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볼 때 잘 들리지 않았는데, 따라해 보겠습니다. 영어 전공자로서 관심이 많은 대학생….”
얼마 전 받아쓰기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니 때가 되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야 한다고 하는 포스트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의 내용입니다. 이 분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적극적인지를…. 만일 그러하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조폭은 영어를 잘 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영어를 잘 한 다음에 조폭이 되었다면 모를까, 조폭이 된 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 만큼 적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겠습니까. ‘차카게 살자’는 부류인데 영어를 표현하기보다는 육두문자를 먼저 날리지 않겠습니까.
네이티브를 제외하고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워 능통하게 하는 사람 가운데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을 별로 못 봤습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어떤지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죽으나 사나 원어민으로서 영어문화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은 그렇다 쳐도 외국어로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이 호기심을 발동하지 않거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지 않고 마스터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배운 표현들을 웃으며 원어민과 얘기를 해야지 무겁고 근엄한 표정으로 마주하면 몇 마디 못 나눌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이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라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문화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나서는 것을 삼가는 분위기가 강한데, 영어를 배우는데 있어서만큼은 좀 과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스피킹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리스닝도 마찬가집니다. 되레 리스닝에서 더 성격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피킹은 다소 외향적이기만 하면 많은 도움을 주지만 리스닝은 외향적으로뿐 아니라 내적으로 매우 강해야 하지요. 그야 말로 외유내강 형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스피킹은 표정 좋게 웃으면서 못 들은 내용을 되물을 수 있지만 리스닝은 아무리 미소를 짓더라도 지나간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습니다. 리스닝 시험 볼 때를 생각해 보시면 설명을 안 드려도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한 번 못 들은 내용은 절대 연연하지 않을 성격이 필요하지요.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닙니다. 지극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리스닝을 할 때 잠시 헛생각을 했다고 자책하거나 해서 다음 내용을 못 들으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듣기시험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못 들은 내용은 못 들은 대로 넘어갔더라면 한 문제만 틀렸을 것인데 말입니다. 혹시 누가 아닙니까. 그 문제도 제대로 맞추었을 지를….
아는 문제를 틀렸다고 해서, 다 아는 내용을 딴 생각하다 못 들었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는 이론적으로 잘 알면서도 실제 행동에 옮기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각기 개인적인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만, 한 가지 싱거운 이야기 하나 하면 들리는 것만 답을 쓰겠다, 아는 것만 정답에 표시하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들리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해서 들어야지 하고 단단히 의지를 불태워선 실제 듣기에 응하면 아마 100% 깨질 가능성이 큽니다.
요는 욕심은 금물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시험을 치를 때, 리스닝 경쟁에서 그렇게 여유를 갖기 힘듭니다만 그럼에도 그것이 해결책이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듣기 받아쓰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듣기 초보자는 받아쓰기가 좋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층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받아쓰기를 하면 관사와 복수형까지 써야 하는 심적 부담감을 갖습니다. 또 그렇게 학습을 합니다. 관사와 복수형까지 들을 수 있고 쓸 수 있다면 완벽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받았다 썼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한국 9시 뉴스를 들으면서 앵커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의 흐름을 듣고 전반적으로 이해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뉴스를 자연스럽게 부담감을 갖지 않고 듣습니다. 이와 같이 영어 리스닝이 이뤄져야지 받아쓰기처럼 학습 해가지고선 긴 지문을 연속적으로 청취하기 힘듭니다.
기분이 좋아야 영어가 되는 경우는 보통 배우는 과정에서 체험을 하게 됩니다만 왠지 컨디션이 좋지 않고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을 경우 청취나 스피킹이 만족스럽게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야 귀와 입도 부드럽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꼭 영어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한국어도 그러지 않을까요. 우울하거나 짜증나 있는데 말을 술술 하거나 남의 말을 경청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어를 울면서 할 것이 아니라면, 각기 업무 영역에서 활기 있게 쓸 영어라면, 기분 좋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좋을 테고, 또 그러려면 성격이 좋거나 좋도록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일부 댓글을 보고 한 가지 오해가 있는 듯해서 말씀을 드립니다만, 성격이 좋아야 한다고 한 부분이 외향적인 부분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오히려 글쓴이는 스피킹보다 더 리스닝에 무게를 뒀고 리스닝을 위해서는 내적으로 강인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기했습니다. 안팎의 ‘좋은 성격’이 각각 요구된다는 것이었지요.
첫댓글 제 느낌으로는 좋은 번역사가 되려면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라는 명제도 가능할 것 같네요. 제가 접해 본 번역사님들 모두 다 좋은 분들이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