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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나의 생일 바로 하루 전날이다. 이제 기해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문득 지난 한해를 돌이켜본다. 어느 해나 마찬가지로 올 신년에도 스스로에게 몇 가지 다짐을 했다.
거창한 것은 빼고, 내가 지킬 수 있는 간단한 다짐만 했다. 늙어 갈수록 간단하고 단순한 게 좋아진다.
첫째, 업무 외에는 가능한 한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기로 한다.
둘째, SNS를 멀리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한다.(그간 카톡으로 하루 2시간씩이나 낭비해 왔다).
셋째, 책 (종이에 인쇄된)을 많이 읽는다.
넷째, 숙원사업인 문중 묘원을 완성한다.
다섯째, 운동을 많이 한다. 골프는 내 나이를 친다는 말이 있다.
여섯째, 병약한 친구들을 많이 돕는다.(내가 살고 있는 엘에이에는 노환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일곱째,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 올해 초의 결심을 되돌아본다. 다짐한 대로 거의 다 잘 이루어진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젠 컴퓨터 화면을 오래 보면 눈이 아프다. 직업상 여러 가지 기술 도면이나 보고서는 안 볼 수 없다.
그러나 지금껏 습관처럼 해 왔던 인터넷서핑은 거의 줄였다. 컴퓨터 화면을 보는 대신 보는 대신 책을 사서 읽으니
눈도 덜 피로하고 마음에 와 닿는 것도 많아 내 영혼이 훨씬 맑아지는 것 같다.
카톡을 아예 끊어버렸다. 갑자기 카톡이 되지 않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도 받고 불만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
그 귀한 아침 시간에 카톡을 열면 보통 수십 개, 어떤 날에는 무려 백 개 이상의 카톡이 와 있곤 했다.
그 중에 답을 안 하면 실례가 될 것이 있어 매일 큰 부담이었고, 또 읽었다고 하여 내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일에
흥분하고 걱정할 일이 없어져서 정말 좋았다.
개인적인 다짐도 다짐이지만 기해년 나의 최고 결심은 문중묘원 사업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묘원조성위원회 위원들 특히 도유사와 종회 부회장이 노고를 아끼지 않았고 마침내 훌륭한 문중묘원이 조성되었다.
올해 11월 거래실 묘사 때 가서 둘러보니 뒤로는 좌우의 산세와 앞으로는 아름다운 저수지가 어우러져서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 누가 봐도 좋은 묘소라 할 만 했다. 우선 30구를 설정했으나 앞으로 50구가 들어설 땅을 잡아두었다.
묘원 가까운 곳에 넓고 편리한 주차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장래에 문중묘원에 모셔진 후손들이 묘사를 지내러 올 때 묘원 위쪽에 모셔진 조상님 묘소에도 참배하고,
묘사를 위해 모인 여러 종친들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나도 거기에 가기로 결정했다.
문중 달력이 이번에는 거의 예술작품 수준으로 나왔다. 준비위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다.
꼭 결과 물이 좋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문중의 일꾼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일하는 모습이 나는 더 좋다.
사진 촬영을 맡은 분, 사진 설명과 일력을 정돈해준 분, 디자인과 제작을 맡은 분, 달력을 배송 하는 분 등
여러 날을 소비하며 의논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보기 좋았다. 이런 정성으로 만들어진 달력이 우리 종친 모두들의 가정에 배포되고
부착됨으로써 매일 문중을 생각하고 문중 일에 참여하는 소중한 계기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종회에서 병자 식자 장군할배의 추모비를 세우고 여러 종친들이 참석하여,
아쉽게 너무 일찍가신 고인의 행적을 기리는 귀한 날을 가졌다.
동봉할배 후손으로 무관으로는 가장 높은 벼슬을하셨고, 우리 문중을 위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업적을 남기신 영웅이시다.
할배가 책을 옆구리에 끼시고 매일 걸으시던 그 길목에 아름답게 자리를 잡았고, 지난달 참배하러 가보니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는 모습이 말없이 봉사하는 우리 종친들의 따뜻한 손길이 보인다. 애족이란게 이런거구나.
기해년에는 나도 건강에 신경을 많이쓰고 운동도 꾸준히 한거같다.
걷기운동을 거의 빠트리지 않았다. 친구들과 골프모임도 자주 가졌다.
2019년 1월 5일, 고등학교동창 골프 모임에 나가서 내 나이( 미국 나이 78세)보다 한 점 적은 77을 쳤다.
친구들이 큰 경사가 났다고 해서 기념패를 마련해 주었다.
나 또한 나의 축복 받은 건강의 의미로 알고 기분 좋게 친구들을 위해 세 번이나 저녁을 대접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근육운동 은 점점 멀리하게 된다. 요즘은 주로 걷는 운동만 하고 있지만, 하루에 5km 걷는 것이
지금 내 나이에 내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것 같다.
매일 빠지지 않고 걷는데, 우리 강아지, Tater,가 동행해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50대부터 허리 병이 있어 조금 고생을 하고 있지만, 수술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운동과 물리치료로 일상 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 특히 요가를 오래 했는데 효과가 정말 뛰어났다.
지금도 허리 아픈 사람을 보면 요가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요즘은 가끔 내 몸 어디엔가 아픈 증세가 오면 옛 친구가 다시 찾아왔구나 생각하고 그럭저럭 며칠 지내다보면 또 떠나버린다.
나이 80에 신병이 없는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이걸로 감사하고 만족하게 살아야지.
늙어 가면서 가장 슬픈 사실은 친한 친구가 없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외국에 나와 살다보면 외로울 적이 많은데, 주위에 친한 친구가 몇이 있는 것이 참으로 내 삶에서 축복같다.
8년전에 이곳 엘에이로 이사 와서 한동안 친구가 없어 너무 외로웠었다.
다행히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새로운 우정을 이어갔으며 지금 노년을 그리 외롭지 않게 살게 되었다.
근년에는 동창회장을 맡아서 봉사하다가 이제는 종신회장을 맡게 되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동창 친구들은 저마다 노환 한두 개씩은 다 가지고 있으며 아주 불편한 친구들도 있다.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고등학교에서 만났다가 각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 소중한 친구들.
그들 중 가장 건강한 내가 종신회장을 맡아 친구들을 보살펴 주고 골프장에 모셔가는 것이 나에게는 작은 보람이다.
지난 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짬을 내어 고등학교 동기회 팔순 잔치에 참여했고, 대학교 동기 망년회도 거대하게 치뤘다.
아쉬웠던 점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남은 친구들 도 앞으로 85세까지 살아 남을 확률이 25%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만남이 하나 하나 다 귀하게 여겨진다.
삶의 마무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을 받 게 되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가 받은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축복에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우리 나이가 되면 다들 잘 살겠다는 생각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죽느냐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친구들과 건배할 때는 ‘9988234(死)’를 외친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일 앓고 3일째 죽자는 뜻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99세는 좀 과하다. 88세가 맞는 것 같다.
너무 늙어서 주위에 민폐만 끼치는 것 보다는 활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살다가 좀 일찍 가는 것이 오히려 축복일 것 같다.
나의 생모가 내년이면 100세가 되신다.
얼마 전에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는데, 거기 일하시는 분들이 잘 돌봐주셔서 오히려 건강상태가 좋아지셨다.
하루 종일 주무시는 것 처럼 누워계시다가 잠시 눈을 뜨시면 나 ‘영진이’를 찾는다고 하신다.
지난날 매정스럽게 인연을 끊다시피 하면서 불효를 저질렀던 나 자신이 참으로 용서가 안 된다.
한 많고 처절한 인생을 사신 분인데 어떻게 이렇게 장수를 하시는 것일까?
아마 어머니는 어떤 위기를 만나시더라도 꺾이지 않고 희망을 찾아 극복하시는 분 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무리 큰 고난을 겪어도 원망은 하시지만 남에게 원한을 품지는 않으신 것으로 안다.
그런 점만큼은 내가 생모의 유전자를 닮았으면 좋겠다.
일이란 게 그렇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도와 주는 사람들 덕분에 지금까지 일을 해 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기해년이 ‘홤금돼지해’인 만큼 돈 많이 번다는 각오를 한 것 같은데, 돈이 어디 마음먹는다고 해서 벌어지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욕심을 내거나 다짐을 한 적도 없고 결과 또한 소소했다. 지금은 돈 욕심에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 벌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조금 연장이 되어서 올해에는 별로 바쁘지도 않았다.
올해에는 어떻게든 중국 일을 마무리 짓고 은퇴할 생각이었는데, 진행을 내 마음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2-3년 정도는 연기될 것 같다. 아쉽게도 그때까진 은퇴는 어렵게 되어 버린 것이다.
지난 기해년 역시 돌아보면 모든 것이 나에게는 기적이었고, 감사할 것 밖에 없다.
나름대로 잘 견디고 잘 지난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수많은 나의 친구와 친척들에게 나의 고마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세계 70억 인구 중에서 나와 만남이 이루어지고 우리가 정을 나누게 된 그 희귀한 인연과 친절이
정작 기적인데, 따뜻한 고맙다 말 한번 못하고 지나버린 것이 너무 아쉽기만한 것이다.
내일이면 생일을 맞아 만으로 79세가된다.
내일부터 내 남은 인생의 10분의 1일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해와 같이 많은 기적이 일어날것을 기대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나의 마지막 젊은 70대 청춘을 활기차게 보내자.죽을 준비는 80대에 하기로 하자!”
그리고 나에게 참으로 소중한 종친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사랑하는 종친 여러분, 기해년 한해 여러 가지 문중 일을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새해 2020년 경자년에도 다들 건강하시고 온 가정에 행복과 번영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종손 형님, 기해년이 저물어 가네요. 늘 바쁘게 사시는 형님, 경자년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가내에 행복이 충만하소서.
아제요,
잘 읽었니더.
지금까지 그러하시듯 늘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주님의 축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니더.
금년 한해도 많은 일을 하시고 또 원하시는 대로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잘 관리하시고 계심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77타까지....
늘 귀감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리고
새해에도 더욱 강건하시고 뜻하시는 바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먼저 생신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 하시고 뜻하신바 성취 하시길 기원 합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도 평안하과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종손님의~
건강과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喜壽를 넘기시면서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드리시고 달관하신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 종손님께
경하 드립니다. 닦아오는 米壽와 白壽를 건강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동암의 기해년은 역시 황금돼지의 한 해였습니다. 일곱이란 숫자는 완전한 숫자로 일곱 가지 계획이 다 이루어졌으니 대단한 능력이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다르지만 여든이 넘으니 체력의 낙폭이 기히급수가 되는 것 같습니다. 늙으면 건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종손 형님 새해도 건강 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뵈올 수 있게 관리하시는 종손 형님의 건강 관리 비법을
문중 모두가 함께 하여서 활기찬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