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0월 30일자 'Why' 섹션에 감사원의 어느 국장이 2007년 5월 재외공관 감사를 벌인다는 명목으로 출국해 '15박16일짜리 세계 일주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사연이 실렸다. 지금은 공기업 감사로 자리를 옮긴 그 국장은 원래 요르단·리비아·덴마크·중국 주재 대사관을 감사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리비아에는 아예 가지도 않았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나흘, 이탈리아 로마·밀라노에서 하루씩,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틀 머물렀다. 15박16일의 출장 일정 동안 그가 감사에 할애한 일정은 사흘에 불과했다. 비행기를 9번이나 갈아타면서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골라 항공료만 598만원이 들었고, 숙박비·식비·경비로 약 350만원을 썼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이 조사해봤더니 최근 4년간 재외공관 감사를 한다고 해외에 다녀온 113명의 감사원 직원 상당수가 감사 일정 사이에 관광 일정을 끼워 넣었다. 감사원에서는 해외감사와 해외관광은 동의어(同義語)로 통하는 모양이다.
감사원 국장이 해외로 떠난 날(2007년 5월 15일)은 공기업·공공기관의 감사 21명이 '혁신(革新) 포럼'을 열겠다면서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를 구경하는 10박11일의 남미 출장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날이었다. 소동이 벌어지자 감사원은 곧바로 정부 부처 6곳과 지자체 8곳, 공기업 16곳을 대상으로 '관광성 공무(公務) 해외여행'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 국장이 정신이 제대로 박혔더라면 국내의 이런 소동을 보고서 관광 일정을 취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애당초 일정대로 관광할 것 다 하고 나서 귀국했다. 감사원 국장에게 대고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감사원 지적에 속으로 '당신들이나 잘하시오'라고 코웃음 치는 것도 이런 이중(二重) 처신 탓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조직 내부에 대해 엄격한 감찰활동을 벌이겠다며 그동안 내부 인사가 맡아오던 감찰관에 검사 출신을 기용했다. 감사원이 내부의 비리엔 봄바람 같으면서 외부 비리에 대해서만 찬 서리 내리듯 한다면 감사원을 보는 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