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이성부(李盛夫): 1942년 전남 광주 출생. 경희대 국문과 줄업.
<전남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와 『현대 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강인한 생명력의 시인신 그는, 향토색 짙은 육성으로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줄기차게 노래하는 원숙한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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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를 보시고 이러한 시를 창작하시다니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익을수록 고개 숙이고 새들에게 혹은 메뚜기에게 먹이를 내어주는 넉넉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저녁 산책길에 성당문이 열려 있어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성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넓은 성당에서 선창 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퍼져 들립니다.
다른 사람이 따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당 밖으로 나와서 할머니가 독서하는 동상과 배 부른 할아버지의 동상의 벤치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을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보기도 하고.......
여유 있는 저녁 산책길이었습니다.
즐거운 날 되시고 행복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