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
“놀라지 마, 넌 앞으로 더 지랄맞고 개 같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될 거야”
장밋빛 내일을 꿈꾸다가 좌절한 ‘낼모레 서른’들을 위한
화끈하고 아찔한 공감 에세이
‘낼모레 서른’들을 위한 새로운 청춘 멘토!
취업 후 당신에게 닥쳐온 치명적인 문제들에 대한 발칙한 조언
≪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로 또래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이혜린의 세 번째 작품. 지금까지는 픽션을 통해 또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유쾌하게 풍자했다면, 이번에는 여성들이 취업 후 만나게 되는 고민거리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솔직, 발칙, 화끈하게 풀어냈다.
청년 실업으로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만 되면 장밋빛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취업하고 나니 어느새 낼모레 서른, 상사 눈치 보느라 퇴근하기도 힘든데 왜 결혼 안 하느냐는 세상의 눈총을 받아야 하고, 믿었던 펀드는 반 토막, 남은 월급으로는 집세 내느라 하루하루 풀칠하기도 힘들다. 취업 후에는 취업 전보다 더 스펙터클한 문제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취업 후 또다시 방황하게 된 20대 후반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친구들, 직장 선후배와 모이면 해결 방법도 없이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한숨 푹푹 내쉬며 얘기하던 바로 그 주제들을 일, 사랑, 싱글라이프로 나누어 구성하고, 각 주제에 해당하는 에피소드와 그에 따른 조언을 엮었다. 한 편의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를 보면 황당해서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그것이 곧 우리의 이야기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자’라는 직업을 이용해 다양한 직업군을 취재해 최대한 많은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무작정 힘내라는 무책임한 힐링의 시대는 갔다
삐딱하고 세속적이지만 당신에게 꼭 필요한 속사포 공감 에세이!
2012년, 힐링 열풍이 대한민국 전체를 보듬어줬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프다. 내게 반말하는 어린 상사, 술만 마셨다 하면 끝을 봐야 하는 부장, 회식 때마다 보채는 연하의 남자친구, 자기 일이 더 힘들다며 내게 시비 거는 동성 친구, 하다못해 원룸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거리까지,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어죽겠는데, ‘아프니까 청춘’ 따위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싹 소독되지는 않는다.
장밋빛 인생은커녕 매일매일 원치도 않는 술에 찌들어 아픈 속을 부여잡고 사는 피곤한 생활 속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1분이라도 빨리 퇴근하는 법, 상사의 어처구니없는 유머를 받아치는 법, 이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취업 후 밤 11시, 12시에밖에 만나지 못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 좀 더 현실적인, 코앞에 닥친 우리의 고민에 대한 솔루션이다.
이 책에는 회식 때 술을 피하는 법, 상사가 감시하는 내 트위터 관리법, 남자 시장에서 ‘똥차’ 아닌 ‘벤츠’를 고르는 법 등 취업 후 당신을 방황하게 만드는 문제들에 대한 즉각적인 솔루션이 담겨 있다. 신문사에 들어가 기자로 활동하며 혹독하게 ‘낼모레 서른’을 겪은 저자가 화장실 구석 칸에서 하루하루 눈물지으며 쌓아 올린, 실험 완료된 꼼수들이다. 따라서, 지나간 자신들의 청춘을 아쉬워하며 우리의 청춘을 마냥 찬양하기만 하는 어른들의 말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다.
어떤 건 해결 방법이 너무 세속적이기도 하고, 어떤 건 어쩔 수 없으니 사회의 부조리와 손잡으라고 말하기도 하며, 어떤 건 그나마 해결 방법도 없이 욕만 하다가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힘내라는 세상의 무책임한 한마디보다는, 속 시원한 그녀의 욕 한마디야말로, 이 땅의 방황하는 ‘낼모레 서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솔루션이 아닌, 감정 공유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나는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로그인’을 했다. 기존의 ‘여리고 감수성 예민한 나’는 잠시 버리고 전투적이고 승부 근성 강한 ‘직장인 이혜린’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그리고 게임 미션을 하나하나 깨나가듯 일을 해치웠다. 그렇게 1라운드, 2라운드에 하나씩 돌입하는 데에 성공할 때마다 내 귀에선 유명한 전쟁 영화 OST라도 들리는 듯했다.
지겨운 일이면 어떻고, 좀 짜증 나는 일이면 어떤가. 우리는 아바타 계급 하나 올리겠답시고 하루 종일 도끼 하나 들고 괴물과 싸워온 세대 아닌가. 미션이 클리어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퇴근 후엔 로그아웃하고 잊어버리니까.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널브러진 ‘직장인 이혜린’은 내가 아닌, 내 아바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다 망쳐놓은 일은 내일 다시 로그인하면 어떻게든 해결되게 마련이니까.
상사한테 잔뜩 깨질 때에는, 악당과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를 상상했다. 단단히 물을 먹었을 때에는 좀비한테 쫓기고 있는 밀라 요보비치를 상상했다. 나는 여리고 소중한 내가 아니라, 그저 위기에 처한 게임 속 주인공인 거라고.
-「실적의 압박」 중에서
내 이미지고 나발이고, 저 얄미운 여자를 골탕 먹이고 싶어서 죽을 지경인가? 내가 회사에서 잘리는 한이 있어도 저 여자를 가만둘 수 없을 것 같나? 그러면 정반대로 행동하면 된다.
매번 그녀를 넘어서라. 특히 단 둘이 있을 때, 그녀가 하는 말마다 바로잡아주고, 그녀가 하는 일마다 같이 도전해라. 후배한테서 도전받는 것만큼 기분 나쁘고 견디기 힘든 일은 없다. 지금은 내가 널 선배로 모시지만, 몇 년 후면 상황이 달라질 것임을 늘 강조해라. 당신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하이킥을 할 만큼 경기(驚起)를 하게 만들어라.
그녀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려라. 다른 사람이 있을 땐 업무와 관계없는 일에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여라. 누군가 당신을 배려하면, “선배가 알면 어쩌죠?”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도 보여라. 당신의 어린 선배는 “나이도 어린 게, 후배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야?” 하는 평판에 직면할 것이다. 가끔 빨간 눈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는 것도 괜찮다. 아직 이 사회는 나이 어린 여자가 권력을 갖고자 하는 데에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여론은 당신 편일 것이다. 당신은 무조건 착한 역을 맡으면 된다. 더구나 사리 분별이 맹한 남자 직원이 많다면, 백발백중 당신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러면 어린 선배에게 당신은 불편한 후배가 된다. 어차피 이 게임의 핵심은 ‘누가 더 불편한가’이므로, 당신이 이기는 거다.
물론 뒷일은 책임 못 진다. 그녀도 나이만 어렸지, 당신보다 더 여우일 수 있으니까. 직장생활의 하루하루는 마일리지를 쌓는 것과 같기 때문에, 선배는 후발 주자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눈치와 처세법을 쌓아놓고 있을 수도 있다.
-「나보다 어린 상사」 중에서
사회 초년생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콘돔 없이 덤비는 남자친구다. 그 하룻밤이, 그동안 밤새가며 수능 공부하고, 코피 쏟아가며 A+ 받고, 대출 받아가며 스펙을 다져놓은 당신의 모든 것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명심해야 한다. 여기는 유럽이 아니다. 여자 혼자 애 키워가며 일도 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국은, 결혼만 해도 회사에 눈치가 보이는 곳이다.
‘에이, 이제 우리도 남녀평등이 어느 정도 실현되지 않았겠어? 여자가 결혼한다고 사회생활을 못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낡아빠진 거지!’라고, 나도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사회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특히나, 아직 회사에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신입에겐 더더욱. 대리, 팀장 달고도 출산휴가 다녀오면 자리가 밀려났을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판에, 신입이 당당하게 “배 속에 새 생명을 잉태해버렸네요. 애 좀 보고 오겠습니다” 하고 말할 만한 직장은 진짜 별로 없다. 뭐, 있기야 하겠지. 저 멀리 어딘가에…….
-「사고 치면 끝장이다」 중에서
그럼에도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어. 정말이지, 너랑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어. 네가 입만 열면 난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 어제 기억나? 새파란 대딩들이 우글대는 대학가 고깃집에 앉아서 네가 말했잖아. 리포트가 너무 많아 힘들어죽겠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라는 듯이!
결론부터 말하겠는데, 리포트를 쓰는 일 따위, 결코 힘든 일이 아니야. 넌 정말 세상 종말을 앞둔 것처럼 말했어. 이대로라면 학점이 엉망일 텐데, 교수님이 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러고는 쭉 읊어댔지. 개론, 연구, 심화 등으로 끝나는 강의 이름들. 그리고, 넌 정말 ‘내 인생을 바꾼 영화’ 리포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처럼 말했어!
내가 돼지갈비 양념이 뚝뚝 흐르는 집게를 네 입에 쑤셔 박지 않은 이유는,
첫댓글 이혜린 지음 /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1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