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이 진짜 극에 달했었다. 어제는 잠도 안 들어서 너무 힘들었다.
잠이 안 오는게 아니라 잘 수가 없는 거였다.
심장이 너무 뛰고, 온 몸이 잔뜩 긴장해가지고 마치 다음날 무슨 큰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랬다.
아무일도 없는데...
아마도 오늘이 7월 1일, 하반기의 시작인데다 지금 딱 한 달 버틸 돈만 남아있어서 그럴거다.
내가 회사를 나오면서 계획했던 일들 중에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불안했을거다. 모든 일이 계획되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에도...막상 닥치는 현실은 더했다. 솔직히 그냥 단순 노무를 하게 된다고 해도 일단 너무 힘들어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 막상 정말로 그렇게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시기가 다가오니까 무섭고 불안한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고...아니면 다시 또 비슷비슷한 회사에 들어가 개고생할것같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과 나날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진짜 해 다뜨고 남들 다 출근할 일곱시 여덟시 되어서 너무너무 몰려오는 피곤함에 졸듯이 잠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깨어있으려고 버티게 되는 걸까...무의식을 보는게 무서운걸까 아니면 뭘까...너무 힘들다. 그리고 이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
꿈을 꿨다.
내가 어떤 건물에 있었다. 복도식 아파트 같은 느낌이었는데 모르겠다. 나는 어떤 아이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6~7살 남짓한 아이가 묻혀 있는 곳은 3층 복도였다. 나는 찾았다! 고 생각했고, 꿈에서 깼다.
그러다 다시 너무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친구랑 737 기내에서 사람들을 내리게 하고 있었다. 원래는 통상 문을 앞, 뒤로 하나씩 여는데, 뒷쪽에 문을 하나 더 열어서 내리게 했다. 그리고 친구랑 약이 필요해서 약을 사러 갔다. 그 곳의 약사는 비쩍 마른 남자였는데, 정식 약사는 아니고 아버지 도움으로 약국을 차려서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친구랑 나의 약을 주문하는데, 어떤 시험에 필요한 거였다. 그 중에 친구는 나보다 1알이 덜 필요해서 이것저것 주문하는데, 중국어로 겨우겨우 주문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한국말을 했다. 그리고는 나를 무시했다. 나와 친구는 서울대에 합격해서 이제 몇 개월 다니기 시작한 상태였는데, 친구는 곧잘 따라갔지만 나는 몇 개월 전 쯤부터인가 갑자기 파워가 사라짐을 겪더니 시험에 계속 낙방하고 있었다.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왜 이러지 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는데, 남자 약사가 자꾸 '그래가지고 어떻게 서울대는 들어갔냐'면서 '그래서 어떻게 버티겠냐', '졸업이나 하겠냐'고 이죽댔다. 나는 너무나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이 자식을 마구 패기 시작했다. 엄청난 분노를 느끼면서 발로 차고, 밟았다. 그리고 '나는 서울대 합격이라도 했지 너는 서울대 들어오지도 못했으면서 뭔 말이 이렇게 많아!!' 하면서 후드려 팼다.
그러다가 깼다.
아오 아직도 생각하니 짜증나네.
지난번 아빠와의 통화에서부터 무력감을 심하게 느끼면서 모든 의욕이 상실됐었다. 어제가 정말 불안의 피크였던 것 같고,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을거다, 너무 소모적이고 힘들다 하면서도 벗어나질 못해서 너무너무 힘들었었고 짜증났었고 답답했었다. 내 인생 망할까봐. 아빠도 자꾸 '기다린다'고 하고....나는 왜 대단한 일을 해내야만 하는 거지? 아빠는 뭘 기다린다는거지? 내 인생은 그냥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게 현실인데, 내가 뭔가를 해내서 기다리는 아빠한테 뭘 안겨줘야 하는거야? 너무 짜증이 나서 기다리기는 뭘 기다리냐고, 나는 그냥 이렇게 사는거라고 아무리 목이 터져라 이야기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그리고 나는 그런 부분에서 자꾸만 무력감을 느낀다. 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망가져야 아빠는 내 한계를 알아줄까.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까.
지나친 기대가 나를 너무 부담스럽게 하고 내가 전혀 잘 못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왜냐면 난 그거보단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다는 건 잘 해야 하는데 내가 못하고 있는거라는거나 다를바 없다...
나는 내가 항상 '더 잘해야 하는데 못한다'는 열등감에 파묻혀 살아왔다. 이러니 자존감이 강할리가...
그리고 그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이라서 내가 '더 잘한다'는 그 상향된 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몹시 강한 우월감을 드러내게 된다.
둘 다 나의 평균적인 현실을 외면하도록 만드는....내 영혼을 갉아먹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를 정말 모르겠다.
부성이 빠져나가 내 나름대로 해봐야 현실을 알텐데, 내 나름대로 하면서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받아들이고 해야 정말 현실의 나를 알텐데...나는 그 위치를 잃을까봐 부성이 빠져나간 내가 무능력 무쓸모일까봐 너무나도 불안해하고있다.
꿈을 봐도 딱 그 각이다.
꿈에서도 나는 '파워'가 있을 때는 시험도 막 합격하고 서울대 의대 들어갈 정도로 막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파워'를 잃고 나서는 자꾸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는거다.
나조차도 내가 왜 이러지 하고 느끼는거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뭐를 잃은거지 잃고나서는 내가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지? 하고..
...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난 이제 망한것 같다고 얼마만큼 받는 일을 구할 수 없을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 투정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난 10년차인데도 그거 못 받는다고, 너가 너무 과하게 바라는거 아니냐는 투로 짜증섞인 대답을 했다. 난 그래도, 얘는 공무원이고, 공무원 월급은 다들 알지 않나, 겁나 짠거...그걸 선택한건 본인인거고. 솔직히 사기업에서 10년 있으면 그것보단 훨 많이 받지...사기업이랑 공무원 월급을 비교하면 안되는거다. 공무원은 그거 말고도 복지가 있고, 연금이 있으니까....사기업과는 좀 다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본인도 10년차에 그것보다 훨 많이 받고싶었다면 공무원이 아니라 다른 일을 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얘 왜이렇게 짜증이야 하면서도 속으로는, 하긴 그렇다, 내가 아예 전직을 한게 1년 반정도밖에 안되니까...그걸로 따지면 그럴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첫 직장, 두번째 직장이 대기업이었던데다 봉급이 많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 때의 동료들이랑 비교해서 더 그런것도 있다. 그걸 뒤로 하고 나왔을 땐, 이런 상황을 각오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오 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문제는, 나인투식스 사무직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가 싫다는 것이고, 나는 뭔가를 하려면 너무나도 심한 부담감부터 느끼는 것이다. 사실 차근차근히 쌓아간다면 뭐..내가 만족한다면 상관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첫 직장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성공하지 못하면 난 실패한 거라는 그 자존심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말마따나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고자 해서 시작했던 일들이고 이젠 지쳐서 그만하고싶다해도 그래, 하고싶은거 다 해봤으니 됐다, 이렇게 생각이 들지 않고...
그러고 싶지 않다.
꼭 성공해야만...내가 고개를 들 수 있고 낯을 보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건...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난 늘 그 알량한 자존심이 문제다.
그 자존심을 넘지 못해서 자유롭게 내 생각대로 진행을 못한다.
누가 뭐라든 내 직감대로 행동하면 좋을텐데.
그럼 성공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답게는 사는 것일텐데...
나는..
내 방식대로 해서 성취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물론 전에 했던 것들도 내가 한 것이지만, 믿음이 그 만큼 중요한 것이다.
난 전에 내가 해왔던 것은 내가 한 걸로 치지 않는다.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고.
뭔가 절대적인것을 믿고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힘내서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아빠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다 이뤄진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빠는 나에게 절대자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이보다 항상 잘 해내야 했던 나는 그 아슬아슬한 자존감을 절대자로부터 보장받고싶었는지도 모른다.
3층에서 아이의 유해를 찾았는데...
바닥에 손을 대자 그 아이가 느껴졌다.
뼈가 되어 시멘트 속에 묻혀있는 그 아이가..
그리고,
그 이죽대는 약사새끼를 후드려 패서인지 몸은 엄청 피곤한데 마음은 뭔가 이제 다시 뭔가 해볼 수도 있겠다..싶기도 하고..
정신이 너무 힘들다.
하지만...
'파워'가 빠져나가고 내가 왜 이러지 싶은 혼란도 당연할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믿어 의심치 않던 나라는 사람의 속성이 내 것이 아니었다면 그 충격은..
그리고, 스스로의 능력을 테스트 하면서 자잘하게 성취해 간다면 파워가 없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을까..
또, 모든건 믿음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빠도 약한 인간이었고 모든걸 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빠 말은 백프로 다 맞다고 생각한 강력한 믿음처럼, 내가 가는 길도 자잘한 실패는 있을지라도 뜻대로 되진 않을지라도 그것에 정답은 없음을..그냥 내가 생긴 모습이 이러함을 받아들이고 믿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생각은
그냥 생각일 뿐이다.
내가 받아들이는데는 아마 시간이 걸리겠지.
그래서 오늘은 그만 써야겠다.
아 진짜로...포장 알바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월세..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