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오리라.”
오늘 복음 말씀은 가난한 과부의 봉헌을 이야기하는 루카 복음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있을 때, 한 가난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예물로 넣습니다. 렙톤은 당시에 유통되던 화폐 가운데 가치가 가장 작은 쇠돈으로, 렙톤 두 닢을 지금의 화폐 단위로 환산한다면 이십 원 정도의 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부의 모습을 지켜본 예수님은 그녀가 봉헌한 예물이 다른 부유한 이들의 봉헌금에 비해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녀야말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굳은 믿음을 보여줌으로서 그녀의 봉헌이 가장 큰 것이라 말씀해 주십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 그녀의 봉헌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게 됩니다. 부자들이 한껏 뽐내며 자신의 부를 자랑하듯 많은 돈을 보란 듯이 봉헌하고 있는 것을 예수님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고작 이십 원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렙톤 두 닢을 봉헌함에 넣을 때, 예수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자들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런 시선들 모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와 예수님이 지켜보시는 봉헌함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봉헌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 과부의 봉헌의 행위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 놓은 것 이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멸시와 모욕의 눈빛을 보내는 소위 부유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 굳은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복음의 예수님은 내가 가진 것 모두를, 심지어 그것이 내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것이며 목숨마저도 하느님께 내어놓을 수 있는 믿음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일깨워주십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내가 받은 것의 일부를 기꺼이 봉헌할 수 있는 믿음의 자세, 이 믿음을 갖춘 이들이 마지막 날 하느님의 심판의 날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구원의 영광을 오늘 제 1 독서의 요한 묵시록의 말씀이 잘 전해줍니다. 어린 양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심판의 날,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선택한 이들 십사만 사천 명은 이마에 어린 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을 인장으로 받아 하늘로 불리움 받는 모습을 전하는 묵시록의 말씀은 바로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순교 성인들이 순교로 지켜낸 믿음으로 얻게 되는 영광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그 날은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어 준비하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 말씀이 전하는 하느님 그 분께 대한 믿음으로 그 분께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리는 믿음과 봉헌의 자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그 분의 얼굴을 찾으며 그 분의 주시는 참 행복으로 기쁨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