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의의 전제 - “역지사지”의 의미
아마도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즉,
우리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입장 만을 고려하지 말고, 그 문제에 관계된 여러 당사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올바를 처세훈의 하나가 “역지사지”
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지사지”라는, 처세훈을 잘 지킴으로써, 어떤 문제의
일도양단적인 해결에서 생길 수 있는 편협되거나, 자칫 감정적으로
흘러갈 위험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원만한 문제해결에 이를 수 있
다는 것이, “역지사지”라는 처세훈의 참 뜻이라고 믿는다.
이 “역지사지하라”는 생활준칙은 어느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세상 어느 곳에서나 적용 실천되어야 할 황금률이 아닌가 생각한
다. 곧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생활 원리라고 믿는다.
(2) 아름다운 별들의 세계
요즈음 인터넷 뉴스에서는 박 찬주 육군대장 이야기가 도하 신문의
큰 뉴스꺼리 중의 하나이다. 하늘에는 밤 낮으로 별이 떠 있고, 그
리하여, 청명한 밤이 되면, 별들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꿈꾸던 애국청년, 윤 동주는 하늘의 별을 보고 ‘서시(序詩)”를 썼지만,
또 다른 청춘남녀는 반짝이는 하늘의 뭇별들을 바라보며, 그들 젊은이의
가슴 벅찬 사랑을 노래했으리라...
각설하고... 나는 날짜 하루도 안 빠지는 만 3년의 군 생활을 했지만,
군 생활 중 별을 단, 장군들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어느 땐가 군 본
부에 잠깐 가본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별 단 군인들을 여러 사람 보긴
했어도, 별 넷짜리 대장은 아예 볼 수가 없었다.
별은 직업군인들은 물론 전군의 선망의 대상이다. 병장이면 다 같은 병장
이 아니 듯, 별들 중에서도 별 넷 짜리는 별들 중의 별이 아닌가...?
(3) 소위 “갑질 장군” 이 박 찬주 대장 뿐이었을까?
단언커니와, 결코 그렇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박 찬주의 갑질 내용이라고
거론되는 것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군 내부에 오랫 동안 이
어져 왔던, 악습이라고 믿는다.
군대가 생긴 이후에 계속 이어져 왔던, 악습이 박 찬주 대장에게도 전해졌을
것이고, 그가 만약 진정 지혜로운 장군이었다면, 오랜 세월 동안 면면히 이어
져 온, 악습의 고리를 과감히 잘라버렸겠지만, 그는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게 분명하다.
따라서 군대 갑질 문화가 마치 박 찬주 대장의 창작물인 것처럼 보도되는 일
부 언론의 태도는 옳지 않다.
박 찬주를 비방하는, 한 가지 더 기가 막히는 일들 중에는 박 찬주 대장이 군용물
절도범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런 폄훼는 박 찬주 개인에 대한 인격모독일 뿐 아
니라, 전군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생각된다. 박 찬주가 보직 변경이나 혹
은 승진 등으로, 그가 머무는 공관이 변경되는 경우에, 자신이 마련한 공관의 비품
을 새로운 공관으로 옮겨간 행위가 군형법상의 군용물절도죄에 해당된다는 논리이다.
적어도 나는 박 찬주 대장이 군용물절도죄를 범할 만큼 저속한 인간은 아니라고
믿는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박 찬주는 군용물절도범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함이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이 박 찬주 대장에게 갖는 공통의 신뢰가 아닐까...?
군이라는 특별권력관계 집단의 성질상, 군대에는 때때로, 일반 사인 간의 관계와
는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고 본다. 물론 여기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룰이 있어야
하겠지만, 삼독심 가득한 인간들 세상에 어찌 완벽함이 있으랴...!
내가 보기에 박 찬주 대장에게 있어서는 안 될, 가장 큰 흠결은, 그의 종교관
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교 분리의 원칙을 그는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군 서열 최고위층에 속하는 육군 대장이 정교
분리의 원칙(정치와 종교는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투철하지 못하
다는 것은, 그 직에 있어선 안 되는 중대한 흠결이라고 생각한다.
박 찬주 대장은 이미 자신의 흠결을 알고 전역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는가.
박 찬주에게 과도 있지만, 공(功)도 있지 않겠는가?
더 이상 긴 세월 계속된 군대 악습을 방치하지 말고, 차제에 발본색원토록 하고,
찬란한 별 넷의 4성 장군 박 찬주 대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펼쳐주자!
(4) “만약 내가 박 찬주 대장이었다면...!”
만약 내가 박 찬주 대장이었다면, 건군 이래 근절되지 않고 이어져 온, 온갖
군대 악습의 매듭을 과감히 척결하는 정군작업을 실행했을 것이다! 아울러
정교분리 원칙의 의미를 철저히 자각한 지휘관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역사에 가정이 무슨 소용이던가...?
(5) 결론 - 용서가 가장 위대한 승리이다!
박 찬주 대장이 한 평생 걸어온 군 생활을 아름답게 끝낼 수 있도록, 그를 더 이상
탓하지 말자. 용서가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지 않았는가!
가야산 대덕사
기산지은 합장
첫댓글 스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그 동안 편안하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삼복염천 잘 지나시기 바랍니다.
이젠 더위가 무서운 노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대로 그럭저럭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