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경 유명 법무법인에 잠시 근무할 때, 대표변호사가 솟장 하나를 읽어 보라고 건네 주었다. 고엽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솟장이었다. 1999년 월남에 파병되었던 배테랑인 고엽제(Agent Orange)피해자 1만 6천명이 제조사인 다우 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1인당 3억원씩 총5조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2006년 1월 서울고법(최병억부장판사)은 원고5천2백여명에게 1인당 600-4600만원씩 총 63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그 법무법인은 피고측을 변호하고 있었는데 나는 직접 담당하는 팀원은 아니고 벤치워머로서 손이 딸리면 조금 보조역할을 하라고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그 곳에서 곧 퇴직했기에 아무런 일도 못했지만 사건의 결말이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이 지난 12일 선고되었다.
2006년 고등법원은 고엽제노출과 비특이성질환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립과학원보고서에 근거하여 역학적 상관관계를 인정하여 631억원의 배상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비특이성질환(당뇨병, 폐암, 후두암, 신장암, 간질환, 심장질환등 열가지 질환)의 경우에는 특정 위험인자(본건의 경우 다이옥신)과 비특이성질환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개인이 그 위험인자에 노출됐다는 사실과 그 비특이성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라는 논리를 개진하여 청구를 배척했다. 다만 염소성여드름은 다이옥신으로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으로 인정하여 39명에게 총 4억6천여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나는 대법원의 이 판결이 반세기전에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21세기에 이런 판결이 나온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고엽제에 함유되어 있던 고농도의 다이옥신은 청산가리 1만배의 독성을 가졌다고 하며 다이옥신에 노출된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고 이미 역학적으로 증명된 독성 물질이다. 그리고 이런 치명적 다이옥신을 포함한 고엽제를 제조한 피고사들은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해치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측이 다이옥신에 노출되었다는 사실과 폐암, 후두암등의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충분하며, 피고측이 두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면책이 된다고 판단함이 옳지 않았을까? 여기에 굳이 Res Ipsa Loquitur(The thing speaks for itself)법리를 끌어올 필요는 없다.
이렇게 된다면 현대 의학의 수준으로는 암발생의 원인에 대해 완벽히 밝히지 못하고 있으므로 피고측이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입증하기는 지난할 일이 되므로 결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대법원이 50년 잠자다 나온 Rip van Winkle같은 수구적 판결을 내렸을까? 보수성향의 정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미국의 대기업에 631억의 심대한(?) 출혈을 입혀서는 한미혈맹에 금이 간다고 생각했을까?
진보세력이나 종북세력들이 이 판결을 가지고 미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굴복한 판결이라고 들고 나서지 않는 것이 불행중 다행이다. 아마 원고들이 반대 진영의 보수성향인 참전노병들이라서 고소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보들!
자! 이만 더운데 열은 고만 내고 마지막으로 헛소리나 한 마디 하자.
민사소송에서 왜 판사는 항상 원고나 피고의 주장중 하나만을 인용하고 다른 쪽은 배척해야만 할까? 모든 증거를 검토하고 조사한 결과 예컨대 원고주장이 51%, 피고주장이 49%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하면 판사는 원고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피고측도 고려해주어야겠다 라는 생각에 과실상계등의 여러 방법으로 선고금액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건에 따라서는 선고금액을 판사가 조정할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51% 우세한 자가 전체를 -예컨대 본건 토지의 소유자는 원고다 라는 식으로-가진다.
이것을 바꿀 수 없을까? 예컨대 위의 경우에서 "본건 토지의 소유권은 원고와 피고가 51대 49의 비율로 공유한다." 물론 이런 판결은 넌센스다. 이렇게 판시하면 진실은 하나뿐이라는 진리에 정면으로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뿐인 진실을 찿아낼 수 없을 때에는 솔직히 인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런 토대위에서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도리어 진실에 가까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최소한 분쟁의 원만한 해결과 평화유지에 효과적이지 않을까? 특히 의료사건이나 질병을 이유로 하는 손배사건같이 인간의 지식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분야에 관련된 분쟁에서 그런 어프로치를 고려해 보면 어떨까?
이렇게 legal mind가 없는 자가 한국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했던 것은 적으나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겠다. 그럼 더위에 몸조심하시기를! (끝)
첫댓글 옛날 사또 재판이 일리가 있기도 하지, 청렴하다는 전제하에서. 영국의 형평법은 어떻게 되어있나? 궁금했는데, 미국변으로서 한 수 가르쳐 주시게나.
대학교에서 똑같이 배운 것말고는 영국형평법에 관해 더 이상 배워본 적 없습니다. 혹시 에딘버러에 유학한 오교수가 좀 알지 모르겠네. 거기는 스코틀란드법이니 영국법하고는 또 다르다는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서도 ---
眞實, 紛爭, 賠償,人間能力의 限界, 平和維持, 效果, 요따우 단어들을 한꺼번에 쏟아 부어내니 나같은 시골촌로는 갑자기 정신이 다 몽롱해지누만........
眞理가 너희를 자유롭게 만든다고 했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智慧의 근본은 하느님을 경외함이라고 했으니 하느님을 두려워해보셔.......뭔 답을 가르쳐주실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