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이 무분별하게 축산사업에
뛰어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선축협이 공을 들여 브랜드 축산물을 키워 한우플라자 등으로 사업을
활성화 시켜내면 인근의 지역농협이 축산물판매장을 내서 경합구도를 만드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일선축협 조합장들이 10여년 이상 축산경제사업 창구 단일화를 요구해도 농협중앙회는 2000년 7월1일 농·축협중앙회 통합 이전부터 지역농협(구 단위농협)들이 배합사료 취급이나 동물병원 운영 등 축산사업을 해왔다는
점을 들어 막을 수 없다는 답변으로 방관하기 일쑤다.
때문에 일선축협은 전국 곳곳에서 지역농협과 축산사업으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버렸다.
가뜩이나 산지 소 값과 생산비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한우산업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지역농협이 대규모 한우 위탁사업에 손을 댔다는 점에선 한우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곳이 갑자기 대규모 한우위탁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TMR사료공장이 있다.
무을농협은 2012년 3월 조사료사료공장 지원대상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무을농협은 총 26억3천700만원(기금 30%, 지방비 30%, 자부담 40%)을 들여 하루 100톤 생산규모의 TMR사료공장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2011년 12월 경북도에 사업대상자 제출과 2012년 1월 경북도에 사업계획서 제출 등의 과정을 거쳐 민선5기 시장 공약사항을 지켜낼 조직으로 선정된 것이다.
갑작스레 정부지원으로 대규모 TMR사료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무을농협은 그동안의 쌀, 버섯, 참외 위주의
사업에서 한우로 눈을 돌리게 됐다.
TMR공장을 짓게 되면 당장 사료를 팔 곳을 찾아야 한다. 때문인지 무을농협은 대규모 한우 위탁사업을 계획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한우는 300마리 수준. 앞으로 적어도 2천500마리까지 위탁물량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TMR공장도 부지매입과 설계 절차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의 한우농가들이 난리가 났다.
당장 지난 11일에는 전국한우협회 중앙회 이사들과 대구경북도지회(지회장 김홍길) 집행부가 무을농협을 직접 찾아 한우위탁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전문성조차
미심쩍은 면단위의 지역농협이 한우농가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대규모 위탁사업에 뛰어든 이유조차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한우협회는 무을농협이 한우 위탁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국적인 조직을 총 동원해 대규모 집회까지 연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국한우협회 부여군지부 임원 및 회원님 집회 동원준비 완료 75명
일선축협 조합장들의 쓴 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합장들은 “농협과 축협은 각각 고유 업무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수차례 농협중앙회에 건의해도 반영이 안 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축산사업에 뛰어들어
시장혼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언제까지 용납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 종합업적평가에서 지역농협의 축산사업은
배점을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조합장들은 축협도 비료, 농자재 등 농협사업을 환원사업차원에서 손을 대야 지역농협이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얘기까지 거론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