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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87)
50년 세월도 애명환 소리는 지우지 못했다(1)
오십 년 세월도 애명환 소리를 지우지 못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회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 선수에서 휘날리는
백색 깃발에는 남궁세가라는 선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랬다. 빠른 속도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배는 정양관에서 창
궁위를 태운 창해호였다.
"서둘러라!"
창해호 선수에서 전면 강물을 바라보던 남궁창은 다급한 얼굴로 고
함을 내질렀다. 누런 황톳물살에 쓸려 떠 내려오는 뭔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시체가 분명했다.
세가를 떠나 이곳까지 오는 사이에 북황련과 남천벌이 전쟁을 시작
했다는 의미였다.
"건방진 놈들, 감히 남궁세가 영역에서 싸움을 해!"
전면을 노려보는 남궁창의 눈은 활활 타올랐다. 집안의 어른들이야
회하 싸움을 대수롭잖게 넘겼지만 세가의 신진들은 달랐다.
천하제일세가라는 자존심이, 마음만 먹으면 천하주인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남궁세가를 어떻게 보았으면 다른 세력들이 안휘성에 들어와 싸움을
벌인단 말인가.
그런 심정은 남궁창이라 하여 다를 바 없었다.
그가 선실에 있지 않고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끓어오르는 화기를 견뎌내기 힘들었다. 남궁세가가 힘이 없어 안휘
성에 칩거하고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지금이라도 떨쳐 일어서기만 한다면 10년 안에 강호를 석권할 자신
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휘성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무림의 평
화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남궁세가를 무림인들은 종이호랑이로 취급하고 있다.
"단주님! 저기 뱁니다."
단주. 남궁세가에서 남궁창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가주 아들이라 하
지만 남궁창을 소가주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성씨 내림을 금지하였던
가법에 따라 그 또한 세가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신분을
부여받았다.
비무 또한 단순하지 않다. 문과 무를 동시에 시험하여 가장 높은 점
수를 받은 자가 상위직급을 차지한다. 그 또한 다른 이들과 문과 무를
겨뤘고, 우승을 차지하여 창궁위 단주가 되었다.
"오른쪽으로 배를 댄다!"
물결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폐선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던 배에 창해호를 가져다댔던 남궁창은 하
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배는 온통 시체들로 가득했다. 온전한 시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머
리, 손, 다리, 그리고 몸통 할 것 없이 뿔뿔이 흩어져 배의 흔들림에
따라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시체의 몸에서 비어져 나온 내장들은 서로 얽히고 꼬여, 마치 도살
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흉측했다.
"우욱!"
저도 모르게 욕지기가 치민 남궁창은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이 숨
을 들이마셨다.
"우엑!"
차라리 숨을 들이마시지 말 걸 그랬다고 남궁창은 금세 후회했다.
깊게 들이킨 공기에 섞여 피비린내와 시체들의 내장에서 흘러나온 역
겨운 냄새들이 코를 찌르자, 메슥거림을 참지 못하고 점심 겸 저녁으
로 먹었던 것들을 게워내고 말았다.
강호 활동을 많이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광경은 도살장
에서도 볼 수 없는 참상이었다.
버려진 배는 말 그대로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참혹했다.
다른 창궁위 또한 남궁창과 다를 바 없었다. 재빨리 반대쪽으로 이
동하여 배 난간 너머로 고개를 처박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설마 남경왕부 인물들이……!"
산동만씨세가 인물들임을 알아본 남궁창은 떨리는 목소리로 웅얼거
렸다. 긴 수염과 함께 목만 덩그러니 남은 자의 얼굴은 은영마삭 만우
순이 분명했다. 배의 상황으로 보건대 쌍방 간의 치열한 싸움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없었다.
1인 내지는 2인에 의해 도살된 시체들이 분명했다. 더구나 보란듯이
시체를 널어놓은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라 할 수 있
다.
지금 회하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들은 남경왕부밖에 없을
터였다.
문득 엄습하는 오한에 남궁창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변황사신이 저렇게 강자였단 말인가!"
이제 갓 무림에 출두한 귀광두가 만우순의 목을 자를 정도로 강자라
생각할 수 없기에 그로선 당연한 추측이었다.
"저 쪽에도 한 척 더 있습니다!"
"뭐라고?"
일순 남궁창의 얼굴은 의아하게 변했다. 두 척의 폐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변황사신이 강자라고 하지만 혼자서 배 한
척을 몰살시킬 정도는 되지 않는다. 결국 변황시신 말고 그들 정도의
강자가 적룡호에 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설마 귀광두(龜狂頭)란 말인가!"
남궁창은 나지막이 소리를 질렀다.
귀광두란 외침은 남궁창의 입에서만 흘러나오는 게 아니었다.
"네 놈이 귀광두(龜狂頭)더냐?"
주하연을 겨냥했던 활을 거두어들인 만철은 백산을 향해 낮게 소리
쳤다.
"남들이 그렇게 부르니까 맞겠지. 끙차!"
차가운 미소를 흘린 백산은 갑판으로 뛰어내렸다.
"보고 싶었다 놈! 죽도록 보고싶었다고."
만철의 몸에서 뿌연 수증기가 생겨났다. 전신을 휘감아 싼 분노는
쏟아지는 빗방울을 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캬악! 퉤!"
기분이 지랄 같을 때면 언제나 보이는 백산의 행동.
침을 내깔긴 백산은 고개를 들어 만철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옛날부터 참으로 궁금한 게 있었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을 찔벅찔
벅 건들인 놈이 있더란 말이야. 상대는 싫다고 하는데 실력도 없는 놈
이 죽어라 덤볐지. 참다 못한 상대는 화를 내며 녀석을 손을 봐줬어.
그런데 말이야 이번엔 그 자식의 부모란 놈이 몰려왔어. 더구나 명분
이란 게 참 지랄 맞더라. 복수를 하겠다고 온 거야, 복수! 여기서 복
수란 말이 합당 한 건지 말 좀 해봐라, 만철이."
"그게 바로 무림이다 애송이. 그게 바로 힘이라는 거다. 공연히 집
단을 이루고 단체를 만들겠느냐. 힘이 있는 자들은 모든 면에서 대접
을 받는다. 강호에서 오래 살려면 말이다, 건들어야 할 사람과 건들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때문에 눈을 2개나 달고
다니는 거다."
패왕도(覇王刀)를 뽑아들며 만철은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공연히
힘이 우선하는 세계란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죄를 저질러도 힘의 유무에 따라 경중이 달라지는 게 세상 아
니던가.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권력을 쥔 자는 피해자가 되고, 힘
이 없는 자는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두고 잘못됐다고
큰소리 내봐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자신이 힘이 있어야 하는 게다.
"힘이 없으면 죽어 살면 되는 게야. 권력을 쥔 놈이 때리면 맞아야
하고,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면 피해서 도망쳐버리면 그만이지.
상대를 안 하면 되는 거야. 그게 세상이다, 애송이."
"그래? 그렇단 말이지. 천괄! 알아서 하란다. 그게 힘의 논리라네."
"알았다."
"헉! 네 놈들은……."
선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만철의 얼굴은 해쓱하게 변했다. 지금껏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아들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한때 대막혈신이라 불렸던 자가.
"으- 악!"
"멈춰라!"
선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만철은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만자승 곁에 호위로 두었던 절대삼창(絶大三槍)의 일인인 악군성(岳群
星)의 목소리였던 탓이었다.
그러나.
쉬이익!
붉은 광채를 머금은 철구 하나가 그의 전면을 철벽처럼 가로막았다.
그것은 만우순에게서 빼앗은 은영마삭(隱影魔索)이었다.
"죽인다!"
하지만 만철은 앞을 가로막은 물체가 은영마삭 끝에 달린 마구라
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아들이 있는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그
의 이성을 저만치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청라강기에 의해 형성된 푸른 광채를 줄기줄기 쏟아내며 만철은 광
포하게 외쳤다.
"으아악!"
와장창!
그러나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비명소리가 울리며 선실 창
문을 통해 한 인물이 떨어져 내렸다. 몸통만 날아온 그는 절대삼창의
두 번째인 악군영이었다.
믿었던 사람들. 적룡호에 대막혈신과 삭풍마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
면서도 자신 있게 추격해 왔던 이유는 바로 산동악가 출신인 절대삼창
때문이었다. 만씨세가를 산동의 패자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
던 그들과 부하들이면 변황사신이라 불렸던 자들이라 할지라도 막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절대삼창이라 불렸던 그들이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만철이 이게 바로 네가 말한 힘이 바로 이런 거냐? 무기력하게 죽
어 가는 자식을 봐야하는 게 힘이란 거냐고!"
"개자식! 다른 놈은 몰라도 네 놈만큼은 반드시 죽인다! 청라패왕겁
(靑羅覇王劫)!"
이성을 잃은 만철은 백산의 전면으로 쇄도하며 전력을 다해 패왕도
를 휘둘렀다. 그의 도가 궤적을 그릴 때마다 패왕도의 끝에서 초승달
모양의 푸른 강기가 쏟아져 나왔다.
만철. 강호인들은 그를 십정의 일인에 두고자 하였다. 하지만 십정
의 일인이라는 칭호를 거부한 사람은 만철 그였다. 친구라 할지라도
자신을 십정의 일인이라 부르면 절교를 선언했을 정도로 싫어했다.
결국 무림인들은 그를 십정의 일인에서 제외했고, 그는 산동만씨세
가의 가주로만 이름이 나게 되었다.
사황(四皇)이란 불리는 자들 아래로 굳어진 호칭이 싫었던 탓이었
고, 패왕도법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쿵!
전면에서 다가오는 푸른색 강기를 일별한 백산은 왼발을 힘차게 굴
러 몸을 띄웠다. 번쩍 허공을 솟구친 신형에서 붉은 광채가 폭발적으
로 솟구치고, 백산의 오른 발은 전면 공간을 향해 붉은 광채를 뿌렸
다.
차앙! 창창창! 창창!
푸른색 강기와 붉은색 다리가 맞부딪치자 요란한 쇳소리가 흘러나왔
다. 자신이 만들어낸 청라강기가 허무하게 스러지자 만철은 흠칫 굳어
졌다.
아들을 통해 이미 듣기는 했지만 놈은, 이편의 공격을 너무나 수월
하게 받아치고 있다.
"한 눈 팔 시간 있으면 한 번이라도 도를 더 휘둘러라, 만철이!"
쉬이익!
"허억!"
순간적으로 눈앞으로 다가온 붉은 광채에 만철은 다급한 경호성을
지르며 재빨리 뒤로 몸을 뺐다. 무기를 피하기 위한 단순한 동작이었
다. 하지만 그 간단한 동작이 다섯 명의 부하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초조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전을 지켜보던 만씨세가 무인들은 느닷
없이 다가온 은영마삭을 허용하고 말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즐독 입니다
3갑자 청라강기 만철은 백산에게 그만~~~
잘읽었습니다
즐독.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o^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