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만두. '양조간강+물+식초+설탕' 소스
만두는 떡국과 더불어 대표적인 설 명절음식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쉬 엄두가 나진 않지만,
한번 만들어 두면 평상시 간식거리나 전골 재료 등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또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함께 만두를 빚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명절 분위기 살리는 데도 그만이다.
만두 맛집 서울 부암동 자하 손만두의 박혜경대표에게 만두 맛있게 만드는 법을 물었다.
개성·평양 등 이북 지역 만두에 비해 크기가 작고, 간은 다소 심심하다.
박 대표는 “우리 집 음식엔 기밀이 없다”며 만두 빚는 과정을 흔쾌히 공개했다
비법도 없는데…”
라며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따라해볼 만한 그만의 노하우가 줄줄이 이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만두 잘 빚는다고 어머니께 칭찬 많이 받았다는 솜씨다.
조선간장
자하 손만두'의 기본 만두소 재료는 고기·두부·숙주
김치는 기본 재료에서 빠졌다.
박혜경 대표는 “만두 속엔 뭘 넣어도 된다”면서 “예전엔 겨울에 채소가 귀하고 김치가 흔해 만두소로 김치를 활용했지만,
지금처럼 김치를 돈 주고 사먹는 시대에 굳이 김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에 김치를 넣는다면 먼저 김치 양념을 털어내고 곱게 다진 뒤 참기름을 약간 넣어 조물조물 무쳐 사용한다
김치 양념을 턴다고 물로 씻는 것은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각 재료를 따로 양념한 다음 한꺼번에 섞어 소를 만든다.
하나씩 먹었을 때도 맛있게”가 그의 양념 원칙.
고기는 갈아놓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대 1 비율
고기 부위는 기름기가 적은 쪽으로 고른다.
쇠고기의 경우 우둔살을 주로 사용한다.
양념은 고기 600g 기준에 '조선간장' 2큰술(양조간장을 사용할 경우엔 3큰술을 넣어야 한다),
정종 2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파 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추 약간을 섞어 만든다.
우리 집의 유일한 조미료는 '조선간장'이라 부르는 전통간장”이라고 말했다
깊은 맛이 좋아 갈비 양념도 조선간장으로 한다”는 것이다.
매년 강원도 정선에서 콩 10가마(800㎏)를 사 충남 보령에 사는 후배에게 보내면,
그 후배가 메주를 띄워 봄에 보내준다고 했다
그 메주로 박 대표는 음력 1월 마지막 말날 장을 담근다. 올해는 3월 5일 담글 계획이란다.
숙주는 잘 삶는 게 중요-
너무 삶으면 실처럼 돼버리고,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
맹물을 끓이다가 숙주를 집어넣은 뒤 색깔이 투명해질 때 재빨리 건져내야 한다.
삶은 숙주를 찬물에 헹궈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빼야 하는데, 이때도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
너무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만두 빚기가 어려워진다
박 대표는 “'꽉' 짜지 말고 '꼭' 짜라”고 조언.
숙주 양념은 소금·파·마늘·참기름으로 나물로 먹어서 맛있을 만큼 양념을 한다.
이때 후춧가루는 넣지 않는다 .
두부는 베보자기나 면보자기에 싼 뒤 '꽉' 짜서 물기를 최대한 빼고 사용-
처음부터 수분이 적은 부침용 두부를 사용하는 게 좋다.
두부 양념도 숙주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
소 재료가 모두 준비됐으면 이를 한꺼번에 섞으면 되는데, 배합 비율은 1대 1대 1로 맞추는 게 좋다.
무게 기준이 아니라 부피 기준.
양념한 고기와 양념한 숙주, 양념한 두부가 모두 비슷한 양이 되려면,
처음 재료 준비를 할 때는 숙주의 양이 가장 많아야 한다.
삶아 물기를 뺀 뒤의 부피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기 600g이면 숙주는 1.5㎏, 두부는 2모 정도 준비하는 게 알맞다.
이 정도 양이면 지름 10㎝ 정도 크기의 만두피로 빚는 만두를 100개 정도 만들 수 있다.
혹 김치를 사용한다면 숙주 양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또 김치의 간이 강하므로 다른 재료 양념을 최대한 덜 짜게 맞춘다.
사람의 에너지
집에서 만두를 빚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만두피용 밀가루 반죽.
반죽이 숙성되려면 최소 1시간은 필요하므로, 일단 반죽을 완성해두고 소를 준비.
밀가루 반죽을 할 때는 소금.
소금이 글루텐 형성을 도와줘 반죽을 차지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기 600g 기준, 밀가루는 1.5㎏ 정도 준비하면 되는데 이때 소금 양은 2작은술 정도가 적당하다.
떡만둣국-
한꺼번에 많이 끓일 때는 만두만 따로 삶거나 찐 뒤 떡국에 집어넣는 게 좋다.
밀가루 반죽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정은 물 조절이다
밀가루에 따라 수분함량이 달라 '밀가루 얼마에 물 얼마'식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밀가루 붓고 물 붓고 쥐어봐서 약간 된 듯하게 반죽하다가 물이 부족하면 조금만 더하고…”란 두루뭉술한 설명이 이어졌다.
반죽이 다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한번 늘려보면 된다
풍선껌처럼 찍 늘어나면 성공이다.
뚝뚝 끊어지면 더 치대서 반죽의 점성을 늘려야 한다.
다 숙성된 반죽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고, 이를 5㎜ 두께로 썰어 밀대로 얇게 밀면 만두피는 완성.
밀가루 반죽 과정에서 물 대신 채소즙을 사용해 만두피에 색을 내기도 한다.
당근즙은 노란색, 시금치즙은 연두색, 비트즙은 분홍색을 낼 때 쓴다.
박 대표는 “음식 색깔이 너무 진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면서
색이 진하다 싶으면 채소즙에 물을 약간 섞어 쓰라”고 권했다.
만두의 기본 재료들. 간 고기와 숙주, 두부 -
준비된 피에 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 방법은 다양.
피에 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을 만든 뒤 피의 양쪽 끝을 모아 붙이는 방법도 있고,
박 대표가 어머니에게 배웠다는 “그냥 한번 쥐었다 놓으면 되는” 방법
.
박 대표는 “앙징맞게도 빚어보고 주름도 잡아보고 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라”면서
“정성껏 빚는 만두는 어떤 모양이든 사람의 에너지가 들어가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완성된 만두를 먹는 방법-
쪄서 먹어도 좋고, 만둣국이나 떡만둣국
찐 만두를 찍어먹는 간장은 양조간장에 물과 식초·설탕
이때 물의 양은 간장의 3분의 1 정도로, 꽤 많이 들어간다 싶게 넣어야 만두를 찍어먹기 적당.
만둣국·떡만둣국 국물은 쇠고기 양지머리나 사골·꼬리 등을 고아 만들면 되는데, 박 대표는 양지머리를 사용.
네다섯 시간 푹 고은 뒤 고기는 건져내 고명으로 사용.
곱게 찢어 조선간장·참기름·파·마늘·후춧가루로 양념해 만둣국에 얹으면 된다.
박 대표는 손쉽게 국물 내는 비법 하나도 알려줬다.
간 쇠고기에 양념을 한 다음 맹물이 팔팔 끓을 때 동전 크기로 뚝뚝 떠 넣으세요.
수제비 만들 때처럼요.
어느 정도 끓인 뒤 조선간장으로 국물 간을 맞춰 만둣국 만들 때 쓰면 되죠.
고기는 건져 으깨서 고명으로 얹고요
집에선 이렇게 끓여먹어요.
할머니한테 배운 방법이지요. 한번 해보세요. 진짜 간단해요.”
이지영.신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