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 송강(時雨松江)스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실무책임을 맡아 불교행사의 격을 높이고 생방송까지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다. 불교방송 설립초기에는 교리강좌와 법문을 통해 30명에 불과하던 공개홀의 객석에 500여명이 몰려들게 하고, ‘자비의 전화’에서는 실시간 상담문화를 정착시키고 죽비를 내리 치는 듯한 클로징 멘트는 위정자(爲政者)들로 하여금 긴장을 풀지 못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3년에 걸친 본지의 ‘백문백답’ ‘마음으로 보기’ 연재를 통해서 스님은 불교강의의 진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행복한 사람은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불교신문 ㆍ BBS 통해 명쾌한 교리문답 정평
아이폰용 금강경 보급 ‘공부하는 개화사’ 창건
또한 지난해 편찬한 <금강경>은 출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기존 경전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인 구성과 제책방식 그리고 현대적 감각의 편집과 디자인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번역 또한 단 한 군데 예사로 지나치지 않았다. 용어해설까지 곁들여 불교입문자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도록 구성했다.
여기에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 선생이 표지를 장엄해 <금강경>의 가치를 더욱 더 높여 놓은데다 아이폰용 금강경까지 개발해 디지털세대가 보다 쉽게 경전을 대할 수 있게 했다. 말을 글로, 글을 말로 바로 전환해도 교정할 일이 없을 만큼 깔끔함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비결은 어디서 나왔을까. 초등학교 때 이미 3000권의 책을 읽었을 만큼 독서광으로 알려졌지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일 강서구 방화3동 개화사에서 신묘년(辛卯年) 첫 법석을 열었다. 스님과 차를 놓고 마주 앉았다. 스님의 거처에서는 처음이다. 조용하게 흐르는 바흐 음악과 침향(沈香), 스님이 편안하게 달여 주는 차는 두 시간을 순식간에 뛰어넘게 했다.
스님은 선방에 다니다가 도반들의 권유로 범어사 강원에서 경학을 연구했다. 선방으로 발길을 옮길 무렵 10ㆍ27법난이 터져 엄청난 충격을 받고 진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학을 익히긴 했지만, 내 목에 총이 겨누어진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했다. 결국 방향을 바꾸었다. 교학을 다시 전체적으로 정리할 마음을 먹고 중앙승가대학에 입학, 5년간 잠을 줄이고 연구를 계속했다. 심지어 겨울방학 때는 냉방인 기숙사에서 죽기로 작정하고 5년을 버텼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교학에 대한 의심도 생사(生死)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스님이 가장 즐겨 쓰는 경구(經句)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대사일번(大死一番)’이다.
“이 말은 본디 당대(唐代)의 고승 장사경잠(長沙景岑) 선사의 말씀인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시방세계현전신(十方世界現全身)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백 척 높이의 장대위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온 우주 실체를 깨달을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후대의 선가에서는 뒤의 구절대신 ‘크게 한 번 죽어라(大死一番)’로 표현합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목표한 곳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머물려고 해서는 안 되지요. 과감하게 앞으로 한발 더 내디뎌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실패한 경우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분별과 망상을 한번 크게 죽이고 나면 두려울 것도 걸릴 것도 없게 되지요. 바로 ‘자유의 세계’입니다. 비로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는 ‘요지부동’의 상태로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나 세상이 바뀌기 바란다면
행복은 언제나 저 멀리 있는 꿈일 뿐…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참 많이 답답해한다. 왜 그럴까? 스님은 그 원인을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데서 찾고 있다.
“직장만 하더라도 필요가 없어지면 강제로 퇴직을 시키니 예전처럼 평생직장도 보장되지 않고, 사업하는 사람입장에서도 더 이익이 되는 직장이 생기면 직원이 옮겨가 버리니까 평생 함께할 동료가 없는 셈이지요. 그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장사를 한번 시작하면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천천히 나타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모든 것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기에 그만큼 심리적으로는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여유가 사라지니까 매 순간 계산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행복을 목표로 하여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행복한 삶을 도(道)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지는 것을 ‘도를 깨닫는다, 도에 이른다’고 표현하지요. 중국 선종의 세 번째 조사 승찬(僧璨) 대사는 출가 전에 수십 년간 문둥병으로 비참한 삶을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혜가(慧可) 대사의 제자가 되어 깨달음에 이르고 문둥병도 나으셨습니다. 승찬 대사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지요.
‘행복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직 손익계산을 따져 취사선택하는 것을 그만 두면 된다. 그러므로 다만 자기 뜻에 맞으면 좋아하고 뜻에 맞지 않으면 미워하는 태도를 그만 두어라. 그러면 행복이 바로 눈앞에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욕망의 포로인 ‘나’와
자만심에 빠져 있는
‘나’를 죽이지 않고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고 하면서도 늘 자기가 집착하는 것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그러니 죽지 못해 산다는 식의 삶이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는 요지부동의 상태로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나 세상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행복은 언제나 저 멀리 있는 꿈일 뿐일 것입니다. 욕망의 포로인 ‘나’와 자만심에 빠져 있는 ‘나’를 죽이지 않고는 절대로 행복한 삶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달력만 넘길 뿐, 진정한 새날 새해를 맞지 못하는 것입니다.
달마 대사가 중국으로 건너와 처음 만난 이가 양나라 황제였는데, 불교를 위해 엄청난 불사를 했던 양무제는 자기의 업적을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달마 대사에게 자기의 공덕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지요. 그런 불사를 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무언가 허전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달마 대사는 그 허전함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공덕이 없다’고 잘라 말씀하셨지요. 그러자 양무제는 ‘불교에서는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에 의지해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달마 대사는 잘라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그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습니다. 행복을 위해 의지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이 대화의 숨은 뜻을 깨닫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행복해 질 것입니다.”
‘인연 닿은 불자들의 마음에 꽃밭을 만드는 곳’이라 그런가. 영하의 날씨에도 법당과 종무소를 오가는 개화사(開華寺) 대중들의 모습이 즐겁기만 하다.
‘개화사 카페’에서 송강스님을 만나다
인터뷰를 앞두고 홈페이지를 찾기 위해 인터넷 공간을 한참 헤매다 ‘보물창고’ 하나를 발견해했다. 개화사 카페(cafe.daum. net/opentem)다. 기존 카페들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퍼 나르기 식의 글은 찾아보기 어렵고 정성이 가득 담긴 스님과 회원들의 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주지스님 방’에서는 4가지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주지스님 말씀’ 외에도 근본교리 강좌, 금강경오가해 강의, 벽암록 강의, 교리문답이다. 신문이나 방송으로 치더라도 1회분 정도의 글이 많다. 일견 방대해 보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글 한 편을 올리기 위해 스님은 10시간 가까이 공을 들이는 날이 많다. 법문 준비까지 따지면 하루 평균 한 건이 넘는다. 교육 포교 불사 대외활동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신생 사찰의 주지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년 365일 결제나 다름없다. 그렇다보니 회원들의 댓글 또한 진지할 수밖에 없다.
송강스님은 1976년 한산화엄(寒山華嚴)스님을 은사로 득도, 범어사 불교전문강원 대교과와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부산 선암사와 묘관음사 범어사 해인사 등에서 수선(修禪), 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과 총무국장, 천왕사, 미타사 주지 등을 역임하고 2004년 서울 강서구 방화 3동의 현 개화사를 창건해 운영하고 있다.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와 불교TV ‘송강스님의 기초교리강좌’에 이어 불교신문 ‘백문백답’과 ‘송강스님의 마음으로 보기’를 3년간 연재했다. <금강경> 번역 및 주석서 4종(소책자, 대책자, 독송용, 점자본)과 <금강경강설> <반야심경강설> <개화산문 이르는 길> 등 4가지 법보시용 책자는 모두 경전연구와 신도교육이 바탕이 돼 실용교재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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