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개봉한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은 놈을 이제야 봤습니다.
유로트위터에도 올렸듯이, 이놈이 막 개봉했을 때는 사실 별 감흥도 없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시큰둥했죠. 프라모델에 별별 물품이 다 팔리는 걸 보고 꽤 인기 끌었나보네...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걸 어쩌다보니...사실은 딸내미가 EBS에서 우연히 스쳐본 볼트론:전설의수호자를 틀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면서 같이 본 뒤 나무위키에 있는 과거의 로봇만화 페이지 뒤적거리다 우연히 눈에 걸려서...
(영상올린놈이 자막을 개판쳐놔서 자막 고치느라 3시간 날린건 말 안함)
올리기전에 찾아보니 예전에 어느분이 짧은 소감을 올리셨네요. 정확하고 깔끔한 평가에 일단 사타구니를 탁 치고...
스토리는 대충 요약하자면 '악당들 다때려잡고 십여년 지났는데 그때 그사람들이 다시 와서 마징가인피니티라는 희한한로봇 뺏어가버려서 우리의 코우지가 다시 마징가타고 싸워서 물리쳤다 끗' 입니다. 보다 디테일한 스토리는 구글에 나오는 수많은 리뷰와 스토리요약 그리고 나무위키 꺼라 영상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음, 사실 저는 마징가세대는 아닙니다. 정확히는 메칸더세대(?) 제가 유딩이던 시절에 메칸더V가 나왔고 저에게 마징가는 이미 구세대의 만화였지요. 뭐 그렇다고 안본건 아니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보긴 다 봤네요. 근데 어떻게 봤지...생각이 안나네...
그렇긴 해도 원체 어릴때부터 로봇만화를 두루 섭렵하다보니 그시절 그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째 늙다리인증하는 기분인데 그래서인지 꽤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악당들은 언제나처럼 음모를 꾸미고 인류는 깔끔하게 원사이드로 밀려버린 상황에서 마징가가 나오고 이케저케어쩌쿵저쩌쿵이얍이얍해서 이기는 그 구도는 그대로 재현했고, 시리즈에 나오던 그 기계수들도 다들 잘 나왔고, 각 악역과 주인공 및 조연들의 캐릭터성도 적절히 살리면서 발전시켜서 시간이 꽤 지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고 있습니다. 이전이라면 마지막 출격 직전에도 티격대다가 어설프게 애정씬으로 마무리했을 코우지와 사야카도 웃음기 쫙 뺀 진지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며 각오를 다진다던가, 마징가Z가 출격한 후에 그걸 현장 군지휘관에게 해명하러 가는 사야카의 모습, 임신말기의 몸으로 비너스A에 타러 갔다가 기동도 못하고 체포되는 쥰이라거나, 양산형 마징가인 17식의 파일럿으로 이미 편대장을 하고 있는 시로의 모습 등...(개인적으로는 연구소장이던 유미교수가 수상이 되었다는 파격적인 승진이 인상적이었...) 아참, 보스와 쫄다구들을 빼먹을수야 없지요. 마징가출격전 임시탱킹을 개그로 소화하던 보스보롯트의 정겨운 모습도. 라면가게 사장님이 되어 있으면서도 코우지에게 "나는 너와 네가 하는 일을 절대로 믿고 있다고" 라는 말을 잊지 않는 의리넘치는 모습마저도...
그시절 마징가의 분위기를 진하게 살려내면서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을 정밀하게 보여준 제작진에게 박수.
(나무위키를 보니 나무위키 끄라고 제작진 전원에게 강제로 마징가Z와 그레이트마징가를 전편 다 시청하라고 했다던데, 그런 식으로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일본의 제작문화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작품 전반의 메시지가 대체로 보수를 넘어 수구에 가까운 점이라던가(나무위키에 잘 설명되어 있더군요. 나무위키 안끄냐), 여러모로 활약하긴 했지만 캐릭터를 정확히 잡아내기 힘든 신참내기 리사라던가...거기에 마징가 찐씹덕 아니면 쉽게 알아보기 힘든 오마쥬와 팬서비스 등등... 깊이 디테일하게 따져보면 깔 곳도 수두룩할겁니다. 뭐 그거야 나가이 고 작품이 다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철부지 어린시절에 본 마징가가 그 느낌 살리면서 나처럼 나이든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듭니다. 기분이 좋기도 하네요. 한편으로는 또 그만큼 나이가 든 저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시절에는 갖기 힘들었던 마징가 장난감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사버릴 수 있게 되었다던지 하는...
결론을 내보자면 이렇습니다.
어린시절에 로봇만화를 좋아했던 어른들, 특히 지금의 4~50대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반게리온을 보며 자란 지금의 30대초반 이하의 연령층에게는 늙다리의 향연으로만 보이는 작품일 겁니다.
그래도 추억이 잠시나마 현실이 되는 기분은 참 좋네요. 이 글을 보는 10대 여러분은 혹시 아버님께서 이 작품을 안보셨다면 구해서 보여드리세요. 짧은 시간이나마 즐거워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비디오집에서 빌려본 비디오의 추억을 생각하며 볼만하겠네요. 나중에 한번 봐야겠습니다
브레스토~ 화이야!! 그레이토 부스타! (불승인) 사령부에서 알파원에 전달 : 플랜트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장은 사용을 자제바란다
저는 극장에서 봤는데 음...나름 재미있더군요 ㅎㅎ
엄훠나저런...부러운양반 같으니...
마징가Z 정도면 애니보다는 슈로대를 통해 익숙한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네요 슈로개 터줏대감이니
아무래도 그런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꺼무위키를 보니, 슈로대에서 마징가시리즈 스토리를 제대로 구현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큰 줄기만 대충 뽑았다고... 뭐 제가 해본적은 없긴 합니다만.
@_Arondite_ 오래된 작품은 다른 작품에 밀려서 스토리 재현율이 그닥이긴 합니다 비슷한 케이스로 퍼스트 건담도 슈로대에서는 스토리 제대로 나온 경우가 엄청 드물거든요 특히 원조 마징가 Z는 이후에 그레이트 마징가가 있어서 그런지 닥터헬이 최종보스로 나오는 경우가 엄청 드물더라구요 암흑의 제왕은 그래도 꽤 나오던데
@deathscythe 음...사실 그럴만도 한게, 마징가z는 막판에 탈탈 털려서 걸레짝이 되버리기 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