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양혜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나라를 다스림에 마음을 다할 뿐입니다.
河內凶則, 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 河東凶亦然.
하내에 흉년이 들면 그곳의 백성들을 하동으로 옮기고 그곳의(하동) 곡식을 하내로 옮기며, 하동에 흉년이 들면 또한 그렇게 합니다.
察隣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隣國之民, 不加少, 寡人之民, 不加多何也.
이웃나라의 정치를 살펴보면 과인과 같이 마음을 쓰는 자가 없습니다만, 이웃나라의 백성들이 더 적어지지 않고 과인의 백성들이 더 많아지지 않는 것은 어지됩 것입니까?"
('無如~者'는 ~와 같은 자가 없다.
정치를 잘하여 살기가 좋은 나라로 백성들이 이주하지 않는 까닭을 물어본 것입니다. 인구의 증가가 부국강병의 필수적인 요소였던 시대였습니다.)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맹자가 대답하였다. "왕이 전쟁을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투로 비유하고자 합니다.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則何如.
둥둥 북을 울려서 무기들이 이미 부딪치게 되었는데, 갑주를 버리고 병기를 끌고서 달아남에 혹자는 백보를 도망한 후에 멈추고 혹자는 오십보를 간 후에 멈추었습니다. 오십보로써 백소를 비웃는다면 어떠합니까?"
('塡然(전연)'은 북소리를 형용한 것입니다. '兵'은 병장기. '오십보백보'라는 고사가 이 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왕이 말하였다. "옳지 않습니다. 단지 백보가 아닐뿐 이 또한 도망한 것입니다."
曰, 王如知此則, 無望民之多於隣國也.
맹자가 말하였다. "왕께서 이를 아신다면 백성들이 이웃나라보다 많아지는 것을 바라지 마십시오.
(앞서 양혜왕이 말한 흉년 어쩌구 하는 일은 오십보 달아난 것과 같다는 이야기겠지요.
이어서 근본적인 백성을 위한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오池, 魚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농사때를 어기지 않게 하면 곡식을 이루다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촘촘한 그물을 연못에 넣지 않도록 하면 물고기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을 것이며, 도끼를 적당한 때에 산림에 넣게하면 재목을 이루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不違農時'는 부역이나 전쟁 등으로 농사 시기를 뺏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數罟'는 '촉고'라고 읽으며 눈이 촘촘한 그물입니다. 치어까지 잡지 않음을 말함.
'不可勝~'은 이루 다 ~할 수 없다.)
穀與魚鼈, 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 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
곡식과 물고기를 이루 다 먹을 수 없고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는 것, 이것이 백성으로 하여금 산자를 봉양하고 죽은이를 장사지내는 데 유감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산자를 봉양하고 죽은자를 장사지내는 데 유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왕도정치의 시작입니다.
(의식주의 안정이 왕도정치의 시작이라는 의미겠지요.)
五畝之宅, 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鷄豚狗彘之畜, 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5묘의 택지에 뽕나무를 심으면 오십먹은 사람이 비단옷을 입을 수 있으며, 닭과 돼지와 개 등을 기름에 그 때를 잃지 않으면 칠십먹은 사람이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50대가 되면 노쇠기에 접어들어 비단옷을 입어야 추위를 견디며, 70대는 기력이 쇠하여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에서 풀이하고 있습니다.
'無失其時'는 가축을 번식시킬 때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
百畝之田, 勿奪其時, 數口之家可以無飢矣,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백묘의 밭에 그 때를 빼앗지 않으면 수 식구의 집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으며, 학교의 교육을 신중하게 하고 효제의 의를 펼치도록 한다면 흰머리가 섞인 사람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지 않을 것입니다.
('勿奪其時'는 부역, 전쟁 등으로 농사철을 빼앗지 않는 것.
'庠序'는 지방의 교육기관이며, '悌'는 형을 공경하는 것.
'頒白者'는 머리에 흰머리가 섞인 사람이므로 노인을 뜻합니다.)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未之有也.
칠십먹은 이가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지 않는데, 그러고도 왕노릇을 하지 못하는 자는 있지 않았습니다.
('黎民'은 머리가 검은 백성, 일반 백성을 뜻합니다.)
狗彘食人食而不知檢, 塗有餓莩而不知發, 人死則曰, 非我也歲也.
개와 돼지가 사람이 먹는 것을 먹어도 단속함을 알지 못하고, 길에 굶어 죽은 시체가 있어도 곡식을 풀줄을 알지 못하고, 사람이 죽으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해의 탓이다'라 말합니다.
(개와 돼지 운운은 빈부의 차이로 잘사는 사람의 집에서는 가축이 사람의 양식을 먹음을 뜻합니다.
'發'은 나라의 창고를 열어 곡식을 베푸는 것.
'非我也歲也'는 자기 잘못이 아니고 흉년이 든 탓으로 돌린다는 얘기입니다.)
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 非我也兵也, 王無罪歲, 斯天下之民至焉.
이것이 어찌 사람을 찔러 죽이고서 '내가 한 것이 아니고 병장기가 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왕께서 해의 탓을 하지 않으면 곧 천하의 백성들이 모여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