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 이야기
김광한
오래전에 본 영화 가운데 <하치 이야기>가 있다.리처드 기어가 교수로 나오고 아키타 종의 개 한마리가 나온다.대학교수인 파커 (리차드 기어)는 퇴근길 기차역 플랫폼에서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하고 아내(조안 알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극진히 보살피고 키운다. 품종이 일본의 아키타견인데 착안해 ‘하치’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하치는 주인을 따라 아침이면 출근길을 배웅하고 저녁이면 그 기차역에서 주인을 마중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런데 교수가 실종이 되었다. 하치는 주인을 마중 나온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몇년동안 지키다가 결국 죽었다. 지금도 토쿄에는 하치 동상이 세워져있다.
자신을 사랑해준 주인에게 절대 배신하지 않고 주인이 부자가 됐건 가난뱅익 됐건 집을 떠나지 않는 개의 이야기는 많이있다.박대통령에게 은혜입은 자가 무슨 원한이 그리 많은지 나서서 탄핵위원장을 하면서 제발 구속시켜 달라고 한 자, 그리고 이와 듯을 같이 한 자 이들이 지금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온갖혜택을 받고 거드름을 피운다.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던 하치란 개, 그 개를 스승으로 삼아야할 자들이다.나는 생리적으로 법관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굉장히 흠모하는 법조인이 있다. 사도법관이란 칭호를 받는 김홍섭 판사이다. 나이 48세에 요절한 그에게는 그가 사형 판결을 내린 죄수들과의 아름다운 인연이 있다.그는 인간이 인간을 판결할 수 있는가 하고 고민하고 판결 전날에 묵주(默珠)를 굴리면서 자신의 판결을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길 원했고 판결후에는 반드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미약한 내가 여러분에게 한 판결이 잘못됐을지라도 나를 용서해주십시오"
그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들이 많기에 길게 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선종(善終)했을 때 다른 장소를 모두 사양하고 경기도 퇴계원의 사형수들 묘지에 묻혔다는 것이다. 그곳은 자신이 판결한 사형수들이었다.아름다운 삶’이라는 말 외에 그의 인생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우리 시대의 스승이었다.
이분을 통해 공권력을 집행하는 자의 자세, 공권력의 정당성이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공직자들이 꽤 많을 것 같기에 쓰는 글이다.죄없는 자를 죄를 뒤집어 쓰게하고 죄있는 자를 풀어주는 판사란 자들, 그들의 양심은 어느곳에 팽개쳐뒀는가. 판사나 검사는 오래 동안 그 자리에 있는 직업이 아니다. 법복을 벗으면 범인(凡人)으로 돌아온다.
50년전에 내가 참전했던 베트남의 주월 사령관은 채명신 장군이었다. 채명신 사령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우리들 사병들에게 존경받는 장군 가운데의 진짜 장군이었다.훤출한 키에 잘생긴 용모, 작전의 제갈량같은 분이었다.이분은 생전 자신과 같이 월남전에 참전해 전사한 군인들을 애통해하면서 살았다. 국립묘지 쪽에 거처를 정해서 항상 국립묘지를 바라보면서 5천 9명의 전사한 장병들을 위해 아침마다 기도했고 자신도 죽으면 장군 묘역이 아닌 사병묘역으로 가길 원했다. 그리고 그 사병묘역 좁은 터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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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으로 계시던 이효봉스님이 있었다.일제 시대 이분은 판사였는데 판결을 잘못해서 그 조릴 씻기 위해 출가를 했다.법정 스님의 스승이기도한 이 분은 불의한 권위보다 양심, 인간의 길을 택했다.속세의 부귀영화란 악과 결탁해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그는 이런 허망한 영화보다 참된 진리의 길을 택한 스승이다.레오 톨스토이의 부활의 줄거리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재판소의 배심원으로 나온 주인공 네흘류도프 공작은 살인절도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는 까츄샤를 만난다. 그녀는 청년시절에 자기가 농락했던 집안의 하녀였다.그 까츄샤를 보자 문득 자신의 과오가 생각나고 한 사람을 이렇게 파멸로 만든 자신의 행위가 부끄러워 도저히 용서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따라간다.양심의 갈고리에 걸린 것이다.정의란 양심이 행동함으로서 이루어진다.박대통령이 권력이 있을때 눈물을 흘리고 아첨을했던 자, 누님이라고 말끝마다 친근감을 괴시하던 자 이 다음 더 늙어서 자서전이라도 쓸때 어떤 말로 마무리를 할까 물론 이런 자들의 자서전이라야 자화자찬 엉터리이겠지만.
오래 전에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유명한 영화 <길>이 있었다.지금은 세상을 달리한 안소니퀸이 차력사 잠파노로 나오고 쥴리엣 마시다가 나팔부는 어릿광대인 젤소미나로 나오는 흑백영화였다.무식하고 우악스런 잠파노가 돈으로 산 여자를 마구 부리다가 팔아버린다. 몇년후 어느 시골 장터에서 자신이 버린 여자가 부르는 나팔소리를 듣다가 그만 엉엉 짐승처럼 울어버린다. 실종되었던 짐승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으로 돌아와 양심이 제 자리에 터를 잡은 것이다.
하치는 개 이름이다.하치만도 못한 국회의원과 양심을 저버린 법조인들 권력에 아부하는 자칭 언론인이란 자들,하치를 스승으로 삼아라 그대들은 개만도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