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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85)
작전회의란 이렇게 하는 거야(2)
"밤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시작하겠다."
빗속을 뚫고 빠르게 올라오는 북황련 선단을 노려보며 백산은 아쉬
운 듯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회하를 타고 내려오며, 적룡호를 조정
하는 노잡이와 타수의 호흡은 최고조에 달했다.
선저뿐만 아니라 무게가 나갈 만한 것들은 전부 잘라내어 이제는 정
말로 유령선처럼 변했지만 속도만큼은 다른 어떤 배보다 빠르게 되었
다. 기동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요건을 갖췄는데 적은 낮에 공격을
해온다. 그간의 노력이 거의 의미 없게 되고 말았다.
"니미럴, 모처럼 만에 대갈통 한번 굴려보나 했더니. 후진해!"
낮게 투덜거린 백산은 갈영상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거 봐! 내 말대로 하라니까. 공연히 비 피할 곳만 전부 없앴잖아."
입을 삐쭉 내민 주하연은, 비에 찰싹 달라붙어 고스란히 살갗이 내
비치는 옷을 떼어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적룡호에 타고있는 이들
의 행색은 엉망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벌써 며칠을 보냈는지 몰랐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갑판 아래 노잡이들이 있는 선저 밖에 없다. 잠
시 잠깐 그곳에 들어가 비를 피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는 있다지만 한 여름. 서로의 몸에서 풍기는 냄
새 때문에 선저 또한 있을 곳이 못되었고, 그러다 보니 무공을 익힌
이들은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갑판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임마! 저 자식들도 같은 놈들이야. 지저사령계에서 널 죽이려 했던
놈들이라고. 설사 마음이 변해 우리를 도우려 왔다고 쳐. 그럼 와서
음식이라도 넘겨줘야 할 것 아냐! 남의 집 불 구경하듯 하고 있는 놈
들이라고."
처음 뒤따르는 자들을 발견했을 땐 어지간히 놀랐다. 앞뒤로 포위된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했었다.
한데 놈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기만 할뿐 접근해오지 않았
다. 이상하다 싶었던 백산은 사양선을 보내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았
다. 놀랍게도, 10척의 배를 타고 오는 자들은 남천벌 무인들이었다.
북황련 무인들이 아니어서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그들 또한 안심할
자들은 아니었다.
남천벌 배와 같이 행동하자고 하였던 주하연의 말을 무시했던 이유
가 그 때문이었다.
"천괄, 화살은 얼마나 남았냐?"
"다 쓰고 남은 게 하나도 없네."
천괄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자- 알 한다. 내가 그랬지 화살은 전부 돈이니까 아껴서 쓰라고.
신나게 쏠 때부터 알아봤다. 니미럴! 천상 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
겠구먼. 하여간 뭔 복을 타고났는지. 전부 모여봐!"
잔뜩 인상을 찌푸린 백산은 일행을 불러모았다. 전부 아홉 명의 무
인들이 갑판에 빙 둘러서자 그들을 한 명씩 바라보던 백산은 짜증난
듯 왈칵 소릴 질렀다.
"하여간 꼴들 하고는. 아무리 비가 온다지만 제발 얼굴에 신경 쫌
쓰고 살아라, 그게 뭐냐? 앉아, 새끼들아!"
"그래 넌 잘 생겨서 좋겠다. 비를 맞으면 우수 젖은 얼굴, 물에 젖
으면 영롱한 피부라서 지랄 맞게 좋겠다, 이 자식아!"
이윽고 새끼들이란 소리에 천괄 역시나 짜증을 어쩌지 못하고 고함
을 내질렀다.
"어쭈? 지금 한번 엥겨보겠다 이거냐? 얼굴 잘생긴 것도 타고난 복
이야 임마. 억울하면 너도 미끈한 얼굴로 태어나지 그랬냐. 그런데 조
금 전에 뭐라고 했지? 비를 맞으면……."
"비를 맞으면 우수 젖은 얼굴, 물에 젖으며 영롱한 피부."
"듣고 보니 정말 죽이는데? 모래만 처먹고 산 줄 알았더니, 상당히
고급 언어도 구사할 줄 아는구나."
천괄이 했던 말을 주하연이 다시 읊어주자 백산은 손뼉을 치며 웃음
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멍한 얼굴로 쳐다보는 유몽을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유몽! 방금 사모래가 했던 말 기억해 놔."
"컥!"
급기야 유몽은 사레 걸린 듯 기침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 뿐만 아니
었다. 사양선을 비롯한 잠영루 살수들 또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
를 돌려버렸다.
"이제 분위기 좀 풀어졌으니까, 작전을 말하겠다. 너희 다섯은 이
배 바닥을 지켜. 하연이와 유몽은 병사들과 같이 갑판을 지킨다."
"그럼 우린?"
가만 듣고 있던 천괄이 자신과 갈영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 사모래 너희 둘은 저기 보이는 배 한 척. 난 그 옆에 있는 배
한 척, 됐냐? 수공 못한다는 소리는 하지마. 마신 물이 빠져나가지 않
으면 배딴지에 구멍이라도 뚫어서 뽑아."
"제길, 그걸 작전이라고 사람을 불러 모으냐?"
어이없는 듯 천괄은 소리를 질렀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처럼 사
람을 부르더니 기껏 한다는 말이 배 두 척이란다.
"천괄, 적룡호에 밥이 있을지 모르지만 든든히 먹고 가라. 배부른
귀신은……."
"됐어 임마, 너나 많이 처먹어."
"참, 이 말을 안 했군.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전부 죽여. 노잡이는
물론이고, 일반 양민까지……. 갈가리 찢어서 갑판에 널어!"
천괄의 눈앞으로 얼굴을 들이민 채로 백산은 한마디씩 또박또박 끊
어가며 말했다.
"허억!"
나직한 비명을 지르며 천괄은 무릎도 세우지 못하고 앉은걸음으로
물러났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바로 눈앞에서 빛나는 투명한 유리구
슬 두 개를 보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언뜻 눈을 스쳤
던 유리구슬 두 개는 환상처럼 사라져버렸다.
"설마……."
이미 잊혀진 전설을 떠올린 천괄은 그럴 리가 없다는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작전회의 끝났으니까 시작해보자, 저 놈들도 물러나고 있잖아?
후진하는 속도를 높여!"
천괄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은 백산은 벌떡 일어나며 아래쪽을 향
해 고함을 질렀다.
적룡호가 후진을 시작하자 남천벌 배 또한 뒤로 물러나고 있었던 것
이었다.
"어떻게 할까 양 동생."
50장 전면에서 빠르게 후진하여 다가오는 적룡호를 바라보며, 남세
옥은 양천리에게 물었다.
적룡호가 침몰되거나 아니면 공격을 받기 시작했을 때 싸움에 북황
련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
기에 하는 말이었다.
"이미 결정하시고선 뭘 묻고 그러십니까."
양천리는 빙긋 웃었다. 남세옥은 이미 결정을 내린 얼굴이다. 다만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물었을 뿐이었다.
"맞네,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기로 결정 봤네. 우선은 좌측에 보이는
세 척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걸세."
"나머지 네 척은 적룡호를 공격하도록 그냥 두겠다는 말이군요."
"적룡호도 도와야지. 세 척을 물리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말일세."
폐선으로 변한 적룡호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남세옥은 고수
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목표는 좌현에 보이는 세 척이다, 전속 항진하라!"
둥둥둥둥! 둥둥둥둥!
전진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후진하고 있던 남천벌 배들이 일제히
전면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래로 흐르는 거센 물결을 타자 남천벌 배는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
다. 후진하던 적룡호와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곧이어 그들의 초라한
모습이 잡힐 듯 선명하게 보였다.
"저놈은?"
화들짝 놀란 남세옥은 눈을 가늘게 모았다. 이편을 쳐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자(者). 그는 거북이처럼 느린 몸으로 미친놈처럼 설친다
하였던 귀광두(龜狂頭)였다.
그리고, 적룡호 옆으로 떠 있는 서너 개의 하얀 덩어리를 보았다.
"자, 천괄, 갈영상, 우리도 작전 개시다! 하연아 잘해!"
"걱정 마세요. 여기서 적룡호보다 빠른 배는 없어요."
백산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고해!"
안쓰러운 얼굴로 주하연의 등을 두드린 백산은 재빨리 선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라 천괄과 갈영상이 따랐고, 잠시 후 세 사람은 물 속으로
사라졌다.
"전속 후진하라!"
백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 주먹을 불끈 틀어쥔 주하연은
선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유몽을 비롯한 사양선은 백산과 둘이서
만들었던 얼음 덩어리를 수면 아래로 숨기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적룡호에 남아있는 무인은 오롯이 혼자였다.
둥! 둥둥둥! 둥둥둥!
쏟아지는 빗소리와 함께 회하 수면위로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
란하게 울렸다.
"저 놈들이?"
자신의 배에서 적룡호를 주시하던 만철은 흠칫 얼굴을 굳혔다. 전면
에서 다가오던 남천벌 전선들이 방향을 급선회하여 우측으로 몰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지경! 좌측에 있는 배에 전하라! 저들의 배후를 친다!"
만철이 타고 있는 배에서 두 개의 깃발이 올라와 좌우로 흔들리자
왼편에 있던 배들이 전면으로 빠르게 나서며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남
천벌 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 다섯 척의 배가 한 곳으로 모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서로의 거리가 70여장까지 좁혀지자 모든 배에서 화살이 쏟아져 나
왔다. 일시에 수천 발의 화살이 회하 하늘을 가득 덮었다.
쏟아지는 비보다 화살의 수가 더 많은 듯했다.
"우린 적룡호를 쫓는다!"
서로의 배로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화살비를 쳐다보던 만철은 적룡호
쪽으로 눈을 돌리며 고함을 질렀다.
무인지경. 남천벌 배가 전부 빠져나가자 적룡호 한 척만 뒤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구지경, 활을 다오!"
적룡호 선수에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를 보며 만철은 진득한 살기를
머금었다.
"전속 항진하라!"
만철에게 활을 건넨 구지경은 아래쪽을 행해 고함을 내질렀다. 만철
의 배가 전면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그 순간, 백산은 북황련 배 근
처까지 다가가 오를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뿌연 황톳물이 시야를 가로막았지만 오히려 백산에게는 유리했다.
배 아래쪽을 지키고 있을 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갑판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면으로 고개를 내밀어 배를 관찰하던 백산은 혈풍뇌전심법을 서서
히 끌어올려 전신으로 내기를 보냈다.
그의 몸에서 미약한 바람이 불어 나온다 싶더니 어느 순간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강한 회오리바람으로 변했다.
그리고, 붉은 바람에 휩싸인 동체가 물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적이다!"
남천벌 배를 향해 화살을 날리던 무인 한 명이 붉은 덩어리로 변한
백산을 발견하고는 고함을 질렀다.
저도 모르게 내질렀던 그 고함소리가 살아서 지르는 마지막 소리가
되고 말았다. 바람처럼 다가온 붉은 기운은 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철벅!
분리된 목과 몸통이 동시에 갑판으로 떨어지며 차가운 소리를 남겼
다.
"죽여라!"
손쓸 사이도 없이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무인들은 즉각 몸을 돌리며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죽어야 할 놈들은 네 놈들이다."
미끄러지듯 슬쩍 몸을 젖히며 전면으로 다가간 백산의 손에서 붉은
광채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갔다. 1자에 달한 봉선도가 일순 죽 길어지
고 붉은 색 잔상을 횡으로 남겼다.
"으아악!"
"아악!"
후드득 떨어지는 살점 속에서 붉은 동체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붉
은 기운이 움직일 때마다 그보다 더 붉은 피가 갑판을 적셨다.
백산의 몸을 향했던 화살은 벽에라도 부딪친 듯 튕겨져 나가고, 그
사이로 붉은 광채가 작렬하듯 터졌다.
"죽여라!"
이미 싸움의 마력에 빠져든 북황련 무인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개의
치 않았다. 전면에서 죽어 가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각자의 무기를 뽑
아들고 백산을 향해 돌진해들었다.
"광혈강풍(狂血强風)!"
붉게 변한 봉선도가 휘갈기듯 전면을 내리치자 갑판은 온통 핏빛 천
지로 변했다. 일도에 108개의 강기를 쏟아낸다는 광혈강풍. 과거 사부
의 무공이었던 한천팽무도법의 혈극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광혈강풍
은 말 그대로 미친 바람이 만들어낸 피의 폭풍이었다.
"크아악!"
"아악!"
"커억!"
10여 명 북황련 무인들은 동시에 고함을 내질렀다. 행동 또한 각양
각색이었다. 목을 틀어쥐고 있는 자, 배를 감싸쥐고 있는 자, 막연한
눈으로 상대를 주시하고 있는 자.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눈에 서린 공포였다.
"사신(死神)!"
파악!
무인들 몸이 동시에 폭죽처럼 터지고 수십 조각으로 분시된 덩어리
들은 산산이 떨어져 내렸다.
사신. 죽어간 누군가의 말처럼 백산은 지옥에서 막 뛰쳐나온 사신이
었다. 죽어간 자들의 몸에서 쏟아진 피가 옷을 적시고 있음에도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 올라섰던 곳의 무인들을 전부 도륙한 다음 다시 전면으로 몸을
날렸다.
"맞다, 너희들은 이미 지옥에 들어선 거야! 이곳 회하는 지옥으로
가는 삼도천이 될 거다."
한 명의 가슴 앞으로 다가가며 겁마수를 펼쳤다. 그리고 켁켁거리는
놈의 입을 향해 봉선도를 무자비하게 찔러넣었다.
하지만 백산의 행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미 숨이 끊어진
자를 들어올려 무기처럼 휘둘러 다른 무인의 목을 부러뜨리고 있다.
"죽어라!"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지자마자 백산의 몸은 절로 움직였다. 공기의
파동으로 빈 자리를 찾는다는 혈우신보(血雨神步)였다.
핏빛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백산의 신형은 방금 검을 휘둘렀던 자의
뒤편에 나타나고 그자의 목을 향해 번쩍 들어올린 다리를 힘차게 찍었
다
촤악!
수직으로 잘린 동체는 절반씩 나뉘어 갑판 위 다른 시체들 위로 떨
어졌다.
"멈춰라!"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ㄳ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드려요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o^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