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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 명장 곁에서 영그는 프리미어리그 Dream

영국 언론과 영어로 인터뷰 중인 설기현 선수 ⓒ조호순
요즘 <토탈사커>에 좋은 소식 전해주고 있는 설기현 선수의 소속팀 울버햄튼의 경기를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지난 시즌 꾸준히 홈 경기를 봐왔기 때문에 울버햄튼에 가면 마치 홈팀에 온 것 같은 편안한 기분과 가벼운 마음으로 열정적인 응원을 할 수 있어서 더욱 더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합류하게 되면서 한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 역시 온통 프리미어리거인 두 선수에게 쏠려있는 게 사실이죠. 저 역시도 한국축구팬들이 더 원하는 소식을 전해주어야 하겠기에 프리미어리거들이 나서는 경기를 먼저 찾게 된답니다. 설기현 선수에게는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이 남을 뿐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영국 프로축구에 처음으로 진출한 한국인 선수는 설기현입니다. 지난 2004-2005시즌 시작 직전인 8월말에 울버햄튼과 정식 입단계약을 맺은 이래 울버햄튼에서 계속 뛰고 있습니다. 대학생이던 지난 2000년, 벨기에 앤트워프와 계약하며 첫 해외 진출에 성공한 설기현 선수는 그 뒤 벨기에 최고명문인 왕립 클럽 안더레흐트로 이적했죠. 이후 3년 동안 안더레흐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중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었지요. 구단에서 설기현 선수의 플레이에 전적으로 의지를 했으니까요.
2000년대 최초의 유럽진출선수
그러나 벨기에 최고 클럽에서 최고 대우를 받으며 선수로써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하던 그는 프리미어리거가 되겠다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영국 챔피언쉽리그 울버햄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습니다. 한국 선수는 단 한번도 검증 받은 적이 없었고, 체격 좋고 감각 좋은, 그리고 세계에서 최고라는 선수들이 뛰는 영국에서 검정 머리와 노란 피부를 가지고 스트라이커로 살아 남는 일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힘든 일이었거든요. 시즌 초반 팀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는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팀 성적 역시도 좋지 않아 하향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설기현 선수 역시도 팀에 적응하느라 영국 축구에 적응하느라 힘든 적응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팀 성적 부진은 결과적으로 설기현 선수에게 득이 됐습니다. 설기현 선수를 데려온 데이브 존스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고 이후 세계적인 명장 글렌 호들 감독이 부임하였기 때문이죠. 글렌 호들 감독은 1996년에서 99년까지 영국 국가대표 축구 팀을 이끌고 98 프랑스 월드컵 때는 잉글랜드를 16강으로 이끈 명장입니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데이비드 베컴, 데니스 베르캄프도 존경하는 감독 명단에 호들 감독을 항상 올려두고 있죠.선수 시절도 화려했던 호들 감독은 이영표 선수가 뛰는 토트넘 핫스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설적인 스타 출신입니다. 게다가 설기현 선수에 의하면 정말 다양한 전술, 상황 상황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을 잘 일러주는 능력, 그리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따라 상벌이 분명한 부분 등 배울 것이 많은 감독이라고 하네요.
설기현의 프리미어리그행 도우미 - 명장 글렌 호들
지난 주말 경기장에서도 글렌 호들 감독의 세심한 장점이 드러난 장면이 있었습니다. 잠시 볼 일이 있어 경기 시작 2시간 반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 지난 일년간 울버햄튼 구단을 자주 드나들어선지 설기현 담당 기자임을 아는 직원들이 별로 제지하지 않아 제한 구역 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 표도 없이 텅빈 경기장에 잠시 들어갔습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이라 아직 선수들도 도착하지 않았고 안전요원과 진행 요원, 그리고 스카이 중계 팀만 경기장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등장한 글렌 호들 감독, 정장 차림으로 넓은 경기장을 세심하게 둘러 봅니다. 잔디 상태도 확인하고 직접 땅을 눌러보며 필드 상태를 완벽하게 확인하고는 선수들이 움직일 방향까지도 예상해가며 필드를 돌아 확인 한 후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갑니다. 혹시 선수들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부상의 염려는 없을까, 걱정하며 필드를 확인하던 글렌 호들 감독의 얼굴을 보는 순 간 심장에서 눈물이 흐르면서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인정하고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일더라구요. “ 당신은 세계 명장입니다.” 감독님의 세심한 배려, 선수에 대한 사랑과 사전 조사가 있으니 선수들도 감독의 선택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갑자기 설기현 선수가 더욱 부러워지더군요. 그러한 명장 밑에서 신임을 얻으며 동료와 팬들이 모두 인정하는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이는 설기현 선수의 활약상이 말이죠.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글렌 호들 감독의 용병술이 성공하면서 팀은 승리했지만 설기현 선수는 출전하지 않았거든요. 정말 모처럼만의 결장이었죠. 경기 내내 벤치와 글렌 호들 감독을 번갈아 바라보며 언제 설기현 선수를 교체출전시킬지 내심 기대와 불안한 마음을 가졌었는데 지금까지 너무 잘 해 왔고 또 한 경기 결장만으로 불안할 필요가 없는 설기현 선수의 팀내 입지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답니다.
설기현에게 더 큰 관심을
한국인 선수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한국에도 케이블을 통해 매 경기 중계되면서 국내팬들도 직접 그들의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기현 선수가 뛰는 챔피언쉽은 아쉽게도 한국으로 중계되지 않습니다. 그건 벨기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지난 2000년 해외리그 진출 이후 설기현 선수는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면 자신의 활약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니 가끔 국내에서 설기현 선수가 폄하되는 것도 이해할만 하지만 설기현 선수나 그 팬 입장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게다가 설기현 선수는 소속팀 경기를 뛰고나면 두어달에 한번쯤 한국으로 날아가 며칠동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대표팀 경기를 치른 뒤 다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합니다. 한국 팬들이 대표팀 한 경기 한 경기를 보면서 “설기현은 이런 선수다 ” 라고 일방적으로 평가를 내린다거나 언론에서도 설기현 선수의 기량을 낮게 평가하는 걸 보면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 줄 수는 없으니깐요. ^^;
아직 프리미어리거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 꿈을 어느 누구보다 오래 품어온, 그리고 직접 실천해온 설기현 선수이기에 더욱 더 믿음직스럽고 그만큼 앞으로 미래가 밝은 것이라 예상합니다.
영국에는 박지성-이영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토탈사커> 팬들께서는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제 7년째에 접어든 설기현 선수의 유럽 모험이 조만간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그 결실을 맺게 되길 다 함께 기도해요.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필자 및 코너 소개
<토탈사커> 컬럼니스트 조호순은 스포츠서울 영국 통신원으로 현재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나서는 그는 현지 소식에 정통한 통신원이자 스포츠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팬과 저널리스트의 중간 지점에서 영국 축구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해줄 조호순의 <잉글랜드 통신>은 <토탈사커>의 소중한 공간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다.
첫댓글 그럼요.. 한단계 한단계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꾸준히 노력해 밟아온 선수죠. 박지성 이영표선수만큼 극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기에 사람들이 아직 그의 실력을 온전히 다 모르는것일 뿐이지.. 마음 짠한 선수중 한명입니다. 다음시즌 EPL에서 꼭 보게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꿈대로 동료들과 감독과 함께 올라와주길..^^
정말 목표를 가지고 한단계한단계 밟아가는 설기현선수 정말 최고입니다. 올해는 울브즈와 함께 승격하길 빕니다.
제목부터가 감동적이네요.울컥.ㅠㅠ
아무도 없는 불모지에서 혼자 살아남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벨기에 시절 동영상 다시 보고 싶네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