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장,
김 여인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지금 쯤 일어나서 또 화장실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수현이가 일어나지를 않는다.
“얘가 웬일로 늦잠을 자나?”
그러다 출근시간을 생각해서 깨워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수현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왜 안 일어나니?“
“오늘은 회사에 나가지 않아요.”
“그랬구나!
깨워서 미안하다!
그럼 어서 더 자라!“
방을 나오면서 김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오늘 아침은 아들이 동동 발을 구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방으로 들어가서 아침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우유를 가지러 대문을 나가려고 하다가 의아해 한다.
“어제 밤 문을 잠그지 않았나?”
대문의 빗장이 잠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문단속을 더 잘 해야겠네!
밤새 문을 잠그지 않고 잠이 들었으니 원!“
김 여인은 우유를 가지고 올라간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침이면 우유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영빈엄마 일어났어요?“
종엽이는 주방으로 들어오면서 제 안식구를 찾는다.
“이 시간에 네 처가 일어나는 시간이냐?”
“안 보이는데?”
“그럼 화장실엘 갔겠지?”
“그런가?
이 시간이면 수현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중얼거리면서 화장실을 노크한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화장실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어본다.
문이 열린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이었다.
“화장실에 영빈엄마가 없는데요.”
“아침부터 네 처를................”
말을 하다 김 여인은 대문의 빗장이 열려져 있었던 것을 생각해 낸다.
“혹시?”
김 여인은 얼른 아들의 방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성경화의 옷들이 없다.
김 여인은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왜 그래요?”
엄마의 행동을 지켜보던 종엽이가 의아해 하면서 묻는다.
“너희들 싸웠니?”
“싸움을 왜 해요?”
“네 처가 집을 나갔다.”
“네?”
종엽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그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집을 왜 나가요?”
“장속을 봐라!
네 처의 옷이 대부분 없다.
입을 만한 것들을 골라서 가지고 나간 것이다.“
“........................”
“아이고!
이 무슨 날 벼락이더냐?“
김 여인의 통곡 소리에 온 집안 식구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이 시간이면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있던 선미도 깨어서 일어난다.
“엄마!
왜 그래요?“
“선미야!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냐?
네 올케가 집을 나간 모양이다.“
“올케가 집을 나가다니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나도 모른다.
세상에 이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이더냐?“
“엄마!
진정하세요.
답답하니까 어디 며칠이라도 바람을 쏘이고 들어올 거예요.
그러니 진정하시고 기다려 봐요.“
김 여인은 선미의 말에 조금 용기를 낸다.
조금 진정이 된 김 여인을 방안으로 모시고 들어간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하는 선미였다.
“선영아!
오늘 나 대신에 네가 가게 문을 열고 가게를 보거라!
아무래도 이 상태로 엄마를 혼자 계시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네가 장사를 해 주겠니?“
“응!”
“그리고 종엽아!
아침 먹고 어서 출근을 해!
며칠 있으면 바람 쏘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올 것이야!“
“누나!
정말 그러겠지?“
“그래!
아무 염려하지 말고 네 처갓집에 연락도 하지 말고 기다려보자.“
선미는 아침상을 준비한다.
그리고 종엽이를 출근을 하게하고 선영이를 가게로 내 보내고 나서 부모님의 아침상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재잘거리면서 놀고 있고 영빈이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저것들이 아직도 어린데 저 어린 것들이 눈에 밟히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엄마!
돌아올 거예요.
올케가 마음이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동안 시집살이를 잘 참아 낸다고 생각했었어요.“
“시집살이는 내가 했다.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참고 살아온 내가 너무 어리석었던 모양이다.“
“알아요!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계시는지 말씀을 하시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요.“
선미는 엄마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생을 당신 자신보다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 당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시지 않으시고 헌신을 하듯이 살아오신 엄마의 삶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인지 당신의 몸으로 실천을 하시면서 가르치시고 깨우쳐주시면서 살아오신 엄마의 삶이었다.
“선미야!
이제 그만 가게엘 나가 보아라!“
김 여인은 일어나 앉는다.
“아니에요!
오늘은 이렇게 엄마 곁에 있을게요.“
“엄마는 이제 괜찮다.
이 정도의 일로 쓰러질 엄마가 아니다.
내가 쓰러지면 네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저 어린 것들은 어떻게 하겠니?
아무리 힘들고 모진 파도가 밀려와도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지켜내고 내 가족들을 내 가정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럼요!
내 엄마는 절대로 약하신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시는 분이지요.
저도 그렇게 엄마를 믿고 의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서 가게를 나가 봐!
선영이에게 맡겨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내 배속으로 난 내 자식이지만 난 그 애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나!“
”엄마!
우리 선영이도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머리는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를 못해서 그래요.
그저 아무런 생각도 하시지 마시고 지켜보세요.“
“너하고 선영이하고 한데 섞어서 반반으로 나누었으면 좋겠다.
내 말을 듣고 어서 가게를 나가 봐라!“
선미는 엄마의 성화에 등을 떠밀리다시피 집을 나선다.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가게는 다른 날보다도 손님이 더 붐볐다.
“손님이 많구나!”
“어?
언니 나왔어?
엄마 때문에 못나온다고 했잖아?“
“응!
이제 엄마도 괜찮아 지셨고 가게가 궁금해서 나왔어!“
“궁금하기는?
오늘 하루 엄마하고 친구도 해 드리고 푹 좀 쉬지 뭐 하러 나와?“
“고맙다!
허기야 내가 없으니 이렇게 손님이 많구나!“
“.........................”
손님들이 일어나 나온다.
“선배님!
점심 잘 먹고 갑니다.“
“응!
어서 가봐!“
계산을 할 생각도 없이 그냥 나간다.
선미는 어이가 없어 선영을 바라본다.
“짜식들!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여기까지 찾아왔잖우!“
표정이 당연한 듯이 태연하다.
“그랬니?”
그러나 그 한 테이블이 아니다.
정말 레스토랑으로 들어온 손님은 반도 되지 않는다.
공짜로 먹는 테이블마다 고가의 음식이 들어간 것이다.
선미는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또 다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선영아!
이제 너는 그만 들어가 봐라!“
“언니!
이따 저녁에 내 손님이 예약이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지?“
“미안하지만 그것까지는 못한다.
다음에는 내가 가게 문을 닫을망정 네 신세를 질 수가 없구나!“
“그러지 말고 한번만 봐주라! 응?”
선영이는 또 다시 떼를 쓰듯 매달린다.
“몇 시에 오는데?”
“한 여덟시쯤에 오라고 했어!”
“그래?
알았으니 어디 가서 네 볼일을 봐라!“
“알았어!
역시 작은 언니가 나를 알아주거든!“
선영이는 신이 나서 카운터에서 만원을 들고 나간다.
선미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선영이다.
선미는 카운터에서 돈을 꺼낸다.
손님의 반 이상이 공짜였으니 현금이 별로 없는 것이 당연하다.
종업원들에게 있는 돈을 조금씩 나누어 준다.
“오늘은 이만 가게 문을 닫는다.
너희들도 모처럼 영화라도 보든지 바람이라도 쏘이고 내일 보자!“
선미는 그렇게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한다.
그대로 문을 열고 있으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선영이의 놀이터로 만들어 줄 것이 너무나 뻔한 일이다.
장소만을 제공하는 것 같으면 얼마든지 해 줄 수가 있다.
허나 음식이며 양주들이 모조리 바닥이 날 것이다.
그것이 한 두 번이면 감당을 하지 못할 일도 없으나 한 달이면 너덧 번을 그렇게 당해야하는 선미의 마음은 고통스럽다.
엄마의 말이 아니었다면 모든 재료들이 바닥이 날 뻔했던 것이다.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서 모두 불러 들였던 것이다.
친구를 좋아하고 선후배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선영이다.
가끔씩 집에도 우르르 몰고 들어와서 밥을 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선영이다.
그런 선영이를 엄마는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하면서도 친구들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 엄마의 심정을 비로소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해 내고야 마는 선영이를 그 누구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모두 당하고만 있었다.
그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한 부모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어쩔 수없이 그대로 참아내고 있는 형제들이다.
선미는 전철을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한다.
갈 수록에 엄마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선영이의 횡포가 더 심해진다.
엄마를 위해서도 선영이를 위해서도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는 있지만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아침 입니다
답답함을 느끼면서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이리하면 안되지
둘다 망해 모질게해서 깨닷게 해야지 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