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석축 밑 틈새를 비집고 핀 계절 잊은 민들레 꽃. 대충 눈인사 나누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오래 된, 낡은 테이블과 의자들로 복잡한 식당엔
몇몇 사람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습니다. 프라스틱 식기에 밥과 미역국,
무장아찌 잘게 썰어 버무린 것이 메뉴의 전부입니다만 누구 하나 투덜대는
사람 없이 맛있게 먹습니다.
어떤 이는 큰 알미늄 통에 담겨 있는 미역국을 국자로 더 떠담아 훌훌대며
마십니다. 영문도 모르고 무장아찌 잔뜩 퍼담아 온 사람은 진저리칠 정도로
짠 맛에 슬쩍 반찬그릇으로 다시 가 덜어놓습니다.
이곳 미역국은 특이합니다. 보통 미역국 끓일 때는 고기를 넣는다든지
참기름 두르고 달달 볶다가 이것저것 양념 치고 끓이거나 지방에 따라,
취향에 따라 멸치를 넣고 미역국을 끓입니다. 하지만 이곳 미역국은
그냥 소금만 넣고 끓인 미역국입니다.
조미료도 있을 턱이 없죠. 미역 잘게 부숴 불리고 소금만 넣어 끓인
거라 비릿하면서도 맛은 밋밋합니다. 그런데도 모두 맛있어 합니다.
몇그릇씩 먹는 사람들 보며 신기해 하기도 했으니까요.
어떤 이가 있었습니다. 몸집은 남다르게 컸지만 텁수룩한 머리와 때묻은
옷차림의 그가 성큼 식당에 들어와 칸 나눠진 식기 칸칸마다 국을 가득
담습니다. 그리고 다른 식기 하나 집어들더니 식기 위로 넘칠만큼 밥을
담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짜디짠 장아찌 푹푹 떠 얹습니다.
일반인들의 먹성과 비교해 보면 십인분? 정도 될 양이지만 양 손에 들고
식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습니다. 후룩후룩 쩝쩝... 손놀림이 빠릅니다.
금새 국이 사라지고 다시 국을 가지러 갑니다. 한데 누가 뭐라 합니다.
거기서 먹지 말고 나가서 먹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한 공양보살님 같습니다.
눈치 슬금슬금 보며 아무 소리 안하고 밥이 담긴 식기와 국이 담긴 식기
양 손에 나눠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땅에 털썩 주저않아 밥 한숟가락
뜨고 국은 그냥 식기채 들고 마십니다. 방금 밥을 먹어 배가 불렀지만
탐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절로 침이 넘어갑니다.
입맛 없는 날, 뭔가 먹긴 해야 할텐데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바로 절간에서 먹던 소금 미역국 생각이 나고 큰
식기 가득 밥과 국을 담아 맛있게 먹던 그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한 번 해볼까? 드디어 전화로 미역 있는 곳 물어 찾고 대충 잘게
부순 후 물에 불립니다. 작은 냄비에 물과 불린 미역을 넣고 소금만으로
간을 해 끓입니다. 냄새? 죽여줍니다. 아, 그래 이 맛이었을 거야.
드디어 간단한 상을 차리고 소금 미역국 냄새와 맛을 음미합니다.
그리고...
내가 왜 또 일을 저질렀을까? 후회합니다. 하지만 저지른 일,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요. 하지만 거의 반 이상 남았습니다. 그 땐 틀림없이
맛있었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솜씨라는 게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첫댓글풀씨님! 소금미역국요. 제생각엔 솜씨가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고 함께 먹어줄 지우가 없어서 그런것 같네요. 저라도 불렀으면 징말로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무리 진수성찬도 혼자서 먹으려면 여럿이 먹는 아프리카식 비빔밥(?)보다도 못하잖아요. 언제 들풍가족들 초대해서 다시 한번 끓여주세요. 그럼 정말 맛있을텐데
첫댓글 풀씨님! 소금미역국요. 제생각엔 솜씨가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고 함께 먹어줄 지우가 없어서 그런것 같네요. 저라도 불렀으면 징말로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무리 진수성찬도 혼자서 먹으려면 여럿이 먹는 아프리카식 비빔밥(?)보다도 못하잖아요. 언제 들풍가족들 초대해서 다시 한번 끓여주세요. 그럼 정말 맛있을텐데
그 말씀 정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