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자전거 임대사업...대리점들 직격탄 }
고양시는 자전거를 빌려 쓰게 하는 ‘피프틴(FIFTEEN)’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차를
타지 않고 집과 가까운 정류장, 전철역, 공원, 백화점 등을 오갈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개념의 자전거 임대사업이다.
2010년 6월부터 시작해 2년 6개월이 지났다. 피프틴은 자전거의 평균 속도인 시속
15㎞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고양시에 따르면 피프틴 자전거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곳이 125개나 된다. 이용객이
많은 상가, 학원·주택가, 기차역, 지하철의 환승구간, 학교 앞 등에 많이 설치돼 있다.
피프틴은 개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12개월 회원의 경우 이용 요금이 6만원이
고 6개월 회원은 4만원, 비회원은 40분에 1000원이다.
고양시는 연간 이용인원은 운영 첫 1년간 110만명에서 이듬해 160만명으로 50% 가
까이 늘었으며, 주민들은 현재 125곳인 자전거보관소를 200여곳으로 늘려줄 것을 요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프틴(FIFTEEN)’ 사업은 운영비 확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고양시
는 피프틴의 최소 운영비를 연간 50억원으로 책정하고 있으나 수입은 고작 20억원에
불과하다.
원래 운영비 50억원 가운데 40%를 자전거 이용요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60%를
시의 재정 중 광고수입 등으로 충당한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광고수입이 목표치의 10% 수준에 머물러, 년간 약 30억원 가량
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는 2013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수익성 악화로 운영난을 겪는 피프틴 사업
정상화를 위해 8년간(2013-2019년) 매년 27억원씩 216억원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
하고 고양시의회에 예산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최근 상임위 심의에서 내년 피프틴 지원 예산 27억원 가운데 17억
원을 삭감했다.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않아 10억원만 예산에
반영한 것이다.
연 50억 소요 30억 적자 피프틴 사업으로 이용자들은 편리해 졌으나 고양시 자전거
대리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삼천리자전거 고양시 원당 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주 대표는 “피프틴 사업 이후
대리점 매출이 40-50%가 줄었다”고 했다.
자전거 수요자들이 새로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대
리점을 찾지 않고, 피프틴 자전거를 이용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양시의 대리점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점주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양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다 남양주시로 옮겨간 윤치만 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본지 13호 27면 참조).
윤사장은 “고양시 대리점을 정리하려고 하나, 매수자가 없어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
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이동 수리센터’도 힘들게 해 }
고양시가 피프틴 사업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자전거 수리센터’도 대리점
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양시의 자전거 이동 수리센터는 각 동 주민센터와 시내 전 공원을 순회하며 4월
부터 11월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주중에는 동 주민센터를, 주말과 휴일에는 호수공·
근린공원 등 자전거 이용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동 수리센터’ 운영 이후 자전거 수리를 위해 대리점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어들
었다. 김용주 대표는 “이동수리센터 운영 이후에는 1천원짜리 수입도 없이 공친 날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 고양시 “대리점들 피해, 몰랐어”}
피프틴 사업이나 이동 수리센터 운영으로 자전거 대리점들이 입고 있는 피해에 대
해 고양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대리점의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는 대
림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수원시도 고양시처럼 ‘이동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자전거 대리점들의
어려움을 뒤늦게 파악하고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본지 14호 25면 참조).
{ 에코바이크(주) 관리능력 한계 }
피프틴 사업의 운영 및 관리는 고양시, 삼천리자전거, 한화 S&C, 이노디자인, 산업
은행 등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에코바이크(주)가 담당하고 있다(자본금 25억원).
그러나 피프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관리부실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브레이크 작동 불능, 기어가 돌아가지 않는 자전거, 벨이 떨어져 나간 자전거, 바퀴
에 바람이 없는 자전거들이 방치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코바이크(주)
관계자는 “구별로 2명의 인력으로 전체 125개 피프틴 스테이션에서 운용 중인 3,000
대의 자전거를 일괄적으로 즉시 점검하기가 힘들다”고 답했다.
이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자 상태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상생의 길 모색해야 할 때 }
피프틴은 민간자본이 주축이 된 유료 임대사업이지만, 수익사업이 아닌 공공사업
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양시가 어차피 재정지원을 할 사업이라면 처음부터 삼천리 본사, 한화 등
의 대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인 자전거대리점 연합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었어야 했
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고양시 관계자는 “현재 에코바이크(주)가 수익성 없는 이 사업을 포기할
뜻을 보이고 있어 고양시가 직접 운영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6월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에코바이크가 운영을 포기한다면 지역 자전거 대리점들의 연합체에게 운영
을 맡기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자전거 유료 임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고양시 이외에도 경남 창원
시가 있으며(500대 운영),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와 서울시도 유료 전환 및 공
공임대 사업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공공 임대사업이 확대될 경우 지역 대리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해당지여 대리점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구매 단계에서부터 지역 대리점을 통하는 것은 물론, 관리 및 운영도 해당지역 대
리점들의 합의체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 대리점들도 이제는 협동조합 등을 활용해 공공 임대사업 확대에 대한 적극
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할 때다.
소상공인신문 www.sbnews.or.kr
장영환 기자(sbnews777@naver.com) 2013-02-04 (월) 14:17
[출처] 고양시 ‘피프틴’에 자전거 대리점들 ‘피가 튄다’ |작성자 소상공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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