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독에 걸렸다. 이제 더 이상은 매독에 걸릴까봐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Guy Maupassant-
매독은 14세기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 이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이 매독은 신대륙 정복에 나섰던 스페인 원정대가 아메리카 인디언에게 옮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근거로 1493년 콜럼버스가 귀국한 지 불과 4~5년 후에 매독은 전 유럽을 강타했던 것이다. 콜럼버스 일행은 첫 항해 도중 에스파뇰라(지금의 아이티)에서 현지의 풍토병인 매독에 걸렸다. 그 다음해에 귀국한 콜럼버스가 바르셀로나에서 이사벨라 여왕에게 항해 보고를 하는 동안 이 병은 도시에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사실 매독은 1492년 이전의 중세시대이전부터 유럽에 있었다. 1492년 이전에 씌여진 임상 기록에도 매독으로 보이는 증상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단지 그 이전의 사람들은 그것이 매독인지도 모르고 죽었던 것이다. 당시 매독이 급속도로 퍼진 까닭은 이태리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이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퇴보시킨 이 전쟁은 프랑스의 샤를 8세가 이태리에 원정군을 파견하면서 시작되었다. 3만의 프랑스군은 삽시간에 밀라노, 피렌체, 로마를 점령하고 급기야는 나폴리를 포위했다. 그런데 나폴리를 포위한 프랑스 군대에 매독이 만연하여 병사들이 지리멸렬하게 되는 바람에 샤를 8세는 나폴리 공략을 단념하고 알프스를 넘어서 겨우 프랑스로 도망쳤다.
당시 프랑스군은 각국의 용병으로 이뤄져 있었다. 매독의 감염경로는 스페인 병사들의 군대에 딸린 매춘부를 통해 순식간에 프랑스군에 퍼진 것이다. 역시 각국의 용병들도 자기나라에 돌아가서 매독을 퍼뜨렸기 때문에 곧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나폴리 병'이라고 불렀고, 다른 나라에서는 '프랑스 병'이락 불렀다. 이후 매독은 바스코 다 가마에 의하여 인도의 캘리컷에 상륙했고, 역시 대항해의 선원들을 통해서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등으로 전해졌다. 이는 콜럼버스가 첫 항해를 한지 20년 뒤의 일이다. 페니실린이 1943년에 나오기 전까지 무려 5백년간 매독으로 1천만 명이 사망했다.
미국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관절염 센터의 병리학 연구팀은 이탈리아 묘지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흑사병이 만연한 시기까지의 688구의 뼈를 발굴했다. 이들을 연구한 결과 콜럼버스가 항해한 1492년 수백년 이전엗 이미 이탈리아에는 매독이 퍼져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매독에 걸리면 뼈가 특이한 모양으로 상처가 생기면서 변형되는데, 8백년전의 사체에서 이를 발견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 외에도 고대 로마제국이 대대적인 납중독 때문에 쇠퇴했을 거라는 가설을 일축하는 내용도 나왔다고 한다. 이 시기의 사체로 여겨지는 439구의 시체들 가운데, 납중독으로 인한 통풍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단지 2건뿐이었다.
참고문헌
마이클 비디스, 질병의 역사(2004)
최영순, 경제사 오디세이(2002)
첫댓글 정복된 불치병
납중독과 로마의 멸망을 연관시킨건 정말 황당하더군요. 가능성이 있기나 한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