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장,
선영은 레스토랑을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들면서 주인 행세를 한다.
종업원들은 그런 선영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없다.
워낙에 남들에게 잘 해주는 선영이의 성격 탓도 있지만 매사에 꼼꼼하지 않고 대충 넘겨버리는 성격이라서 남들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는다.
종업원들의 식사 때만해도 재료를 아끼지 않고 무조건 가져다 먹이곤 한다.
돈가스를 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때로는 탕수육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하면서 종업원들을 먹이곤 하는 것이다.
무엇하나 제 손으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서도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하지 않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선미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선영아!
나하고 얘기 좀 할까?“
“응!”
“너 우리가게 나와서 아예 아르바이트를 해라!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줄께!“
“참,
언니두!
내가 언니 일을 도와주면 주었지 어떻게 언니에게 돈을 받아?“
“그럼 그럴래?
내일부터 제 시간에 나와서 나를 도와줄래?“
“하루 종일?”
“그래!”
“에이!
내가 내 일을 보기도 해야지!“
“네가 하는 일이 뭔데?”
“그거야 많지!
지금 어떤 사업을 할지 구상중이거든!“
“그 구상은 이미 십년도 넘었지! 아마?”
“아니야!
이번엔 확실한 것을 구상 중이야!
그러니까 내가 시간이 나는 대로 언니를 도와줄게!
그러면 됐지?“
선미는 말을 하나마나였다.
가끔씩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먹고 마시고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돈을 내지 않는 선영이다.
처음 들어설 때는 친구가 사는 것처럼 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이 나갈 때는 제가 사장인양 돈을 받지 않는다.
“야 임마!
내가 너희들에게 이까짓 것을 주지 못하냐?
돈을 내면 너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밖에 더 돼?“
한사코 내 놓은 돈도 다시 돌려주는 선영이었다.
“선영아!”
“응?”
“다시는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몰라서 그래?
나도 이런 말까지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네 친구들을 공짜로 먹일 수는 없지 않니?“
“언니!
내 체면 좀 봐주라!
물론 언니에게 조금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도 친구들에게 신세를 진 것을 갚아야하고 또 그 친구들이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 나를 도와줄 친구들이니까 언니가 좀 봐주라!“
“선영아!
장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특히 먹는장사는 손끝으로 남는다는 말 모르니?“
“알아!
알고 있어!
허지만 언니가 나를 봐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자주 가지 않을 테니까 좀 봐 주라! 응?“
선영이는 선미에게 애교를 부린다.
선영이가 가게에 드나들면서 가져다 쓰는 돈도 적지가 않다.
그동안 수없이 돈을 가져다 쓰는 선영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던 선미도 그 돈의 액수가 적지 않음을 알고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선영이가 아니었다면 가게의 대금을 벌써 갚았을 것이다.
한 달이면 백 여 만 원 이상을 가지고 가면서도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마시고 먹고 가는 금액이 상당한 액수가 되는 것이다.
레스토랑을 해서 선영이의 놀이방이고 선영이의 금고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미는 머리가 아파온다.
어떻게 해야만 선영이의 그런 생각들을 고칠 수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을 짜내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를 않는다.
선미는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소화가 잘 되지를 않는다.
모처럼의 휴일이지만 몸도 마음도 편하지가 않다.
한 달 내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손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영이는 언제 나갔는지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선미는 눈을 뜬다.
“잠들었던 모양이구나?”
김 여인은 들어오려다 선미가 눈을 뜨는 것을 보자 미안해한다.
“아니에요.
그냥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랬니?
너하고 상의 좀 할 것이 있어서..........“
김 여인은 선미의 옆에 앉는다.
“네!
무슨 걱정 되는 일이 있어요?“
“선미야!
수현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니?
선영이에게 아무리 말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를 않으니 정말 큰일이다.“
“엄마!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그냥 엄마 딸이 하나 더 생겼거니 하고 살아야죠!“
“네가 불편한 것은 그렇다 치고 아침이면 화장실 문제 때문이라도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구나!
어제는 아버지가 새벽에 큰 것을 보시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사정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제 볼일을 다 보고 나서야 나오는데 한 시간이다.
결국 아버지가 옷에다 싸고 말았지!
그러니 이 일을 어쩌니?“
“정말 큰일이에요!
그렇다고 목욕실을 다른 곳에 만들 수 있는 곳도 없으니........“
“다음 달이면 막내가 군에서 제대를 하고 나오는데 너도 다시 그 애들하고 같은 방을 써야만 하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거야 문제 될 것은 없어요.
제가 수현이를 데리고 이야기를 해 볼게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샤워를 해야만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야 볼 수가 없어!“
“.........................”
“내 자식이라면 심하게 야단이라도 치겠지만 남의 자식을 그럴 수도 없고.....”
김 여인은 어제 아침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그 시간이면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는 남편이다.
속이 좋지가 않았던지 새벽부터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다.
수현이가 들어 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김 여인은 화장실 문을 노크한다.
“수현아!
얼른 나오너라!
아버지가 배탈이 나셨는지 볼일이 급하시다고 하신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수없이 문을 노크했다.
그리고 사정도 했다.
잠시라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라고 애원도 해 보았다.
허지만 묵묵부답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런 소란스러움 때문이었는지 성경화가 잠에서 깨서 나온다.
“수현씨!
안 들려요?
지금 아버님께서 배탈이 나셔서 급하시다는 말이 안 들리냐고요?“
밖에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사정을 해도 반응이 없다.
결국 남편은 입고 있던 잠옷에다 실례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거진 남편은 소리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것이나 마구 던진다.
그 바람에 애꿎은 성경화의 이마가 날아드는 물건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그런 소란스러움에도 수현이는 제 할 일을 다 하고서야 한참 뒤에야 나온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방으로 들어간다.
성경화는 상처를 대충 닦아내고는 방으로 따라서 들어간다.
“수현씨!
어쩜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럼 샤워를 하다가 어떻게 해요?”
“아침마다 샤워를 하지 않으면 누가 잡아 간대요?
아침마다 온 집안을 시끄럽게 하면서도 샤워를 꼭 해야만 해요?“
“.............습관이 되서.............”
선영이는 올케의 말이 수현이에게 상처를 줄까봐 올케 성경화를 강제로 끌어낸다.
“언니!
나와요!
그 애는 빨리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해야만 해요.
나하고 얘기 합시다.“
“고모는 수현씨에게 무슨 빚을 진 것이라도 있어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수현씨를 감싸고돌고 이 집에 머물게 하냔 말이에요?“
”언니!
언니네야 말로 무엇 하러 이 집에서 살아요?
따로 나가서 살면 아침마다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선영이 너 못하는 말이 없구나?”
김 여인은 올케한테 대드는 딸을 나무란다.
“알았어요.
우리가 나가면 문제는 없다는 말이군요?“
며느리가 토라져서 제 방으로 들어간다.
“너 정말 가족들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고서 무슨 막말을 하는 거야?”
“뭐, 내가 틀린 말을 했나?
아침마다 오빠가 아니면 무슨 시끄러운 일이 있어?“
“그럼 남의 식구 때문에 내 자식을 내 보낸다는 말이냐?”
“어차피 따로 살던 사람들이니까 하는 말이지 뭐!”
“이 모든 일들이 다 너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걸 모르니?
우리 집은 너 아니면 시끄러울 일이 없어!
네가 화근이란 말이다. 알았어?“
김 여인은 수현이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허지만 차마 가슴이 아플까봐 아무런 말도 하지를 못한다.
남편은 하루 종일 식사도 거른 채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정신은 멀쩡한 사람이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커다란 실례를 했으니 어디 쉽사리 삭혀질 일이던가?
선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엄마!
아버지 모시고 우리 셋이 바람이라도 쏘이고 옵시다.“
“차도 없이 어떻게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니?”
“택시를 하루 빌리면 되지 뭘 그래요?
어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어요?
선영이를 보시면 아버지 화가 가라앉지 않으실 테니까 엄마하고 아버지 모시고 나갑시다.“
“그래!
나도 가지고 있는 돈이 있으니 네 아버지를 위해서 이럴 때 돈을 쓰자!“
선영이가 따라 나서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선미는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다.
“아버지!
나오시니까 마음이 시원하시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택시 기사는 알아서 경치가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간다.
강가 바람이 시원하다.
“엄마!
가끔 이렇게 아버지 모시고 나옵시다.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좋지요?“
“그래!
너하고 둘이만 있으니 정말 좋구나!“
김 여인은 마음이 시원해져 오는 것만 같다.
“선미야!
내가 너에게 차를 사 줄까?“
“호호호...........
우리 엄마가 무척이나 부자인 모양이죠?“
“아무리 없어도 너 차 한대는 사줄 힘은 있다.
네 언니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해서 너에게 차를 한대 사 줄 거다.“
“엄마!
그러지 마세요.
만일 그랬다가는 언니 성질에 가만히 있겠어요?
차라리 차가 없는 것이 마음이 편해요.
조금만 있으면 가게 돈도 다 갚게 되니까 그 돈만 갚고 나면 내 스스로 차를 살 거예요.“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아고 갑갑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