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고기를 참 좋아합니다.
좋아한다는 건 그들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궁금증이 많다는 것이기도하고, 늘 그들 곁에 있고싶어 직접 기르기도합니다.
2년 쯤 전입니다.
몇 가지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단골 수족관(? - 관상용 물고기 파는 곳)에 들렀습니다. 장비 구입도 목적이지만 수족관에 가면 이 물고기, 저 물고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여 시간 나면 들리는 편입니다.
책으로만 보던 '아로와나'라는 물고기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봤으면서도 이름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내릴 만큼 관심있어하던 종이었습니다. 아...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영...한 눈에 반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면서도, 낮지않은 가격에 흠칫 놀라면서도 저는 그 놈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꼼꼼하게 살펴보니 썩 건강하질 못해보였습니다. 지느러미도 녹아있고 비늘에서 반짝임도 찾기 힘든데다, 어딘지 모르게 무척 자연스럽지 못한 꼴이었습니다.
고쳐주고싶었습니다.
나 아니면 며칠 이 수족관에 더 살다 뜰채에 의해 건져져, 대형 관상어의 한끼 간식으로 던져질 게 빤히 보였습니다.
주인에게 세마리를 팔것을 요구했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이니 팔수없다는 얘기가 되돌아왔습니다. 단골 운운해가며 다시 팔것을 종용했고 비교적 헐한 값에 세마리를 지수네집으로 데리고왔습니다.
정상적인 아로와나를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약을 사다 치료해주며, 정수기로 거른 물에 살게하고, ph조절과, 온도조절, 그리고 사료가 아닌 생먹이를 주는 등 갖은 정성을 다한 끝에 세마리 모두 완쾌되었습니다. 그러나 한마리는 심하게 앓았던 터라 꼬리부분이 뭉툭하게 잘려 '장애아로와나'가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그놈들은 엄청난 식성과 상상을 초월하는 힘, 그리고 부부카만큼이나 높이 뛰어오르는 재주로 저를 즐겁게해주었고, 그러는 사이 지수네집에 이사올 때 10cm정도이던 덩치도 30cm에 육박하여 새 어항을 물색해야할 만큼 많이 자랐습니다.
정이 들만큼 들었지요.
식성이 워낙 좋아 배설물도 많습니다. 1주일에 한번씩 물갈이를 해주는데,집에 어항이 한두개도 아니고 그 일을 2년 가까이 하다보니 좀 게을러지기도 했습니다.
요 며칠 정말 바빠서 어항 물갈이에 대한 신경을 못쓰다가, 한가한 일요일 작심하고 어항 전체물갈이를 감행하였습니다.
전체물갈이란 어항에 있는 물의 일부분을 퍼내고 보충해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다른 임시어항에 옮긴 후 어항 안까지 싹싹 깨끗하게 닦고, 어항에 깔린 모래까지 소독하는 꽤 복잡한 작업입니다.
어쨌거나 어항청소를 마치고 정수기로 거른 물을 어항에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물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히터가 고장나서 수도꼭지에서 온수를 받아 필요한 만큼의 온도를 맞춰주었지요. 지수네 정수기는 온수 기능이 없거든요. 습관적으로 수도꼭지에 코를 대고 소독약 냄새가 나나 안나나 맡아보긴 했습니다. 좀 나긴 나대요. 하지만 크게 영향을 받을 만큼 많이 나는 것은 아니어서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온도적응 기간을 준 다음 다시 아로와나를 어항에 풀어주었습니다.
늘 해오던 일이라 별일 없겠거니..하고 신경을 껐습니다.
아침이 오고,
습관적으로 베란다의 화분들과, 다 분양해주고 두마리 남은 새와, 어항을 둘러보는데.....
아로와나 두 마리가 배를 내밀고 둥둥 떠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죽은 겁니다.
수돗물로 인한 염소 쇼크이거나, 거의 가능성 없는 얘기지만 온도차로 인한 쇼크이거나, 물맑이약의 변질로 인한 쇼크 중 하나였겠지요.
저는 깨끗한 물에서 잘 살라고 한 일인데, 결국 아로와나를, 2년 간 정들어 나를 알아보는 아로와나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 저 일하는 동네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으십니다.
그 중에 김영감님이라고, 젊었을 때 여자 깨나 울렸다는 영감님이 계십니다. 자식이 일곱인데 하나도 넉넉하게 사는 자식이 없고, 영감님 사시는 모습도 무척 허름합니다. 이제 몇 남지 않은 전통 서민주택이어서, 영감님 돌아가시면 제가 고쳐 살고플 정도입니다.
지난 추석에도 자식들이 아무도 안찾아오더니, 설을 며칠 앞두고 영감님께 여쭤봤더니 "오믄 멋해...올 놈도 없어"하시더군요.
나이 일흔이 넘어 연탄보일러 때는 집에서 영감님 혼자 사신다는 게 오죽하겠습니까. 씻는 문제, 먹는 문제 다 고역이시겠지요.
설에 보너스도 좀 탔겠다 쌀 몇가마니를 샀습니다(20kg들이도 요즘은 가마니 축에 속합니다). 구워진 김과,라면도 샀습니다.
이 마을 저 마을, 홀로 어렵게 사시지만 누구도 찾아오는 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댁에 놓고 나왔습니다.
김영감님댁이 마지막 순서였지요.
마루에 쌀과 김, 그리고 라면 한상자를 놓는데 문이 열립디다.
아....
연탄불이 꺼진 게 언제인지 콧물을 줄줄 흘리시며 "누구여"하고 문을 여시는 데 입에서는 허연 김이 징허게도 나옵디다.
겹겹이 껴입은 옷을 바라보다 "아..저..어르신...명절이고 해서...이것 좀..."하고 말을 흐렸습니다만, 내심 '고맙네'라는 인사를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김영감님.....먼 하늘만 보시더니 눈물 뚝뚝 흘리십디다.
"허허...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꼬...."
김영감님 예전엔 꽤 잘사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젊었을 땐 형편 괜찮았는데, 늙어서 명절이라고 새파란 녀석이 쌀가마져다 마루에 퍼 놓으니 속도 상하셨겠지요.
의도와는 다르게 김영감님의 마음만 아프게 해드렸습니다.
괜스런 행동으로, 경박한 사고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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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의도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들을 만납니다.
그 때 마다 당황스럽습니다.
어떻게해야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로와나를 죽였고, 김영감님의 가슴에 입은 딱지를 건드렸습니다.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봅니다.
첫댓글여러분들은 첫 인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글을 읽고난 어제밤내내 정수리을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였습니다! 삼십의 나이에 귀걸이를 자신있게하는 모습만을 생각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밤이였습니다! 사십년을 살아오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함에 반성을해봅니다! 행동하는 그대가 아름다운 밤입니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한분이 올라오셨고, 이내 빈자리 를 찾아 두리번 거리셨습니다. 앞에 앉은 젊은분들도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겁니다. 뒷쪽의 나는 손을 들어 소리 쳤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앉은세요' 한참을 가야하는데 다른 사람의 눈빛이 자꾸 목덜미에 꽂히는 듯하고 내가 혹
형 글 잘 보고 가요.. 잘 지내죠? 가끔 들렀다 형 흔적 보고 가요.. 그리고 넘 아파하지 마세요.. 모든 생명의 잉태는 얼마간의 고통을 겪어야 하잖아요.. 자연 또한 그 "자연의 질서"라는 결과를 위해 때로는 가혹한 과정을 겪듯.. 언제나 의도한대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이는 신밖에 없을 테니까..
첫댓글 여러분들은 첫 인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글을 읽고난 어제밤내내 정수리을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였습니다! 삼십의 나이에 귀걸이를 자신있게하는 모습만을 생각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밤이였습니다! 사십년을 살아오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함에 반성을해봅니다! 행동하는 그대가 아름다운 밤입니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한분이 올라오셨고, 이내 빈자리 를 찾아 두리번 거리셨습니다. 앞에 앉은 젊은분들도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겁니다. 뒷쪽의 나는 손을 들어 소리 쳤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앉은세요' 한참을 가야하는데 다른 사람의 눈빛이 자꾸 목덜미에 꽂히는 듯하고 내가 혹
형 글 잘 보고 가요.. 잘 지내죠? 가끔 들렀다 형 흔적 보고 가요.. 그리고 넘 아파하지 마세요.. 모든 생명의 잉태는 얼마간의 고통을 겪어야 하잖아요.. 자연 또한 그 "자연의 질서"라는 결과를 위해 때로는 가혹한 과정을 겪듯.. 언제나 의도한대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이는 신밖에 없을 테니까..
글쎄...내가 지금 무언가를 잉태하는 과정이기는 한걸까... 좀 더 고민해봤다면 상처내지 않는 세련된 방법도 있었을텐데 말이지... 그리고 자네는 기분 나쁘게 꼭 형 행세를 한다말이야...허허..자네가 이 세상에 있어 참 좋으이..
후후, 제가 그랬나요? 형이 이 세상에 있어 저도 좋은 걸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