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덜 해로울까?] 담배社 "타르 줄여 유해성 감소" 건강 영향은 장기적 연구 필요해 니코틴, 일반 담배의 최대 4배 흡수.. 마리화나·코카인보다 중독성 높아 심장박동·혈압 높여 신체에 타격
많은 흡연자들이 '유해물질이 기존 담배보다 90% 적다'는 광고 때문에 '아이코스' '글로' 등의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다. 담배회사는 담배를 열로 찌기 때문에 담배가 탈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타르'가 적어 덜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담배의 '타르(TAR)'는 'Total Aerosol Reasidue'의 약자로, 니코틴·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유해물질을 의미한다. 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1000가지가 넘는다. 아이코스가 유해물질을 얼마나 줄였는지는 연구마다 측정 결과가 다르다. 필립모리스 측 연구에선 90~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 보건당국의 연구에선 40~60%, 중국 보건당국 연구에선 25~35% 줄었다고 측정됐다. 타르의 감소에 따른 건강 영향은 장기간 관찰 결과가 나오는 3~5년 후에야 확실히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된다.
◇찐 담배 속 '니코틴' 함량, 일반 담배와 비슷
그렇다면 타르와 함께 또 다른 유해물질로 꼽히는 니코틴은 어떨까.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는 줄였지만 니코틴은 줄이지 못했다. 아이코스를 생산하는 필립모리스는 자체 연구에서도 아이코스의 니코틴양은 한 개비당 1.14㎎로, 기존 담배(1.86㎎)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이 연구에서 "아이코스는 기존 담배와 비슷한 수준의 니코틴을 전달하도록 고안됐다"고 명시했다.
니코틴은 흔히 담배의 의존성을 높이는 '중독 물질'로만 알려져 있다. 니코틴은 혈관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신에 퍼져 10~19초 안에 뇌에 도달하며, 뇌에서 쾌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결합하며 의존성을 높인다. 니코틴 의존도는 마리화나·코카인보다 높다고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니코틴은 중독 물질이면서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흡연자가 많은데, 니코틴의 작용을 감안하면 실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일반 담배든 궐련형 전자담배든 비슷하다"고 말했다.
◇니코틴, 심장과 혈관에 '직격탄'
니코틴은 발암(發癌)물질은 아니지만 심장과 혈관에는 큰 타격을 입힌다. 니코틴이 몸속에 들어어면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돼 말초혈관이 수축, 혈압이 상승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연구에서 니코틴은 심장 박동을 분당 10~20회 늘리고, 혈압을 5~10㎜Hg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간에서 포도당의 분비량을 늘려 흡연자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시킨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인체의 거의 모든 생리작용에 관여한다"고 말했다. 미 국립암연구소에서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조산 ▲자연유산 ▲위궤양 ▲식도역류 등을 유발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니코틴의 치사량은 0.5~0.75㎎/㎏로, 몸무게 70㎏의 성인이라면 37.5~56㎎으로 사망할 수 있다. 이런 독성 때문에 니코틴은 과거 농업용 살충제로도 사용됐다. 시중에 판매 중인 담배의 니코틴량은 한 개비당 0.1~0.7㎎이다. 흡연을 하면 몸에 흡수되는 양은 보통 10% 수준이다. 치사량에는 못 미치지만, 이 자체로도 몸에 상당한 부담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단 한 개비의 담배만 피워도 협심증·심근경색 위험이 1.3배 이상이 된다. 흡연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하지 않는다.
◇"니코틴 흡수량, 아이코스가 최대 4배 높아"
문제는 니코틴의 체내 흡수율은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더욱 높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은 고(高)타르 담배, 저(低)타르 담배, 일반 아이코스, 멘솔 아이코스에서 나오는 연기(또는 증기) 속 니코틴 함량을 각각 조사했다. 그 결과, 고타르 궐련담배 19.7㎎/g, 멘솔 아이코스 17.1㎎/g, 저타르 궐련담배 15.9㎎/g, 일반 아이코스 15.7㎎/g로 비슷했다. 그러나 체내 흡수율은 멘솔 아이코스와 일반 아이코스가 각각 23.5%, 23.4%, 고타르·저타르 담배가 11.3%, 11.5%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일반 궐련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와 아이코스를 찔 때 나오는 증기를 실험용 쥐에게 노출하는 실험을 했다. 여기에서도 혈중 니코틴 수치는 아이코스에서 일반 담배보다 4배로 높게 나왔다. 이성규 박사는 "담뱃잎을 어떻게 가공하는지, 담배와 함께 어떤 충전재를 넣는지에 따라 니코틴 흡수율을 조절할 수 있다"며 "담배회사들은 니코틴 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담배 중독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