요. ]
경기는 전반전과 다름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스날은 벵거 감독의 요구를 받았는지 조금 더 측면을 사용하는 플레이로 나섰고, 첼시는 클로드 마케렐레와 프랑크 람파드가 이끄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첼시의 쪽으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플레이를 해 나갔다. 후반전 중반으로 경기를 진행해나가는 동안, 솔 캠벨은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꼈다. 디디에 드로그바를 따라다니는 콜로 투레에 비해 땀의 양도 엄청나게 많았고, 평소 때보다 일찍 지치는 느낌이었다. 키가 크면서도 속도가 있어서 그런 거다. 솔 캠벨은 스스로 그렇게 말했지만 갈수록 나카자와의 움직임에서 뒤쳐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후반 38분이 마지노선이었다.
“젠장!”
아르옌 로벤이 길게 내찬 볼을 니카자와는 캠벨을 등지고 가슴으로 정확하게 떨어뜨려 놨다.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바깥. 돌아서면 바로 골로 연결되리라는 직감이, 필드에서 오래 동안 뛰어온 캠벨의 세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솔 캠벨의 오른발은 즉각 반응했고, 나카자와는 무릎을 풀썩 꺾으며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아차’ 할 시간도 없이 주심의 냉정한 카드는 캠벨의 망막에 맺힌다. 레드카드, 퇴장. 스탬포드 브릿지에 가득 찬 첼시의 푸른 팬들은 캠벨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나카자와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지만 치료진이 들어와 압박붕대를 하고 파스를 뿌리자 곧 일어난다. 결국 프리미어리그에 첫 선을 보인 햇병아리 동양놈이 캠벨을 보내버린 것이다.
“거 봐. 내가 성공할거라고 했잖나.”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조세 무링요는 희미한 웃음을 띠고 스티븐 클라크 수석코치에게 말했다. 당당히 제 발로 첼시로 걸어 들어온 거물이었다. 마테야 케즈만과 에이두르 구드욘센을 모두 벤치로 밀어내버리고 리그 2위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시켜도 될만큼 신뢰를 쌓았다. 차근차근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모리 나카자와. 그가 첼시에 아무도 모르게 입단한지 1년 만에 화려한 데뷔전을 장식하고 있었다.
- 콰아앙!
“...젠장.”
어두컴컴한 라커룸에서 조그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크나이셀이 라커룸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독일 병정, 독일 청소년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크나이셀은 독일 내에선 그래도 꽤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첼시로 이적했었다. 그는 첼시 유스팀에서도 꽤나 실력 좋은 공격수였다. 조만간 1군으로 승격할 만한 0순위 후보였던 것이다. 브리토 코치도 첫 시즌을 베스트라에서 임대생활을 하고 돌아올 때 그의 성인팀 승격을 예고했었다. 그런데. 저런 햇병아리 같은 놈이 1년 전 첼시로 찾아왔다.
“첼시가 장난이냐? 응? 장난이야?”
“닥쳐, 머저리.”
“뭐? 냄새나는 동양놈 주제에!”
“...병신.”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크나이셀이 다른 동료들과 잡담을 하고 노는 동안에도 나카자와는 계속 공을 찼다. 크나이셀이 하루 여덟 시간을 잤다면 나카자와는 여섯 시간만 자고 축구했다. 그래, 처음에는 실력 차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크나이셀이 실력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크나이셀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밀려드는 수치심을 컨트롤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라커룸을 내리쳤다.
“젠장!”
울분 섞인 크나이셀의 고함소리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제 카메라는 나카자와를 중심으로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캠벨까지 보내버린 동양놈. 크나이셀은 고개를 떨구었다.
하이베리의 술집은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 캠벨의 퇴장을 질책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모두가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비상사태에요. 이따가 술집 뒷문에서 보면 좋겠어요.”
로케가 그레이스에게 작게 중얼거린 뒤 황급히 카운터로 향한다. 그레이스는 빠르게 테이블 사이를 지나가는 로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라이트와 윤민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얼씨구. 자~알 논다. 그레이스 씨.”
“우리랑 있을 땐 선머슴 같더니만.”
그레이스는 대꾸하지 않고 얼굴만 붉혔다. 라이트와 윤민은 서로 마주보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레이스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다니.
그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인저리 타임으로 돌입한 양 팀. 그러나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첼시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수비의 핵이었던 솔 캠벨이 퇴장당한 아스날의 수비진은 밀리고 밀려 페널티 에어리어 진영까지 내려왔다. 네덜란드산 폭격기인 아르옌 로벤은 쉬지 않고 아스날의 오른쪽을 휘저었고 반대쪽에서는 아일랜드산 폭격기 데미언 더프가 휘저었다. 정신없을 정도로 퍼붓는 공격에 비해 골이 적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번번이 알렉스 마닝거 골리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기고 있는 아스날이었다.
“젠장할! 망할 일본놈 같으니!”
“저번엔 한국놈이더니, 이번엔 일본놈! 미치겠구만!”
알렉스 마닝거가 프랑크 램파드의 중거리 슈팅을 간신히 걷어내자 드디어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드디어 로케가 말했던 비상사태에 본격 돌입된 것이다.
“으흠. 슬슬 조심해야겠어. 저번처럼 몇 대 얻어맞지 말자고, 라이트. 하하.”
“그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선 정말 악몽이었어. 조성철이 그렇게 우리를 배신할 줄이야. 하하하.”
“이번엔 조금 더 조심하자고. 그레이스, 너도.”
“응? 그래.”
아스날의 팬들은 이미 취기가 올라 있었고, 그 분노도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은 인저리 타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내준 추가골이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도 아스날의 팬들은 상당히 언짢았을텐데, 첼시는 그것마저도 용납지 않는다. 골 넣는 수비수 존 테리의 헤딩 추가골이 터지면서 스탬포드 브릿지는 환호에, 그리고 아스날의 술집은 비참함에 사로잡혔다.
“우우우우!”
“젠장! 망할 노릇이군!”
로케는 여기저기서 슬슬 날아들기 시작하는 플라스틱 맥주병들- 이 술집은 이미 여러 차례 피해를 봤기에 맥주잔 자체를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 을 피해 다닌다. 흘끔흘끔 18번 테이블을 쳐다봤지만, 그레이스는 이미 라이트와 윤민이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다른 남자가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지만 당장 중요한 건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배불뚝이 사장의 불호령이었다.
“로케! 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뭘 멍하니 서 있는 거냐!”
첫댓글 재밌게 봤습니다 ㅎ 꽁지머리 사나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ㅠㅠ 모리 나카자와의 등장으로 성철과의 라이벌 구도가 잡히겠는 걸요,. .. 점점 재미있어진다는 ㅎ 그나저나 저도 시험기간인ㄷ ㅔ 하루종일 컴퓨터만 하고 있으니 ,. =ㅅ= 열공하시고 좋은 결과 거두시길~ ㅎ
역시 로드님 것도 재밌다니깐요 ㅎㅎ
오래기다린만큼 그 기쁨도 크네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한분의 독자만이 남더라도.. 완결은 꼭 내주세요...^^ 마지막 독자는 제가 되어드릴께요....ㅎㅎ
정말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쿨럭 저렇게 대문짝하게 공지하니깐 리플을 안달수가 없다니깐-ㅅ-[뭐 어차피 달고싶어서 다는거지만]그나저나 이번회 쵝오-_- 매우 굿잡
역시 시험기간이라 그런지...조회수도 팍 떨어지고 리플수도 팍 떨어진...-_-; 독서실 컴퓨터 너무느려 ㅠㅠㅠ
느려도 10장. 무조건 10장. 한계? 필요없3. 로드는 무조건 10장. 사나이는 10장. 글씨도 10pt. 분량도 10장. 10 , 10 , 10 , 10 , 10 , 10 , 10 , 10 , 10 , 10 , 10 , 10 남자는 10 이야.! ㅋㅋㅋㅋㅋ
오 기다린만큼 잼네요 ^^... 근데 성철이 야그는 어디에 ㅠ_ㅠ..
헤이~로드씨 전 셤 끝나서 이렇게 리플을 두개씩이나 달고있지 않습니까!!(...)[아니,염장인가]
오호 일본인은 의왼데요? ㅋ 빨리 성철이보구시퍼요~ ㅋㅋ
일본 싫어요... 대결 구도는 좋은데, 너무 잘나지 않게 만들어주세요.
10에 all in... ㅎㅎㅎ 일본은 싫어 해도.. 일본인은 싫어하지 마세요... 좀 모순인가..어쨌든.. 로드님.. 기다린만큼의 즐거움은 항상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은 미움과 시기로 변하니까..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