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파트의 기준이 조금씩 변하지만, 어떤 부동산이든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다. 살기 좋은 입지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수요가 몰리는 곳은 거래가 잘 되고 가격도 잘 올라 투자 가치도 높다. 입지를 차치하고 '좋은 아파트'를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아파트의 입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분양 단지들도 '○세권'이란 용어를 써가며 입지적 강점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입지를 강조하는 용어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좋은 아파트의 가치 기준은 시장에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본다.
통상 '역세권·학세권' 선호
'공세권·숲세권' 등 후순위
소득·연령 따라 달라질 수도
부산서는 '바다 조망권'도
부동산 가치 결정 중요 요소
■'○세권'이 뭐지?입지를 따질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는 크게 교통, 교육, 편의시설 세 가지다. 먼저 편리한 교통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입지의 가장 큰 기준이다. 교통 편의는 일반적으로 도시철도 접근성으로 따지는데, 도보 5~10분 거리의 아파트를 '역세권'에 있다고 말한다. 역세권 단지는 전·월세 수요가 많고, 불황 속에도 매매·임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육 여건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 여전히 중요한 척도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아파트를 고를 때 도보로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또 명문 학군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데 이런 교육 여건을 갖춘 곳을 '학세권'이라고 한다. 부산의 경우 학원가가 잘 형성돼 있거나 학군이 좋은 곳들로, 해운대 신시가지, 센텀시티, 수영구 남천동, 남구 대연동, 동래구 사직동, 서구 대신동 등이 대표적인 학세권으로 손꼽힌다. 학세권 아파트들은 학부모들의 수요가 집중되고 거래도 활발하다. 일시적 거주 수요도 많아 전셋값도 높게 형성된다. 도로와 토지이용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조성하는 신도시, 택지지구의 경우에도 건설사들이 분양을 추진할 때 신설 학교 인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웰빙, 힐링, 건강,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공세권'과 '숲세권'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다.
공세권은 공원과 인접한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부산시민공원과 온천천시민공원 등 대형 공원과 인접한 곳이다. 산과 강, 바다를 타고난 입지가 아닌 경우에는 공원 유무가 쾌적한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숲세권은 산과 가까워 언제나 숲을 볼 수 있고, 등산할 수 있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부산은 산이 많아 숲세권을 한정하긴 힘들지만, 금정산과 장산, 황령산, 구덕산, 승학산 등과 인접한 지역의 단지들은 숲세권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일부는 이파트 명에 산 이름을 넣기도 한다.
몰세권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다. 몰세권은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의 대형 상업시설을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 밖에도 병원이 인근에 있는 '의세권', 법원과 검찰청 등 법조타운이 형성된 '법세권' 등이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입지는 일반적으로 역세권, 학세권이 중요하고, 공세권, 숲세권, 몰세권 등은 뒷순위로 선호하지만, 이는 입주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교육이 중요한 학부모라면 학세권이, 출퇴근이 중요한 직장인이라면 역세권을 먼저 따진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소득과 연령별로 선호하는 입지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서성수(부동산자산관리전공) 영산대 교수는 "서민층과 중산층은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있고 매매, 임대가 잘되는 역세권을 선호하지만, 고소득층은 숲과 공원 등 자연환경과 바다 조망 등을 갖춘 대형 평수를 선호한다"며 "연령별로는 젊은 층은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역세권, 몰세권을 선호하는 반면 장노년층은 전원주택으로 가려다 멈추고 도심 쪽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는 숲세권, 공세권 단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숲세권과 역세권은 공생할 수 없고, 역세권은 주로 상업지역에 있어 몰세권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권역을 뜻하는 '○세권'과 좀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바다 조망권'은 부산에서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해운대와 광안리 등 바다 조망이 확보되는 단지는 높은 시세가 형성돼 있다. 최근엔 동구 등 원도심의 단지들도 부산항대교 조망과 북항 재개발 기대감으로 가치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역세권과 학세권이 아파트 입지에서 중요하지만, 다른 입지 강점도 갖춘 다세권 단지일수록 가치가 높게 형성된다"고 말했다.