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은 마음 놓고 맞아도 될까? 코로나 감염 두려움에 빠진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당초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에 비해 훨씬 믿을 만하다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이 영국에서 처음 접종에 들어간지 10일로 사흘이 지났다. 시작은 별로 좋지 않다. 첫날부터 접종자 2명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알레르기 전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접종을 중단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새로운 백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접종 중단은 예방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근본적인 부작용 우려를 식히지는 못했다.
사진출처:fjnam.ru
화이자 백신, 영국서 알레르기 전력자들에게 접종 중단/얀덱스 캡처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 화이자 측이 미국내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구안와사(안면 신경마비·Bell's palsy) 사례를 숨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백신의 긴급 승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미 보건당국이 화이자 측의 임상 3상 자료를 검토하던 중, 백신을 투약한 2만1,720명 가운데 4명이 안면마비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약(가짜 약)을 투약한 2만1,728명의 '플라시보 그룹'(placebo group)에서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미 보건당국 역시, "구안와사 증상이 나타난 접종자의 비율이 통상의 유병률(인구 대비 발병자 비율)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지만, 백신 접종 희망자들에게 던지는 심리적 타격은 만만치 않다. 우리 정부가 2천만 회분(1천만명 접종분)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그 백신이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의 부작용이 의외로 적지 않는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 백신은 몸안에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mRNA)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바이러스의 독성을 완화한 뒤 인체에 주입하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을 과학적으로 훨씬 개량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러시아의 임상시험 모습/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하지만, 이번에 처음 시도해본 방식이라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mRNA 방식의 개발 백신을 실제로 대량 접종해본 축적된 자료가 없다. 사람의 인체는 제각각이고, 바이러스 변종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실생활에서 경험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은, 백신의 의도된(?) 임상 3상 결과와는 또다른, 원초적인 불안감을 안겨준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 측이 일찌감치 문제 제기를 한 이유다.
임상 시험 기간을 크게 단축했느니, 구매자 측에 면책조항을 요구했다느니 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화이자 백신의 접종 대상에서 16세 미만, 임신 여성이나 임신 예정 여성, 면역형성 취약층 등은 제외된다. 하지만, 알레르기 전력자와 같이 부작용 우려가 높은 계층을 미리 더 많이 걸러내지 못했다. 임상 시험 기간이 크게 줄어든 탓이겠지만, 그럴 수록 접종 대상 범위를 줄이고, 까다로운 주의사항을 요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일시적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부작용을 줄여 향후 득이 될 것이다.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반면, 임상 3상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의 구매 협상에서 제외된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의 경우, 현지 언론에는 다양한 계층의 접종 배제 대상이 제시되고, 접종시 주의사항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논란 끝에 접종을 전후해 6일간 금주해야 한다는 '금기 조치'까지 나왔다.
스푸트니크V는 우리가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미 독감 백신에 많이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Ad5, 26)을 운반체인 벡터로 이용했다. 이미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다른 백신들의 접종 축적 자료가 많다. 독감 백신 접종 때 '24시간 음주및 샤워 금지, 충분한 휴식'등과 같은 주의사항을 듣는데, 경험치로 확인된 것들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효능에 대한 의문제기에 백신 추가 시험 실시/얀덱스 캡처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시험중에 부작용이 나타나, 2번이나 시험을 중단했다. 부작용 징후에 꼼꼼한 사후 체크가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구안와사 증세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화이자 측과는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의 백신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이번 부작용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첫 백신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 접종 불안을 씻어낼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백신 접종 의향이 세계적으로 아직 60~70%에 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에서 이미 접종자 수가 15만 명을 넘어섰다.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 측은 10일 "15만명에게 이미 접종이 이뤄졌다"며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많은 접종자 수"라고 강조했다.
섣부른(?) 대량 접종으로 빚어진 후유증도 현지 언론에 폭로되곤 한다. 현지 매체 '뉴스 루'는 7일 우선 접종 대상으로 지정된 의료진 일부가 접종을 거부하고 아예 병원을 그만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병원 의료진, 코로나 백신 강제접종 폭로/얀덱스 캡처
'러시아 의료진이 왜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가?'에 대해 보도한 현지 매체 '루스 루' 7일자 웹 페이지/캡처
이 신문에 따르면 현지 인권 운동가 마리나 리트비노비치는 최근 페이스 북에 모스크바의 3번 클리닉(병원) 의사 11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고 폭로했다. 지난 10월 병원의 전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 명령이 하달되자, 불안감을 느낀 의료진이 강제로 맞아야 한다면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 당국은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다른 병원에서도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사표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돌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뉴스 루'에 따르면 러시아 의료진이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는 2가지다.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첫째이고, 접종을 받은 의료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불안이 두번째다.
러시아 의료진은 현재 일주일에 한 번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 상대의 '유전자(PCR)검사'에 비해 비용이 비싸지만 활용도가 크고 정확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 의료진에게는 '항체 검사' 특혜가 중단되고 개인 방호복 등 의료적인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별로 나돌았다고 한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한 알타이주 의사들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도 크게 보도됐다.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에 의한 항체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감염됐다고 해명했다. 항체는 2차 접종 뒤 21일 이후에 완전히 만들어진다고 '가말레야 센터' 측은 설명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백신 접종시 주의사항이 너무 많고 엄격하다는 비판도 현지에서는 나온다. 상당기간(?) 금주는 백신을 맞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논란이 된 백신 접종시 금주 기간은 전후 3일씩 모두 6일간으로 정리됐다.
골리코바 부총리, 백신 접종시 금주 원칙 분명히 제시/얀덱스 캡처
당초 러시아 보건당국(안나 포포바 청장)은 접종 전 2주, 1차 접종 후 42일간 금주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즉각 백신 개발자 측으로부터 반박에 부딪쳤다. 1, 2차 접종후 3일씩 모두 6일간 금주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타티아나 골리코바 부총리가 10일 접종 전후 3일씩 금주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깔끔하게 정리됐다.
러시아 언론으로 전해지는 숱한 백신 관련 논란은 앞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부작용이 나타난 뒤 허겁지겁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구매를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진행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임상 3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훈련보다는 실전이 실제로 더 유용하듯이, 임상 3상 자료보다는 일반인 대량 접종의 결과가 더 믿을 만하지 않을까? 5일부터 본격 시작된 스푸트니크V 백신의 대량 접종 추이와 그 결과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