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보다 하얗게.
아이보다 순수하게.
雪라벌 기행5. 남산 삼릉계곡.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오후가 되면 눈이 좀 잦아드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눈발이 거세진다.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느낌이 영 불안하다. 버스를 타고 삼릉 주차장에 내려 경애왕릉 쪽으로 걸어간다. 꼭 한번 보고 싶었던 눈 내린 삼릉 소나무 숲! 하얀 설경과 적흑색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수묵화 같은 경치를 만들어낸다.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 소나무로 둘러싸인 경애왕릉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거대한 대릉원이나 노동, 노서리 고분군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경애왕릉으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경애왕릉.)
경애왕릉에서 옆으로 가면 그림 같은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곳곳에 사진기에 비닐을 씌운 채 여러 사진작가분들이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수묵화를 렌즈에 담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앞에는 삼릉이 쭉 이어져 고요한 소나무 숲의 아름다움의 화룡점정이 된다. 정말 이 숲에 삼릉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알록달록하고 색채감 있는 물감도 과연 이 아름다움을 이길 수 있을까?)
(소나무 숲의 화룡점정. 삼릉.)
이제 산을 오르려 하는데 위에서 지팡이를 짚고 두꺼운 등산화를 신은 분들이 내려오신다. 나는 지팡이는커녕 신발도 미끄러운 생활용 등산화다. 과연 눈 쌓인 산을 제대로 등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갈 순 없다. 그렇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는 길도 너무나 아름답다. 눈이 만든 마술에 내 눈은 매료되어 버린다.
(겨울왕국으로 가는 길.)
(고요히 눈을 맞으며.)
제일 처음 목 없는 석불좌상이 나온다. 그저 말없이 이 눈을 맞고 계신다. 옷고름은 눈 때문에 더 아름답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석불좌상 위쪽에는 눈꽃에 둘러싸인 보살상이 밑을 하얗게 변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신다. 보살상에는 두 분이 답사하러 오셨는지 이곳에 대해 설명 중이셨다. 이 아름다움을 느끼러 온 분이 있다니 반갑다.
(말없이... ...)
(그저 그곳에...)
(그곳에서 그저 이곳을 그저 바라볼 뿐.)
초반에는 비싼 등산 장비 따위 없이 설산을 오르겠다는 패기로 올라갔으나 가면 갈수록 미끄러워지는 산길에 내려오시는 등산객분들을 부럽게 바라본다. 계획대로라면 복원한 석불좌상과 고려 마애불까지 가는 건데. 걱정되긴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갈 수도 없으니 열심히 올라간다.
계곡을 건너 수없는 미끄러짐을 겪으며 세 번째 부처님인 선각육족불에 도착했다. 사실 바란 모습은 눈이 내려 바위 위에 하얀 선이 그려진 그런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신라 때 슬기를 얕잡아 봤었던 것일까. 불상은 광배 윗부분 일부 말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했다. 오히려 주변이 너무 밝아 마애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실망할 모습은 아니었다. 선각육존불을 보고 위에 있는 길을 통해 고려 마애불로 가려고 했는데 불상 위에 오르는 것도 몇 번이고 떨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아쉽지만 더는 올라가지는 못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얼지 않고 잘 흐르는 냉골 계곡 물.)
(선각육존불.)
(왼쪽 삼존불. 너무 깔끔해서 눈을 뿌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훼손될까 봐 그만두었다.)
(오른쪽 삼존불.)
(힘들게 올라간 위쪽. 배수로가 약간의 흔적만 남기고 있다.)
(힘들지만, 그림 같은 설경에 또 마음이 풀어진다.)
내려오는 길에 공양도 할 겸 10개의 눈사람을 만든 후 (왜 그랬을까...) 밑으로 내려온다. 나가는 길에 누군가의 밭과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귀여운 눈사람이 있어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눈이 다시 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한 번 찾아야겠다.
(길가에 만든 눈사람 10개. 아직 살아 있으려나?)
(어느 밭 눈사람. 왼쪽은 파사석탑?)
(국립공원 관리원 모자가 귀여운 눈사람. 머리카락도 있다!)
버스는 왜 이리도 안 오는지. 40분 가까이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겨우 버스를 타고 오릉으로 향한다. 중간에 경주 김씨 문중의 효자비각을 들렀다 온다. 천관사터도 들르려 하는데 시간이 좀 늦어 일단 오릉으로 서둘러 간다. 삼릉만큼이나 멋있겠지 하고 부푼 기대를 안고 정문에 갔지만, 이럴 수가. 시간이 다 되었다. 결국, 걸어가며 담장 밖으로 조금씩 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인왕동 고분군, 교동마을, 월정교를 거쳐 시내까지 걸어가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왜 버스를 안 탔지?)
(삼효비각.)
(굳게 닫힌 오릉 정문.)
(담장을 넘고 싶다...)
(맑은 물이 흐르는 문천.)
(눈밭에 서 있는 삼나무. 그래도 외롭진 않겠네.)
(월정교.)
(신라문화체험장 앞 눈사람. 눈사람에 갓 씌우는 거 나만 하는 게 아니었네.)
시내로 걸어가면서 우산도 없이 눈을 다 맞아가며 가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사진을 찍어보니 내가 봐도 가관이다. 부들부들 떨며 집으로 들어간다.
역시 눈 오는 날 등산은 무리였던 건가. 어제 답사했던 것에 누적되어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눈 구경 원 없이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음에 간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가야겠다.
-여정- (2014. 2. 11. 火)
삼릉 주차장→ 경애왕릉→ 삼릉→ 길가 석조물→ 석조여래좌상→ 마애보살상→→ 선각육존불→→ 삼릉 주차장→→ 삼효각→→ 오릉 입구→→ 인왕동 고분군→→ 교동마을→→ 대릉원 앞-------------------→ (6부에서 계속)
(雪라벌 기행1. 대릉원, 계림, 교동마을: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5)
(雪라벌 기행2.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터, 분황사: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6)
(雪라벌 기행3. 낭산: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7)
(雪라벌 기행4. 황성공원: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8)
(雪라벌 기행6. 불국사, 석굴암: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0)
(雪라벌 기행7. 경주 구시가지: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1)
(雪라벌 기행8. 옥산서원, 독락당: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2)
새롭게 펼쳐라!
羅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