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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8월 14일 서울에서 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이어 10월 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월요시국기도회’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산은 월요시국기도회가 열리기로 했던 바로 전날에 갑작스럽게 연기된 적도 있었지만, 다시 시작한 월요시국기도회의 출발지가 됐습니다.
항일거리로 알려진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부산 월요시국기도회에는 사제단 60여 명을 포함해서 신자와 시민 7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도회에 참석한 수도자들과 신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손에 손자보를 들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연 '월요시국기도회'가 10월 9일 부산의 항일거리인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날 미사는 김두완 신부 주례로 사제단 6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장영식
이날 월요시국기도회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김현영 신부는 "압수수색과 사이비 언론을 통한 여론 호도,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그나마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사라지는 나날 속에서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사제들이, 수도자들이, 신앙인들이 오늘 이렇게 다시 광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며, “매국노 후손들에게 경고한다”라고 말하면서 “이 나라는 너희들이 지켜온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개, 돼지라고 하는 민초에 의해 지켜졌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영 신부는 “이 나라를 지키라고 뽑아준 너희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여기 모인 우리가 두려움 없이 선조들이 걸어 나갔던 그 광야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기회주의자 이승만이 해체했던 반민특위를 부활해 너희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현영 신부의 강론에 뜨거운 박수로 응답했던 참석자들은 “윤석열 탄핵”을 외쳤습니다.
월요시국기도회 미사 강론을 한 김현영 신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대해 "도대체 오직 자국의 피해만 있을 뿐인 오염수 방류를 일본보다 더 옹호하고 광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영 신부는 자신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밝히면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하수인이 되려고 한다면, 내가 김좌진이 되고 홍범도가 되어 너희를 척살하고 나의 아이들에게 참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친일 매국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영식
미사를 마치면서 연대 발언으로 제대에 오른 김진숙 지도위원은 “1970년 11월 10일, 22살의 노동자가 분신을 했습니다. 2023년 노동절, 열다섯 살짜리 쌍둥이 아이들을 둔 건설 노동자가 분신을 했습니다. 며칠 전 택시 노동자가 또 분신을 했고, 윤석열 정권 들어서 두 명의 노동자가 분신으로 숨졌습니다. 한 죽음은 왜곡됐고, 한 죽음은 아예 묻혀버렸습니다. 53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불타 죽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민국은 비로소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게 됐고,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지식인들은 반성했고, 권력자들은 진실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을 했는데 집시법도 아닌 공갈범이 됐다며 아이들에게 부끄럽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한 노동자에 대해 수구 언론은 유서가 대필 됐다고 주장했고, 대통령은 건폭이라며 조롱했습니다. 53년 동안 대한민국은 얼마나 발전한 걸까요. 53년 동안 이 나라는 뭐가 성장한 걸까요”라며 반문했습니다.
월요시국기도회의 연대 발언으로 참석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동조합들이 수시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천 명이 조사를 받고 수십 명이 구속됐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시퍼런 날을 휘둘러 민주노총을 대대적인 공안몰이의 제물로 삼았습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을 비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둥이 아이를 낳고 양회동 열사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사 주고 법원에서 분신한 아빠. 그 어린아이들을 기어이 상주로 만든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그러나 싸워서 화장실을 만들고, 싸워서 탈의실을 만들고, 싸워서 일요일을 쉬게 된 노동자들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니 돌아갈수 없습니다. 연대해 본 시민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승리해 본 국민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옳지 않은 권력에 우린 굴복하지 않았습니다"라며 희망의 발언을 이어갔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둥이 아이를 낳고 양회동 열사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사 주고 법원에서 분신한 아빠. 그 어린아이들을 기어이 상주로 만든 현실”을 먹먹한 마음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러나 싸워서 화장실을 만들고, 싸워서 탈의실을 만들고, 싸워서 일요일을 쉬게 된 노동자들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니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연대해 본 시민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습니다. 승리해 본 국민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12년 전 크레인이 보이던 공장 담벼락 밑에서 시국 미사를 열어 주셨던 여러분, 경찰들의 폭력에 한 군데 모일 수조차 없던 조합원들은 매주 수요일 미사 시간을 기다렸고,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모일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고맙고 애틋했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그 힘으로 현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땀 흘리며 성실한 노동을 합니다. 작년 제가 37년 만에 복직을 해서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싸워주셨고, 단 한 순간도 불의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셨던 여러분, 그리고 한진중공업 담을 과감히 넘으시고 기꺼이 잡범이 되셨던 문정현 신부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부산 초량의 항일거리를 가득 메운 신자들과 시민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장영식
이원규 핵오염수 투기 반대 부산운동본부 팀장은 “이태원 유가족은 윤석열을 용서하지 말라고 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퇴장 구호를 외쳤고, 양회동 열사는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고 유서를 썼다”라면서, “죄 없는 청년들이 죽고,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쓰러져도 윤석열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라며 윤석열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이 악용하고 있는 권력과 법이 물리적 폭력보다 더 폭력적으로 인식돼 전두환, 박정희를 넘어 친일파를 기용한 이승만 시기까지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양미숙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 한다”라며, “비정상적인 우리 사회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하면서 “거리에서 부당한 권력에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한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성직자는 하느님이 손수 다스리는 나라처럼 이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라며 사제의 예언자적 소명을 강조했다. ⓒ장영식
연대 발언이 끝난 후 조성제 신부는 지난 부산 월요시국기도회의의 연기 과정을 설명하면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갈수록 새로워지고 반생명, 반평화, 친일매국 검찰독재, 불법무도 윤석열의 퇴장은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선포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월요시국기도회에 대해 보수 언론들과 극우 진영 사람들 그리고 주교들의 비판적 관점이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강우일 주교는 한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왜 성직자들이 조용히 기도나 하지 사회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라며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이는 성직자의 핵심적 사명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성직자는 하느님이 손수 다스리는 나라처럼 이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 시대에 힘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씀하시고 또 행동하셨거든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우리의 관심사이고 관여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라고 명료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예수님의 관심사였듯이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그 관심을 끄고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신앙을 사회 문제와 연결해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나 시도를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